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짓고 살림을 짓고



  밥을 짓거나 살림을 짓는 하루는 대수롭지 않을 만합니다. 늘 하는 일이거든요. 아침저녁으로 밥을 먹고, 이곳에서 보금자리를 누리면서 지냅니다. 그러나 늘 하는 일이고 늘 먹는 밥을 다루는 일이기에 언제나 새롭게 대수롭다고도 느낍니다. 하루에 한 끼를 먹든 세 끼를 먹든 온마음을 기울여서 다스리는 살림이 아니라면 즐거움이나 기쁨이 일어나지 않아요. 새벽바람으로 부엌을 건사하고, 아침 낮 저녁에 바지런히 부엌을 드나듭니다. 마당하고 뒤꼍을 재게 오가며, 이모저모 안팎으로 거느릴 살림을 헤아립니다. 밥이나 살림이라고 하는 낱말에 ‘짓다’나 ‘하다’를 마음대로 붙일 수 있는 발자국을 되새깁니다. 사람이 사는 하루에 ‘짓다’나 ‘하다’는 가장 대수로운 흐름이자 몸놀림입니다. ‘밥짓기·살림짓기’이고 ‘밥하기·살림하기’입니다. 오늘 지을 이야기를 마음으로 그리면서 아침에 할 일을 떠올립니다. 쌀을 씻고 개수대를 갈무리합니다. 아이들이 깨어나면 어떤 놀이를 즐기고서 어떤 밥으로 몸을 살찌울까 하는 그림을 언제나 새벽 다섯 시 무렵에 마무리를 짓고 기지개를 켭니다. 2016.7.18.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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