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없는 사진말

19. 그냥 찍기



  사진을 어떻게 하면 잘 찍을 수 있을까 하고 묻는 사람한테 늘 “그냥 찍으셔요.” 하고 말한다. 그냥 찍으면서 그냥 즐긴다. 그냥 찍으면서 그냥 나눈다. 그냥 찍으면서 그냥 바라본다. 생각해 보면, 뜨개질도 그냥 해 보면 된다. 밭일도 그냥 해 보면 된다. 밥짓기나 집짓기도 그냥 하면 다 된다. 다만, 하루아침에 되리라 하고 여기면 안 된다. 이것만큼은 안 된다. 하루아침에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얼른 지우고, 그냥 하면 된다.


  그냥 하다가 며칠 만에 뜻을 이룰 수 있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한두 해를 하거나 열 몇 해를 하면서 저절로 뜻을 이룰 수 있다. 그냥 즐겁게 하면서 삶을 곱게 지을 수 있다.


  누구한테서 배워야 잘 하지 않는다. 누가 가르쳐 주어야 잘 할 만하지 않다. 곁에 달라붙어서 이렇게 가르치거나 저렇게 이끌어야 비로소 사진찍기나 사진읽기를 잘 해내지 않는다. 꼬치꼬치 도움말을 들려주어야 밥을 잘 짓지 않는다. 그냥 스스로 맛나게 먹으려는 마음으로 스스럼없이 지으면 된다.


  아이들을 어떻게 사랑할까? 그냥 사랑하면 되지. 아이가 어버이를 사랑하는 마음도 그냥 일어난다. 억지로 세우지 않는다. 마음이 맞는 두 사람도 그냥 서로 바라보면서 사랑하는 짝꿍이 된다. 어거지로 끌어당길 수 없고, 함부로 잡아당기지 못한다.


  ‘그냥’이라는 말, 참 쉽다. 그리고, 사진도 삶도 살림도 무엇도 그냥 쉽게 하면 된다. 우리는 예술가로 태어나야 하지 않고, 우리는 작품을 꾸며야 하지 않다. 우리는 ‘사진가’가 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그냥 나’로 있으면 된다. 그저 그대로, 고이 그렇게, 고스란히 그 결로 살아가고 살림하며 노래하는 마음이 될 때에, 어느새 사진이 태어나고 글이 태어나며 그림이 태어난다. 사랑도 꿈도 그냥 포근히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피어난다. 그러니, 첫걸음을 내딛으려고 하는 사람을 보면 “그냥 하셔요.”라는 말을 할밖에 없다. 네, “그저 그냥 해 보셔요. 그러면 다 됩니다.” 2016.4.11.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사진넋/사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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