끙끙거리면서 살아나기



  끙끙거리면서 살아나려고 합니다. 네 시 무렵에 바람소리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밤바람에 아이들이 감기에 들지 않기를 바라며 이불을 여미어 주었고, 슬금슬금 일어나서 아침에 지을 밥을 떠올리며 쌀을 씻어서 안칩니다. 여러모로 집 안팎에서 모든 일을 도맡아 하느라 아침이나 낮이나 저녁 사이에 모든 기운이 그야말로 빠져나가서 곯아떨어져야 하기 일쑤인데, 귓결로 아이들이 노는 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다스리지요. 차근차근 기운을 차리고 천천히 살아나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이모저모 한 뒤에 쌀이 붓는 결을 느끼면서 살짝 눈을 감는데, 삼십 분이나 한 시간쯤 거의 죽은 듯이 드러누웠다가 일어나면 몸에서 새 기운이 솟습니다. 끙끙거리면서 살아난다는 말을 요즈음 들어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날마다 드는 잠이란 이 몸을 한 번 죽여서 새로운 모습으로 깨어나도록 북돋우는 일이지 싶어요. 힘들면 그냥 곯아떨어져서 느긋하게 꿈나라로 가고, 꿈나라에서 마음껏 날다가 새 몸으로 돌아가면서 느긋하게 살림을 짓습니다. 2016.7.14.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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