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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2
나치 미사코 지음, 이기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6년 2월
평점 :
만화책 즐겨읽기 633
곁에 있는 숨결하고 마음으로 얘기 나누기
― 네가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2
나치 미사코 글·그림
이기선 옮김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펴냄, 2016.2.25. 7000원
우리 집 큰아이가 나비를 잡습니다. 처음에는 못 본 척합니다. 한 마리를 틀림없이 잡았는데 또 잡는다고 부산을 떨기에 넌지시 물어봅니다. “벼리야, 나비를 잡으면서 나비한테 물어보았니?” “응? 뭘?” “나비한테 널 잡아도 되느냐고.” “…….” “나비는 너한테 잡히려고 태어났을까, 아니면 나비는 꽃을 찾아 날아다니려고 태어났을까?” “…….” “누가 벼리를 잡아서 좁은 곳에 가두면, 벼리는 어떤 마음이 될까?” “싫어.” “그러면, 나비를 잡아서 좁은 곳에 가두면, 나비는 그 좁은 곳에서 숨을 쉴 수 있을까?”
아이는 한참 머뭇머뭇하다가 나중에 나비를 풀어 줍니다. 좁은 곳에 갇혔던 나비는 날갯짓을 제대로 못하다가 이내 홀가분하게 날아갑니다. 그렇지만 아이는 하루 지난 뒤에 다시 나비를 잡는 놀이를 합니다.
“아, 고론은 꿈속에서 엄마와 형제들을 만나고 있어요.” (29쪽)
‘흰 고양이는 행운을, 검은 고양이는 지혜를 준다고 들은 적이 있지만, 당신의 고양이가 보여주는 꿈에 이길 수는 없어요. 당신을 향한 사랑으로 가득한 꿈에는.’ (36쪽)
나치 미사코 님 만화책 《네가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AK커뮤니케이션즈,2016) 둘째 권을 읽습니다. 2014년 가을에 첫째 권이 나왔고, 한 해 반 만에 둘째 권이 나옵니다. 번역이 좀 늦구나 싶지만, 둘째 권이 나왔으니 반가운 노릇입니다.
이 만화책은 ‘고양이 마음을 읽는 아가씨’가 나옵니다.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은 많지만 ‘고양이 마음을 읽는 사람’은 그리 안 많다고 해요. 그래서 고양이를 기르거나 가까이하기는 하되 정작 고양이는 어떤 마음인가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물다고 합니다. 이때에 ‘고양이 마음을 읽는 아가씨’가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고 해요. 고양이 마음을 읽고 싶어서 답답한 사람들 마음을 풀어 준다고 합니다.
‘새끼 고양이들은 알고 있었다. 자신들은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걸. 그래서 안아 줄 손을 기다렸다.’ (81쪽)
“빵, 안전한 장소가 준비돼 있는데 왜 인간을 피하는 거니?” “흥! 안전한 장소라고? 난 갇혀 사는 거 싫어. 밖에는 팔짝팔짝 뛰어오르는 작은 벌레들이 엄청 많아서 언제든 놀 수 있어. 들판은 최고야.” (116쪽)
고양이 마음은 어떻게 읽을 수 있을까요? 고양이 마음을 읽기는 어려울까요? 어쩌면 ‘고양이 마음’쯤이야 대수롭지 않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사람 마음’도 못 읽는데 왜 고양이 마음까지 읽어야 하느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가만히 헤아려 보면 그렇지요. 우리는 우리 곁에 있는 사람이 어떤 마음인가를 제대로 못 읽거나 안 읽곤 합니다. 우리 둘레에 있는 수많은 사람이 어떤 마음인가를 놓치거나 고개를 돌리기도 합니다. 이 땅에서 함께 사는 수많은 나라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어떤 마음으로 어떤 살림을 짓는가 하는 대목을 아예 모르기까지 합니다.
서로서로 마음을 안 읽거나 못 읽기 때문에 전쟁무기를 자꾸 만들어서 전쟁을 일으키리라 느껴요. 서로서로 마음을 읽으면서 어깨동무를 한다면 전쟁무기가 없이도 얼마든지 평화를 이루리라 느껴요. 만화책 《네가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고양이 마음을 읽는 이야기가 흐릅니다만, 이 만화책에 나오는 ‘고양이’를 ‘이웃’이나 ‘동무’나 ‘한식구’로 바꾸어서 생각해 볼 노릇이지 싶어요. 우리가 함께 지을 사랑과 삶을 생각해 보아야지 싶어요.
“(고양이) 도라는 유키의 친구니?” “네.” “그럼 도라를 찾아볼까?” “어떻게요?” “마음속으로 도라를 부르는 거야.” “마음속으로?” (160∼161쪽)
“난 널 훌륭한 고양이라고 생각해. 무엇보다 자신의 삶의 방식을 지켜 나가고 있잖아? 너와 헤어지는 건 슬프지만 네 마음을 존중하겠어. 우리랑 갈지 여기 남을지 네가 결정해.” (186쪽)
‘고양이 마음을 읽는 아가씨’는 길고양이를 찾는 아이한테 넌지시 얘기합니다. 그 길고양이를 찾고 싶다면 ‘마음속으로’ 불러 보라고 얘기해요. 아이는 놀라지요. 이제껏 마음속으로 그 길고양이를 불러 보아야지 하고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자, 이 대목에 실마리가 있어요. 고양이 마음은 어떻게 읽을까요? 바로 ‘내 마음’을 기울여서 읽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어요. 고양이 마음을 읽으려면 ‘내 마음’을 먼저 고양이한테 보내야 해요. 내가 널 사랑한다고, 내가 널 아낀다고, 내가 널 좋아한다고, 내가 널 그린다고, 내가 널 바란다고, 내가 널 반긴다고, 내가 널 따사히 품고 싶다고, 이런 마음을 먼저 보내야 고양이가 이 마음을 받고는 나한테 마음을 보내 줄 수 있어요.
사람하고 사람 사이에서도 이와 같으리라 느껴요. 아이하고 어른 사이뿐 아니라, 아이하고 아이 사이에서도, 또 어른하고 어른 사이에서도, 서로 따사롭고 너그러우면서 보드랍게 마음을 주고받을 적에 비로소 아름다운 사랑을 이루리라 봅니다. 2016.6.27.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