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6
강상중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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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64



자살하려던 사람을 살린 나쓰메 소세키

― 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

 강상중 글

 김수희 옮김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펴냄, 2016.7.25. 8900원



  일본 도쿄대학교에서 명예교수로 있다는 강상중 님이 쓴 《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2016)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일본에서 ‘이와나미 서점’에서 먼저 나왔다고 합니다.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출판사는 ‘이와나미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여러 가지 책을 한국말로 옮기는데, ‘재일조선 학자’로서, 또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여기에 ‘일본에서 널리 사랑받는 작가’ 한 사람 이야기를 새롭게 바라보는 작은 책이 《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라고 느낍니다.



소세키는 교육의 의미를 좀더 폭넓게 파악하여, 학생에게 정직함을 원한다면 가르치는 사람도 모든 것을 다 털어놓고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요. (115쪽)


여성은 “선생님이 바래다 주시는 것은 정말 영광입니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에 대해 소세키는 “정말로 그리 생각하십니까?”라고 묻고 여자가 “그렇게 생각합니다”라고 대답하자 “그렇다면 죽지 말고 살아가세요”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143∼144쪽)



  《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 끝자락을 보면 나쓰메 소세키 님한테 찾아온 어느 여성 이야기가 나와요. 이 여성은 이녁 삶이 너무 끔찍해서 살아야 할는지 죽어야 할는지 모르겠다면서 나쓰메 소세키 님한테 ‘어떻게 해야 좋겠느냐’고 묻습니다. 다시 말해서 ‘스스로 죽겠다’고 마음을 품은 사람한테 ‘이대로 죽으면 될는’지, 아니면 ‘어떻게 살아야 할는’지를 묻는 셈이지요.


  책을 거의 다 읽다가 이 대목에서 한참 멈추었습니다. 묻는 분도 참으로 딱한 노릇이고, 물음에 대꾸해야 할 나쓰메 소세키 님도 여러모로 딱한 노릇입니다. 삶이 고단한 나머지 소설가 한 사람한테까지 찾아가서 응어리나 아픔을 털어놓지요. 어설프거나 어줍짢은 말로는 마음을 달랠 수 없는 노릇이지요.


  삶이 삶답지 못해서, 죽음만도 못한 삶 같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이웃한테 어떤 말을 들려줄 수 있을까요.


  나쓰메 소세키 님은 딱히 아무런 말을 들려줄 수 없었지만, 어느 여성이 찾아와서 얘기를 나누다 보니 날이 저물었다고 해요. 그래서 이 여성을 바래다 주기로 했답니다. 이때에 이 여성은 “선생님이 바래다 주시는 것은 정말 영광입니다”라 말했다 하고, 이 말을 들은 나쓰메 소세키 님은 비로소 실마리를 얻었다고 해요. 내(나쓰메 소세키)가 바래다 준 자그마한 일 하나가 그토록 ‘영광’이라면 이 ‘영광’을 가슴에 안고 씩씩하게 살라고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해요.



자기 스스로를 객관적인 웃음거리로 삼아 소설을 쓰는 행위를 통해 소세키는 자신 안의 정신적 균형을 유지하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22쪽)


소세키는 겁이 많고 신중하면서도 이렇듯 시대와 승부하는 대담한 일면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소세키는 지금도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전형적인 ‘국민 작가’ 중 한 사람이지만, 실은 교과서에는 차마 실을 수 없는 비판적인 글도 적지 않으며 ‘반국가적’인 측면 역시 현저한 작가입니다. (35쪽)



  시골에서 두 아이를 돌보며 살림을 꾸리는 어버이로서 곰곰이 생각을 기울여 봅니다. 나도 내 삶에서 무엇이 기쁨이나 보람, 그러니까 영광이 될 만한가를 생각해 봅니다.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 잘 자라는 아이들이 나한테 더없는 기쁨이요 보람이요 영광은 아닌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내가 날마다 차리는 밥을 즐겁게 먹어 주는 모습으로도 기쁘면서 보람차지요. 내 손을 잡고 나들이를 다니는 아이들이 영광입니다. 내 말을 듣고,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나하고 눈을 마주치며 노는 아이들이 더할 나위 없는 사랑이라고 느껴요.


  살아가는 뜻은 언제나 우리 곁에서 찾는 셈일까요. 살아가는 기쁨도 보람도 영광도 언제나 우리 둘레에서 마주하는 셈일까요. 나쓰메 소세키라는 분이 빚어서 펼친 문학은 바로 이 수수하지만 곱게 빛나는 이야기를 다루지 싶습니다. 대단한 것이나 커다란 것이나 엄청난 것으로 사람들을 놀래키는 문학이 아닌, 수수하면서 작은 것으로 사람들 마음을 따사로이 보듬는 문학이라고 할까요.



완전히 서양화되지 못한 일본인을 부정하려고 했던 오가이와 달리, 소세키는 아무리 예복을 몸에 걸치고 서양인 흉내를 내 봤자 결국에는 도저히 숨길 수 없었던 일본인의 현실을 유머러스하게 있는 그대로 응시하며 묘사해 가고 있는 것입니다. (37쪽)



  강상중 님은 일본문학 한 가지를 찬찬히 읽으면서 새롭게 이야기를 짓습니다. 논문이나 비평이나 논평이나 서평이 아니라, 강상중 님 삶으로 나쓰메 소세키 문학을 새롭게 읽습니다. 문학을 논리나 이론으로 따지거나 재지 않습니다. 문학을 이녁 삶으로 읽으면서 강상중 님 나름대로 즐겁게 지으려 하는 새로운 이야기를 바라봅니다.


  책 한 권에서 배울 대목을 찾고, 글 한 줄에서 이웃하고 누릴 즐거움을 살핍니다. 작가 한 사람한테서 느끼는 사랑을 헤아리며, 앞으로도 두고두고 읽힐 문학이 우리한테 어떤 씨앗으로 스밀 만한가를 돌아봅니다.



박사학위를 너무 감사해 하면 박사학위를 취득한 극소수의 ‘학자적 귀족’이 권력을 장악해 버릴 것 같아 두렵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목에서도 권위에 대한 소세키의 반항심이 엿보입니다. (45쪽)



  자살하려던 사람을 살립니다. 살면서 지치거나 고된 일도 틀림없이 따라올 수 있지만, 즐겁거나 기쁜 일을 가슴에 품자는 마음이 되어 봅니다. 작고 수수한 이웃이 아파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글 한 줄에 눈물과 웃음을 함께 담아서 나를 둘러싼 작고 수수한 이웃이 스스럼없이 읽으면서 씩씩하게 일어서도록 북돋울 살림을 짓습니다. 한여름에 아이들을 재우며 부채질로 가볍게 더위를 식히며 생각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몸짓으로 어떤 사랑을 지을 만한가를 생각합니다. 내 삶에 기쁜 노래가 될 만한 보람을 어디에서 찾으려 하는가를 생각합니다. 2016.8.14.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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