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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숟가락 10
오자와 마리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6년 6월
평점 :
만화책 즐겨읽기 634
따돌림받는 동무한테 사랑스런 손길을
― 은빛 숟가락 10
오자와 마리 글·그림
노미영 옮김
삼양출판사 펴냄, 2016.6.14. 5000원
누군가 나를 따돌린다면 나는 어떤 마음이 되어야 할까요? 나를 따돌리는 사람들 옆에 굳이 있어야 할까요, 아니면 나를 따돌리는 사람들하고 멀리 떨어져서 조용히 있으면 될까요?
나는 누군가를 따돌리는 사람은 아닐까요? 누군가 내 옆에 있으려 하는데 나로서는 어느 누군가를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조용히 내치거나 드러내어 밀치지는 않을까요?
‘훨씬 더 나중 일이었다. 점심시간엔 노리카와 친구들이 있는 교실에 놀러갔고 수업이 끝나면 부활동도 있었다. 집에 돌아가면 루카가 있어서 루카를 돌보느라 매일 바빴기 때문에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되기 전까지 새로운 반에서 자신이 겉돌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채지 못했다. (6쪽)
“친구 사귀는 방법을 모르겠어. 히카리가 전학 가고, 여자는 홀수가 됐어. 노리카랑 친구들 교실에 가기도 껄끄러워져서, 이젠 계속 혼자서 급식을 먹고 있어.” “계속이면 얼마나?” “3주 정도.” “괴롭힘 당하고 있어?” “그건 아닌 것 같아. 단지 어느 그룹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어 …… 애들 시선이 신경 쓰여서 그렇게 못 하겠고, 왠지 점점 그냥 말을 거는 것도 무서워졌어.” (20∼21쪽)
오자와 마리 님 만화책 《은빛 숟가락》(삼양출판사,2016) 열째 권을 읽습니다. 《은빛 숟가락》 열째 권에서는 이 만화책에서 주인공을 이루는 어느 한 집안에서 막내인 ‘중학생 가시내’ 이야기가 첫머리부터 흐릅니다. 이 아이는 집에서나 마을에서나 학교에서나 살가우면서 따스한 마음으로 지내는 아이입니다. 수수하면서 착하게 지내는 아이인데 이 아이는 어느 날 다른 까닭이 없이 조용히 따돌림을 받습니다.
이른바 잘난 척을 하는 일도 없고, 자랑을 하는 일도 없지만 따돌림을 받습니다. 눈에 뜨이는 뭔가를 하는 일도 없고, 어떤 일을 앞장서서 벌이지도 않는데 따돌림을 받습니다. 이런 따돌림이란 무엇일까요?
가만히 보면 따돌림이란 ‘누가 어떤 큰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저지르거나 일으키지는 않는다고 느껴요.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따돌리기 장난’을 벌이는 일이 꽤 흔하다고 느껴요. 그러면 이때에 ‘따돌림을 받는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거절당하면?” “거절당하지 않아. 게다가 거절하는 애라면 친구 안 해도 돼. 괜찮아. 내가 호의를 갖고 대하면 상대도 호의를 갖고 응할 거야. 호의에는 호의, 악의에는 악의. 상대는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야.” (22쪽)
‘‘진짜 시시하지?’ 미유는 웃으며 그렇게 말했지만, 그 시시한 일로 계속 고민하고 상처받았던 난 그럴싸하게 웃을 수 없었다.’ (34쪽)
아이들이 학교에서 무리를 짓습니다. 저마다 마음에 드는 짝꿍을 찾거나 동무를 찾아서 무리를 짓습니다. 커다란 무리가 있고 둘이서 조그맣게 이루는 무리가 있습니다. 여러 가지 무리가 생길 텐데, 어느 무리에도 들지 못하는 아이가 어김없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무리에도 들지 못하는 아이를 넉넉하게 받아들이는 무리도 있을 테지만, 못 본 체하거나 안 받아들이려는 무리도 있을 테지요.
아이들은 ‘시시한 일로 따돌림받는 생채기’를 쉽게 씻을 수 있을까요? 아이들은 ‘시시한 일로 누군가를 따돌린 짓’을 마음에서 쉽게 지울 수 있을까요? 따돌림받은 아이가 마음에 생채기가 남은 일을 둘레에서는 어느 만큼 헤아릴 만할까요? 누군가를 따돌리는 아이들은 이렇게 누군가를 따돌리면서 ‘즐거움’이나 ‘기쁨’이나 ‘웃음’이나 ‘노래’가 흐를 수 있을까요? 누군가를 따돌리는 사람은 마음속에 사랑이라는 씨앗을 심거나 가꿀 수 있을까요? 누군가를 따돌리는 짓을 하는 사람은 ‘누가 나를 이처럼 따돌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사로잡혀서 자꾸자꾸 새롭게 누군가를 따돌리는 짓을 하고 또 하는 뺑뺑이에 갇히지는 않을까요?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단다. 아픈 게 아닌 이상, 미유도 누군가가 들어주길 바라고 있을지 몰라.” “…….” “넌 이대로 괜찮다고 생각해?” “난, 거짓말을 한 건 충격이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 같은 상황은 뭔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91쪽)
“옆에 있는 훌륭한 아파트가 집이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 “나한테는 사실대로 말해 주면 좋았을걸!” “그렇게 생각했어. 손가락 걸고 약속한 날 집에 가서 엄청 후회했어. 내일 학교에 가면 사실대로 말해야지 하고.” (96쪽)
만화책 《은빛 숟가락》에 나오는 어린 가시내한테는 ‘말을 섞을 사람’이 있습니다. 비록 따돌림을 받는다지만, 마음으로 사귀는 벗이 있어서 아픔을 털어놓습니다. 이 아이 어머니는 아이가 스스로 말을 털어놓을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려 줍니다. 이윽고 아이가 어머니한테 그동안 겪은 일을 털어놓자 어머니는 다시금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면서 ‘이 실타래를 아이가 스스로 어떻게 풀면 좋을까’ 하는 이야기를 조용히 들려줍니다.
만화책을 읽으면서, 만화책에 나오는 여러 사람 모습을 살피면서, 만화책에 나오는 온갖 이야기를 읽으면서, 조용히 생각에 잠겨 봅니다. 따돌림을 벌이는 아이들은 틀림없이 ‘바보스러운 장난과 얽힌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 즐겁게 어우러지는 이야기’를 바라리라 느낍니다. 겉치레로 탈을 쓰는 바보짓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 허물없이 살가이 나눌 이야기를 바라리라 느껴요.
사랑을 받지 못하는 터전에서 지내기에 그만 이웃이나 동무를 따돌리고 말리라 느껴요. 사랑을 받는 터전에서 지내기에 이웃이나 동무한테도 늘 스스럼없이 기쁘게 사랑을 나눌 수 있을 테고요. 그러니까 누군가를 따돌리는 아이가 있다면 이 아이는 틀림없이 ‘사랑받지 못하는 살림’을 누리느라 괴로운 아이라고 느낍니다.
‘내일 학교에서 지낼 일은 일단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오늘은 둘이서 새콤달콤한 구운 사과를 먹자. 아마 조만간 비가 그치고 맑게 갠 하늘에는 무지개도 뜰 거야.’ (98쪽)
아이는 스스로 씩씩하게 서면서 새로운 하루를 꿈꿉니다. 다른 것은 더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오늘 이 자리에서 ‘마음 아픈 동무’가 스스로 아픔을 털고서 새롭게 일어서기를 바라면서 따사로이 지켜보고 싶다는 꿈을 키웁니다. 이러면서 이 아이도 스스로 더욱 씩씩하게 서자는 다짐을 합니다.
스스로 웃으려 마음을 쓰면서 참말 스스로 웃음을 짓습니다. 스스로 노래하려 마음을 기울이면서 참말 스스로 노래를 짓습니다. 스스로 사랑스러운 살림을 바라면서 참말 스스로 사랑스러운 손길로 살림을 짓습니다.
머잖아 비가 그쳐요. 머잖아 맑게 개요. 머잖아 해도 뜨고 무지개도 떠요. 여느 집과 마을과 고장에 언제나 따사로운 숨결이 파란 하늘처럼 싱그러이 흐를 수 있기를 빌어 봅니다. 2016.7.1.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