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좋아하는 건? 스스로 책읽기 3
베아트리스 퐁타넬 지음, 마르크 부타방 그림, 김영신 옮김 / 큰북작은북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어린이책 읽는 삶 152



아이들은 싸움이 아닌 사랑을 좋아해

―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건?

 베아트리스 퐁타넬 글

 마르크 부타방 그림

 김영신 옮김

 큰북작은북 펴냄, 2006.12.5. 8000원



  아이들은 무엇이든 좋아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기에 어느 것은 좋아하면 안 되거나 어느 것만 좋아해야 하지 않아요. 어른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어요. 어른들은 저마다 다 다른 것을 좋아해요. 아이들만 따로 이것은 좋아하지 말라고 막거나 윽박지를 수 없지요.


  다만, 아이들한테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어느 것이 ‘싸움’이거나 ‘거친 말’이라면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려주어야지요. 싸움이란 무엇이고 거친 말이란 무엇인가 하는 대목을 그야말로 낱낱이 차분히 부드러이 이야기로 들려주어야 합니다.


  “하지 마!” 하는 말로 막아 보았자 막을 수 없어요. 싸움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크면 어릴 적에는 조그맣게 툭탁질을 할 테지만 나이가 들수록 어떻게 커지는가를 알려주어야 해요. 거친 말 한 마디는 ‘듣는 사람’을 넘어서 ‘말하는 사람’ 스스로 마음을 어떻게 좀먹는가를 부드러우면서 슬기로이 알려주어야지 싶습니다.



나는 적당한 싸움은 아이들한테 좋다고 생각해. 물론 싸울 때도 지켜야 할 규칙이 있어. 일단 상대방의 목을 조르면 안 돼. 사내아이들의 고추를 발로 차서도 안 되고, 고추를 맞으면 까무러치게 아프단 말이야. (9쪽)



  베아트리스 퐁타넬 님이 글을 쓰고, 마르크 부타방 님이 그림을 그린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건?》(큰북작은북,2006)을 읽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나 혼자 읽습니다. 이 책을 궁금해 하는 우리 집 큰아이한테는 읽히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에 깃든 줄거리가 나쁘지는 않습니다. 이 책은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며 ‘사회 생활·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벌이는 ‘싸움질’이 왜 그칠 수 없는가 하는 대목을 아주 쉽게 풀어내면서도, 아이들 나름대로 홀가분하면서 스스럼없이 이 싸움질을 또 쉽게 떨칠 수 있다는 대목까지 차분히 엮어냅니다.



형의 침대가 망가진 뒤로, 나는 싸움 대신 달리기를 시작했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달리기를 무척 좋아해! … 황금가마우지처럼 양팔을 벌리고 달리면서, 학교 운동장을 맘껏 날아다니는 상상을 하지. (34∼35쪽)



  내가 이 책을 어버이로서 혼자 읽고 아이한테는 읽히지 않은 까닭은, 이 책을 섣불리 읽으면 ‘싸움질’을 둘러싸고서 ‘어떤 몸짓과 말짓’이 흐르는가 하는 대목에 휩싸일 수 있겠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건?》에 나오는 사내 아이는 ‘참말 좋아하는’ 것은 싸움질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밝힙니다.


  사내 아이는 학교에서 날마다 싸움질을 즐긴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사내 아이들끼리 여러모로 부딪히거나 부러 거친 말을 뽐내다가 싸움질까지 불거지는구나 하고 느껴요. 작은 놀이를 하면서도 ‘꼭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 들면 그만 놀이가 아니라 겨루기가 되어 끝내 싸움으로 마무리가 되기 일쑤예요.


  어린이문학에 나오는 사내 아이는 어느 때부터인가 싸움질에 재미를 잃고는 달리기를 한다고 해요. 혼자서 마음껏 달린다고 해요. 바람을 가르면서 달리고, 마치 새처럼 날아오르듯이 달린다고 해요.



그것 말고도 내가 좋아하는 게 또 있어. 아빠가 밤중에 불을 꺼 주려고 내 방에 왔을 때, 자는 척하는 게 나는 참 좋아! 아빠는 가만히 내게 다가와 머리를 쓰다듬고는 말없이 이마에 뽀뽀를 해 줘. (38쪽)



  그리고 이 아이는 잠자리에서 아버지가 살그마니 뽀뽀를 해 줄 적에 가장 좋다고 털어놓습니다. 그래요, 이 아이는 집에서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선생님이 따스하게 보살피거나 어루만지는 손길을 받으면 아주 좋아할 테지요. 동무끼리도 서로 아끼거나 어깨를 겯는 손길을 받으면 몹시 좋아할 테고요.


  어느 아이나 같다고 느껴요. 사랑을 받으면서 싫어하거나 미워하는 아이는 없으리라 느껴요. 사랑을 받지 못하는 나머지 싫거나 밉다는 마음이 싹트고 만다고 느껴요.


  우리 집 큰아이가 궁금해 하는 이 책을 안 보여주면서 말로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얘야, 넌 싸움을 하고 싶니?” “아니.” “그런데 왜 동생하고 싸워?” “윽!” “싸움을 나무라려는 말이 아니야. 너희가 싸우고 싶으면 그냥 싸우면 돼.” “아냐, 싸우기 싫어.” “그래, 싫구나. 그런데 또 싸우네.” “…….” “너희가 마음으로 서로 아끼면서 보살피려는 생각을 심지 않으면 앞으로 언제든지 또 싸우고 말아. 내가 더 가져야 하거나 내가 이겨야 하거나 내가 못 가졌다고 여기거나 내가 못 했다고 하는 생각을 자꾸 마음에 담으니까 싸움이 불거져. 그냥 다 줘. 그냥 다 내어줘. 그러면 싸움이 없이 사랑이 피어나.” “다 줘?” “응, 다 줘.” “다 주면 돼?” “응, 다 주면 돼. 줘 봐. 줘 보면 알아. 아버지가 너희한테 뭘 해 줬다고, 너희가 아버지한테 뭘 해 주어야 한다고 말한 적 있니?” “아니.” “그렇지?” “응.”


  잠자리에서 아이들 이마를 쓸어넘기면서 뽀뽀를 쪽 하면, 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면서 좋아합니다. 어린이문학에 나오는 이야기로만이 아니라 참말 그렇습니다. 온누리 모든 아이가 이와 같으리라 생각해요. 사랑받는데 싫을 아이란 없어요. 사랑처럼 꾸미면 이내 알아채고 싫어할 테지만, 따사롭고 너그러운 숨결로 얼싸안는 사랑이 될 수 있으면 우리는 저마다 어여쁘며 고운 살림을 짓는 보금자리를 가꾸리라 봅니다. 2016.7.21.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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