探書의 즐거움 - 오래되고 낡았으나 마음을 데우는 책 이야기
윤성근 지음 / 모요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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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257



책 한 권을 찾는 손길

― 탐서의 즐거움

 윤성근 글

 모요사 펴냄, 2016.5.16. 15000원



  책 한 권을 찾으러 책방으로 마실을 갑니다. 어느 책을 만날는지는 모르지만, 저마다 마음에 스며들 이야기가 깃든 책을 찾으러 책방으로 마실을 갑니다. 오늘날에는 책방마실을 하지 않아도 인터넷에서 책을 찾아보기 쉽습니다. 인터넷으로 책을 장만하기 쉽고, 인터넷에서 줄거리를 살피기 쉽습니다. 가만히 따지고 보면 새책이나 헌책이나 줄거리는 모두 같고, 종이책이나 전자책이나 줄거리는 다 같기 마련입니다. 어떻게 책을 읽든 우리는 늘 이야기를 읽는 셈입니다.



정작 내가 이 책을 가장 귀중하게 여기는 이유는 잡다하게 모아 놓은 산문들 중 하나인 〈회사원과 매몰광부〉라는 짧은 글 때문이다. (22쪽)


《죠스》의 번역 초판 제목은 황당하게도 《아가리》다. 이러니 어떤 곳에서도 검색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80쪽)



  줄거리를 잘 훑기에 책을 잘 살폈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줄거리를 모르더라도 책을 못 읽거나 안 읽었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책을 손에 쥐고 읽을 적에는 ‘줄거리 외우기’를 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새로운 생각을 얻으려는 뜻으로 책을 한 권 만나려 합니다. 더 많은 책도 아니요, 더 꼼꼼히 살피는 줄거리도 아니라, 더 즐겁게 삶을 짓는 슬기롤 다스리려는 뜻으로 책 하나를 만나려 하지요.



김영하의 진정한 첫 번째 소설은 《무협 학생운동》이다. 김영하 작가를 좋아하는 많은 독자들 가운데 과연 이런 소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87쪽)


책이라고 하는 것을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 하는지 정답은 없다. 그러나 한 가지, 사람이 만들어 낸 것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남아 또다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책이다. (127쪽)



  윤성근 님이 쓴 《탐서의 즐거움》(모요사,2016)은 윤성근 님 나름대로 스스로 좋아하는 책을 찾아나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다른 사람이 추천하기에 어느 책을 더 좋아하지 않습니다. 널리 알려진 책이기에 그 책을 이녁도 좋아할 만하지 않습니다. 책 한 권을 찾아나서려는 사람 스스로 마음에 들 때에 비로소 그 책을 좋아할 만합니다.


  오래도록 남을 만하기에 좋아할 만한 책은 아닙니다. 값어치가 크기에 더 좋아할 만한 책이 아닙니다. 즐겁게 읽을 만하기에 책을 찾아나섭니다. 기쁘게 되새기면서 마음밥으로 삼을 수 있기에 책 한 권을 찾으려고 오래도록 여기저기 책방마실을 다닐 수 있습니다.



지금 다시 《이방인》을 읽어 보아도 나는 딱히 번역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하고픈 생각이 들지 않는다. 심지어 1950년대 판본을 읽으면서도 충분히 좋은 문장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190쪽)



  나는 《이방인》뿐 아니라 《어린 왕자》도 《베토벤의 생애》도 《독서술》도 꽤 오래된 번역으로 읽었습니다. 1950년대에 나온 번역이라고 해서 2010년대에 못 읽을 만하지 않습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1950년대나 1930년대 번역이라 하더라도, 또 1970년대나 1990년대 번역이라 하더라도, 외국말을 한국말로 옮기려고 마음을 기울인 사람들이 흘린 땀방울을 느끼면 즐겁거든요. 요새는 잊혀졌을 수 있지만, 오래도록 사람들 가슴에 스며든 말결하고 말투를 예전 번역책에서 느낄 때에도 즐거워요.


  새로 나오는 책은 새로 나오는 책대로 사랑받기를 빌어요. 오래된 책은 오래된 책대로 사랑받을 수 있기를 빕니다. 이 모든 책이 우리 마음을 아름답게 가꾸는 밑거름이 되기를 빌어요. 꿈을 노래하고 사랑을 밝히는 책 하나를 즐겁게 가슴에 얹을 수 있기를 빕니다. 2016.6.21.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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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 2016-06-21 23:11   좋아요 0 | URL
저도 책을 많이 읽지는 못하지만
항상 지니고 다닙니다
이렇게라도 해야 그나마 읽을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주위에서는 항상 책 많이 읽는 사람으로 오해를 삽니다.
읽지도 못하면서 사 모으는건 잘 합니다 ㅎㅎ
서점에 자주 갑니다
사든 안사든 말이죠
˝탐서의 즐거움˝ 아는 분들은
다 아시겠죠 ^^
덕분에 좋은 책정보 감사합니다
아주 잘 읽었습니다

숲노래 2016-06-22 09:50   좋아요 0 | URL
책은 눈으로도 읽고
손으로도 마음으로도 읽으니
첫 쪽부터 끝 쪽까지
다 훑지 않더라도
우리는 늘 책읽기를 누린다고 생각해요.
늘 즐겁게 책방마실 즐기시겠지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