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열두 풍경 - 루브르에서 루이뷔통까지, 조홍식 교수의 파리 이야기
조홍식 지음 / 책과함께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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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55



걷기 좋아 언제나 아름다운 도시를 꿈꾸며

― 파리의 열두 풍경

 조홍식 글

 책과함께 펴냄, 2016.4.20. 16800원



  《파리의 열두 풍경》(책과함께,2016)을 쓴 조홍식 님은 초등학교 6학년 무렵에 한국을 떠나 아프리카 가봉에서 중학교를 다녔다고 합니다. 이윽고 프랑스로 건너가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녔다고 해요. 아마 어버이 일터를 따라서 한국을 떠나 아프리카하고 프랑스에서 어린 나날을 보낸 셈이겠지요.


  조홍식 님은 1982년에 프랑스 파리를 처음 만났다고 해요. 그즈음이라면 한국에서는 외국으로 여행을 가는 일이 퍽 드물었고, 유럽을 다녀온 사람도 꽤 드물었다고 할 만해요. 그즈음 한국 어린이는 프랑스에서 무엇을 보고 느끼면서 생각했을까요?



내가 파리를 처음 만난 것은 1982년 여름이다. 10대 한국 소년에게 파리는 환상의 도시였다. 인류의 역사를 한곳에 모아 놓은 박물관, 거리에 넘치는 세련된 조각, 소설에서 읽었던 문학의 현장 등 매순간이 특별하였다. (17쪽)


파리는 쉽게 변하지 않는 도시다. 파리에서 달라진 구석을 발견하려면 마치 숨은그림찾기를 하듯이 눈을 비비고 살펴보아야 한다. 에펠탑과 노르트담 성당이 변치 않고 우뚝 서 있는 것은 당연하고, 그 주변의 건물과 도로와 나무 역시 항상 그대로다. (18쪽)



  어린 날 프랑스에서 자라면서 학교를 다닌 조홍식 님은 이제 한국에서 정치외교학을 가르치는 자리에 있다고 합니다. “쉽게 바뀌지 않는” 프랑스요 파리이면서, 자유와 민주도 “한결같이 흐르는” 프랑스하고 파리를 헤아리면서 《파리의 열두 풍경》을 썼다고 합니다. 여행 길잡이라기보다는 ‘한 나라를 깊고 넓게 들여다보면서 품에 안는 발길’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썼구나 하고 느낍니다.


  책을 읽다가 문득 생각해 봅니다. 프랑스사람이 한국이라는 나라에 어린 날 찾아와서 자란 뒤에 “한국 서울”이나 “한국 부산” 같은 도시를 놓고 “서울 열두 풍경”이나 “부산 열두 풍경” 이야기를 쓴다고 하면 어떤 글을 풀어 놓을 만할까 하고요. 1980년대 서울이나 부산하고 2010년대 서울이나 부산은 얼마나 비슷하거나 다르다고 할 만할까요?



파리는 무작정 걸어도 좋다. 아름다운 건물들이 늘어선 파리의 거리를 산책하는 것은 특권이다. (24쪽)


일상 속에 아름다움이 살아 있는 것,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노력이 바로 파리를 예술의 도시로 만든다. (36쪽)



  파리는 그냥 걸어도 좋은 도시라고 합니다. 파리뿐 아니라 ‘아름다운 도시’라고 일컫는 곳은 어디나 그냥 걷기에 좋다고 해요. 여행자한테 걷기에 좋은 도시는 여행자뿐 아니라 ‘거주민한테도 걷기에 좋은 도시’가 될 테고, 걷기에 좋은 도시는 ‘살기에 좋은 도시’가 되리라 느낍니다.


  왜냐하면, 걷기에 좋다고 할 적에는 걸어서 다니면서 바라보는 모습이 좋다는 뜻이고, 걸으면서 나무 그늘이나 냄새를 누리기에 좋다는 뜻이며, 자동차 걱정이 없다는 뜻일 테니까요. 그리고, 걷기에 좋은 곳이라면 아이들이 뛰놀기에도 좋은 곳이 될 테고, 이런 곳에서는 마을 이야기나 살림이나 문화도 한결 넉넉하거나 이쁘장하리라 생각해요.


  이리하여 조홍식 님은 파리를 놓고 “일상 속에 아름다움이 살아”서 흐른다고 말합니다. 예술가 몇몇이 꾸미는 겉모습이 아니라, 프랑스사람 스스로, 파리사람 스스로, 언제 어디에서 즐겁게 아름다운 살림을 짓는다고 해요.



1980년대 파리에 살면서 가장 불편했던 것은 주말에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 것이었다. 평일에도 저녁 7시가 지나면 아무것도 살 수가 없었다 … 30여 년 전 상점의 영업 시간을 통제했던 중요한 이유는 가게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휴식을 취할 권리가 있다는 원칙 때문이다. (278, 279쪽)



  도시뿐 아니라 시골도 비슷하다고 느낍니다. 우리가 살아가려고 하는 삶터를 ‘자동차 중심’으로 삼는다면, 자동차가 다닐 찻길을 늘리고 주차장을 늘려야 합니다. 이때에는 찻길을 반듯하게 펴려 하면서 재개발이 끊이지 않아요. 자동차가 한복판에 서는 도시 계획이라면, 골목에서도 자동차가 흔히 지나다니니까, 아이들한테는 무척 괴롭습니다. 어른들도 걷거나 자전거를 타기에 나쁠 테고요.


  자동차가 없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에요. 자동차를 타더라도 ‘어린이와 어른(젊은 어른이나 나이든 어른 모두)’ 누구나 느긋하게 걷거나 마실을 즐기거나 해바라기를 할 수 있을 만한 “걷는 문화”가 바탕이 되면서 “자동차도 즐겁게 함께 누릴 수 있는 도시 계획”일 때에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상상해 보라. 문화대국 프랑스의 문화부장관을 머나먼 한국에서 입양해 키운 인재에게 맡기는 용기를. (321쪽)



  《파리의 열두 풍경》을 쓴 조홍식 님은 파리 여행(또는 파리 나들이)에서 프랑스하고 파리를 가로지르는 깊은 속내를 들여다보자고 이야기합니다. 이를테면 ‘문화대국 프랑스’를 이루는 너그러움(관용)이 무엇인가 하고 짚습니다. 프랑스에서 입양한 아이가 얼마든지 문화부장관이 될 수 있는 터전을 다루어요.


  한국에서는 이 같은 일이 생길 수 있을까요? 한국은 이웃(마을 이웃뿐 아니라 다른 나라까지)한테 얼마나 너그러운 나라라고 할 만할까요? 이주노동자하고 이주여성한테 얼마나 너그러운 나라일까요? 같은 한겨레한테 얼마나 너그러운 나라일까요?


  너그러울 때에 착한 마음이 되고, 착한 마음일 때에 아름다움을 꿈꿀 만하리라 생각해요. 아름다움을 꿈꿀 적에 평화를 마음에 담고, 평화를 마음에 담을 적에 자유와 민주와 평등도 나란히 사랑하는 길을 걸어갈 만하리라 느껴요. 아름다운 한국을 꿈꾸면서 “열두 빛깔 파리” 이야기를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2016.5.24.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책읽기)


* 글에 넣는 사진은 '책과함께 출판사'에서 고맙게 보내 주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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