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한다는 것 - 연규동 선생님의 언어와 소통 이야기 너머학교 열린교실 13
연규동 지음, 이지희 그림 / 너머학교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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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264



내가 말하는 대로 내 생각이 바뀐다면?

― 말한다는 것

 연규동 글

 이지희 그림

 너머학교 펴냄, 2016.7.12. 11000원



  말이란 무엇인가를 살피면서, 말 한 마디에 어떠한 생각을 담는가 하는 대목을 푸름이 눈높이에 맞추어 풀어내는 《말한다는 것》(너머학교,2016)을 읽습니다. 너머학교 출판사는 ‘-는다는 것’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생각·읽기·느끼기·그림·보기·놀기 같은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말한다는 것》은 책이름 그대로 ‘말한다’는 삶이란 무엇인가를 푸름이 스스로 더 깊고 넓게 헤아려 보자고 이야기해요.



아이들은 말을 배우며 삶을 배우고 세상을 배웁니다. 그들은 그렇게 말을 만들어 가며 삶을 만들어 가고 자신이 살아갈 세계를 만들어 가지요. (5쪽)


우리는 모두 한국어의 많은 규칙들을 스스로 깨쳐 왔어요. 우리는 모두 한국어의 규칙을 배우지 않고도 이해했다는 말이에요. (16쪽)



  아홉 살 아이가 문득 ‘백조’라는 이름을 놓고 나한테 물어봅니다. 도감이나 만화책을 볼 적에 ‘백조’ 말고도 다른 이름이 나오지 않았느냐고, 다른 이름을 알려 달라고 합니다.


  아이는 여러모로 궁금해요. 아이는 여러모로 묻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은 ‘백조(白鳥)’라는 이름을 흔히 쓰는데, 막상 ‘백조’라고 할 만한 새는 없어요. 한국말사전에서 ‘백조’를 찾아보면 “= 고니”처럼 풀이하지요. 한국에서 쓰는 ‘새이름’은 ‘고니’이기 때문입니다.


  아홉 살 아이가 우리 사회 얼거리도 헤아리면서 아이 나름대로 새나 풀이나 꽃이나 나무를 놓고 슬기롭게 바라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합니다. “자, 생각해 볼까. 꽃을 보면 하얗게 피어나는 꽃이 많아. 그런데 어느 한 가지 꽃을 가리키면서 ‘흰꽃’이라고 이름을 붙이지는 않아. 하얀 꽃송이를 피우는 꽃이 대단히 많기 때문이야. ‘흰꽃’을 한자말로 ‘백화’라 할 수 있을 텐데, 새한테도 똑같아. 새를 가만히 보면 하얀 깃털인 새가 많지. 이 새 가운데 어느 한 가지만 ‘흰새(백조)’라 하면 다른 “하얀 깃털인 새”는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까? ‘백조’는 도무지 알맞지 않은 이름이야. 그래서 ‘고니’라는 이름을 쓰지. 고니 가운데 털빛이 하얀 새는 ‘검은고니’라고 하고.”



말에는 ‘소리’와 함께 ‘뜻’이 포함되어야 해요. 뜻은 생각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21쪽)


강 양쪽 변과 바닥에다 콘크리트를 사용하고, 습지를 없앤 공사를 하면서 ‘녹색 성장’이라고 한다거나 방사능의 위험이 있는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면서 ‘청정 에너지’라고 하는 경우도 있어요 … 말은 우리의 감정이나 생각을 바꾸는 도구로 바뀌게 돼요. 즉, 생각이 말을 낳지만, 일단 언어가 생각의 도구로 확립된 다음에는 말이 생각까지 바꾸는 것입니다. (79쪽)



  청소년 인문책 《말한다는 것》을 가만히 읽습니다. 이 책에서는 ‘녹색성장’이나 ‘청정 에너지’ 같은 이름이 자칫 무시무시할 수 있다고 밝힙니다. 깨끗하지 않으면서도 ‘녹색’이나 ‘청정’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홍보를 하거나 광고를 하면 사람들은 이런 이름에 휘둘리기도 한다고 밝혀요.


  그러면 거꾸로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 나쁘지 않은 사람을 괴롭히려는 뜻으로 “나쁜 놈”이라는 말을 일부러 한다면, 나쁘지 않은 사람이 뜬금없이 나쁜 사람이 되어 버릴 수 있어요. 책이나 영화를 놓고도 “좋은 책·나쁜 책·좋은 영화·나쁜 영화” 같은 이름을 붙여서 일부러 추켜세우거나 깎아내릴 수 있을 테고요. 생각을 나타내는 말이지만, 거꾸로 말 때문에 생각이 바뀌기도 합니다.



혼잣말을 하는 것은 스스로를 격려해서 자신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게 되고 행동을 더욱 활성화하는 힘이 있어요. 스스로의 행위를 지시하고 평가하게 되는 것이지요. (58쪽)


우주가 어떻게 생성되었는지 어떻게 움직이는지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빅뱅’이든 ‘블랙홀’, ‘웜홀’이든 이름을 붙여야지만 우리의 생각 안으로 들어온다는 것이에요. 일단 말로 표현되어야지만 인식과 사유의 대상물이 된다는 것이지요. (64쪽)



  말과 이름을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일부러 추켜세우거나 깎아내릴 적에 이러한 이름 때문에 우리 생각이 바뀔 수 있다면, 우리 스스로 저마다 어떤 말을 곰곰이 읊는가에 따라서 우리 생각이나 삶이나 마음도 바꿀 수 있다고 여길 만합니다. 이를테면 “나는 예쁘다”라든지 “나는 씩씩하다” 같은 말을 늘 스스로 읊을 수 있어요. “나는 노래를 잘해”라든지 “나는 춤을 잘 춰” 같은 말을 늘 스스로 읊으면서 살 수 있어요. 남들이 보기에 내가 안 예쁘거나 안 씩씩하거나 노래를 못 부르거나 춤을 못 출는지 모르지만, 스스로 읊는 말은 스스로 북돋우는 기운을 싣는다면, 나는 어느새 ‘내가 나한테 하는 말’에 맞추어 거듭난다고 할까요.


  즐겁게 말하면서 즐거운 마음이 되는 셈입니다. 기쁘게 말하면서 기쁜 마음이 되는 셈이에요. 노래하는 몸짓으로 말을 하면서 내 마음에는 어느새 노래가 흐르는 셈이 될 테고, 꿈꾸는 매무새로 말을 하는 동안 나는 어느새 내 꿈을 하나둘 이룰 수 있으리라 느껴요.


  생각이 말로 나타나기에 생각을 슬기롭게 추슬러야겠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말이 다시 내 생각을 짓는 바탕이 되기에, 늘 읊는 말부터 새롭게 가꾸고 보듬을 줄 알아야겠다고 느낍니다. 2016.8.2.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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