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이사 가요
임유정 그림, 정란희 글 / 크레용하우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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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떼가 있어도 얌전히 있으면 안 쏜다

― 꿀벌이 이사 가요

 정란희 글

 임유정 그림

 크레용하우스 펴냄, 2015.5.7. 11000원



  이태쯤 앞서 벌에 쏘인 일이 있어요. 벌한테 아무것도 안 했는데 벌이 나하고 큰아이한테 달려들어서 쏘았어요. 벌은 가만히 있는 사람을 쏘는 일이 없을 텐데 이 벌한테 틀림없이 무슨 일이 있었지 싶습니다. 어쩌면 내 앞에서 누군가 이 벌을 괴롭히거나 들볶은 탓에 마침 나타난 나하고 큰아이한테 마구 달려들었을 수 있어요.


  벌떼가 달려들어 우리를 쏜 자리를 며칠 뒤 빙 돌아서 지나가다가 그곳에 벌통이 꽤 많이 놓인 모습을 보았어요. 우리 마을에서는 벌통을 놓으며 벌을 치는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없으니, 아마 다른 곳에서 일부러 이곳에 벌통을 갖다 놓았구나 싶었어요. 우리 마을은 경관사업으로 논에 유채를 심기 때문에 해마다 사월이면 마을논이 유채꽃으로 가득해요. 벌을 치는 다른 마을 어떤 사람이 벌통을 잔뜩 갖다 놓았고, 이 벌통이 길가에 있다 보니, 벌이 자동차라든지 경운기라든지 뭔가에 자꾸 놀라다가 우리를 쏘았을 수 있겠다고 여겼습니다.



커다란 꿀벌은 석류나무에 앉았어요. 나뭇가지에 노란 점이 콕 찍혔지요. 뒤따라온 작은 꿀벌들도 사뿐사뿐 내려앉았어요. 노란 점이 콕콕콕콕! (6쪽)



  봄부터 가을까지 우리 집에 수많은 벌이 찾아듭니다. 시골에서 별을 무섭게 여긴다면 살 수 없습니다. 꽃이 피는 자리라면 어김없이 벌이 찾아드니까요. 마당에 나무가 있고, 텃밭을 일군다면, 벌은 꽃가루하고 꿀을 찾아서 쉬잖고 찾아들어요.


  곰곰이 헤아리면, 우리 집에는 꿀벌뿐 아니라 말벌도 함께 날아다니는데, 집에서 벌한테 쏘인 적은 없습니다. 매화꽃이나 모과꽃이 흐드러질 적에 이들 나무 앞에 가만히 서도 벌은 우리한테 눈길조차 안 주어요. 벌은 내 손이나 어깨에 얌전히 내려앉았다가 다시 꽃봉오리로 날아가곤 합니다.


  정란희 님이 글을 쓰고, 임유정 님이 그림을 빚은 《꿀벌이 이사 가요》(크레용하우스,2015)를 찬찬히 읽어 봅니다. 마당 있는 집에서 개하고 노는 아이가 나오는 그림책입니다. 마당 있는 집이나 나무가 집에 있고, 봄이 되어 꽃이 피니 이 나무에 벌이 찾아오지요.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벌떼가 모여도 얌전히 있으면 벌이 저를 쏘지 않는 줄 압니다. 그렇지만 개는 아이 말을 듣지 않고 컹컹 짖고 날뛰었다고 해요. 자, 어떻게 될까요?



“또또, 움직이지 않으면 괜찮대! 벌들은 새로운 집을 찾고 있는 거야.” 나나가 말했지만 또또는 왕왕 짖으며 뛰었어요. 꿀벌이 웽 날아가서 코를 톡! 또또 코가 볼록 부풀었어요. (12쪽)



  그림책 아이는 벌도 좋은 동무로 여깁니다. 벌떼가 모이든 말든 대수롭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이네 개도, 또 아이네 아버지하고 어머니도 좀 부산스럽습니다. 벌떼가 모인들 놀라거나 내쫓으려고 할 까닭이 없거든요. 벌떼한테 물을 뿌리거나 뭔가를 하려고 하니, 아이네 아버지하고 어머니도 벌한테 쏘인다고 합니다.


  아이는 멀쩡한데 다 큰 어른 두 사람이 어른스럽지 못하네요. 그림책이기에 어른스럽지 못한 어른하고 의젓한 아이를 보여줄 만할 수 있기도 할 테고요.



며칠 뒤 이사 간 꿀벌이 놀러 왔나 봐요. “안녕! 새집은 마음에 들어?” 나나는 꿀벌에게 반갑게 인사했어요. 그런데 또또는 그렇지 않은가 봐요. 고개를 숙이며 뒷걸음질 쳤어요. (31쪽)



  벌이 있기에 나무에 핀 꽃마다 꽃가루받이를 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이만 한 이야기는 나옵니다. 벌이 있기에 드넓은 밭도 숲도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면서 우리한테 먹을거리를 베풉니다. 수많은 벌은 아스라이 먼 옛날부터 사람들 곁에서 함께 살았어요. 벌침이 무섭다고 할 벌이 아니라, 온누리를 이루는 슬기롭고 아름다운 이음고리 가운데 하나라고 할 벌이지 싶어요.


  그림책 《꿀벌이 이사 가요》는 새로운 집을 찾아서 한꺼번에 움직이는 꿀벌 이야기를 차근차근 들려줍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마을이나 살림집 언저리에 벌떼가 있다면 어느 모로 걱정할 수 있을 테지만, 벌집은 집하고 살짝 떨어진 데에 가만히 옮겨 줄 수 있어요. 집 둘레에 벌집이 있어도 이 벌집을 건드리지 않고 고이 놓아 준다면 서로 다칠 일이 없기도 해요.


  우리 집 큰아이는 이태쯤 앞서 벌에 한 번 쏘인 일을 아직 잊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그때보다 많이 나아졌습니다. 때로는 벌이 날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잘 놀기도 합니다. 벌은 벌대로 저희 살림을 짓고 사람은 사람대로 제 살림을 지으니까요. 그나저나 벌이 있어서 꽃가루받이도 하지만, 사람은 벌한테서 ‘꿀’이라고 하는 더없이 멋진 먹을거리를 얻기도 해요. 참말로 벌이 없다면 사람은 달콤하고 맛난 꿀을 못 얻겠지요. 2016.5.2.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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