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는 시골길에서 마음껏 걷네
[시골노래] ‘뒤로 걷기’ 놀이 즐기기
군내버스가 두 시간에 한 번 지나갑니다. 읍내로 나가는 버스가 하루에 여덟 대 있습니다. 버스가 참 적다고 여길 만하지만, 버스가 하루에 넉 대만 다니는 마을도 있고, 하루에 꼭 한 대만 다니는 마을도 있어요. 두 시간에 한 대씩 지나가는 군내버스도 ‘퍽 많다’고 여길 만하지 싶어요.
군내버스가 드문드문 지나가는 우리 마을이나 이웃 마을 큰길은 무척 조용합니다. 이 길로 자동차가 지나가는 일도 무척 드뭅니다. 마을에 찾아오는 손님이 아니라면 이 찻길을 달릴 자동차도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하고 자전거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무렵, 넓고 조용한 이 길에서 아이들이 “이제 그만 내려서 걸을래.” 하고 말하곤 합니다. 아버지가 자전거를 달리느라 고단할 테니 쉬게 해 주려는 뜻일까요? 아니에요. 아이들은 새로운 놀이를 하고 싶어서 자전거에서 내리려 합니다.
바로 ‘뒤로 걷기’ 놀이를 하고 싶거든요.
마당이나 마을 고샅길보다 훨씬 넓은 찻길인데다가 자동차도 거의 안 다니니까, 이곳은 아이들이 뒤로 걷기를 하면서 놀기에 참 좋아요. 그리고 뒤로 걷다 보면 저 앞에서 자동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도 알아볼 만하겠지요.
사뿐사뿐 가볍게 뒤로 걷습니다. 누나가 뒤로 걷는 모습을 보면서 동생도 뒤로 걷기를 따라하려 합니다. 뒤로 걷다가 고무신이 벗겨져서 멈춥니다. 다시 신을 꿰고 나서 우뚝 섭니다. 왜 서나 하고 지켜보니 둘이서 속닥거립니다. “아버지가 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려. 가까이 다가오면 달아나자.” 속닥거리는 소리 다 들리네?
까르르 깔깔 터뜨리는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천천히 시골길을 걷습니다. 나는 자전거를 끌면서 걷고, 두 아이는 뒤로 거닐면서 놉니다. 제법 먼 길을 지치지도 않고, 기운이 빠지지도 않으면서, 아이들은 저희 나름대로 새롭게 놀이를 찾아내어서 씩씩하게 한 발 두 발 내딛습니다.
좋아, 좋아, 참 좋구나. 해가 기울면서 더위도 가시니 한결 좋구나.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2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