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가 좋아지는 국어사전 킨더랜드 책가방 1
오성균 지음, 류미선 그림 / 킨더랜드(킨더주니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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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삶 141



초등학교 교과서에 ‘어려운 한자말’이 많구나

― 국어가 좋아지는 국어사전

 오성균 글

 류미선 그림

 킨더랜드 펴냄, 2016.1.15. 14800원



  《국어가 좋아지는 국어사전》(킨더랜드,2016)은 초등학교 낮은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어려운 말’을 쉽게 풀이하는 몫을 맡는 ‘작은 사전’이라고 할 만합니다. 부드럽고 재미난 그림이나 만화를 곁들여서 초등학교 낮은학년 어린이가 스스로 읽고 스스로 생각해서 수수께끼를 풀듯이 ‘말에 얽힌 궁금한 대목’을 찾아내도록 도와주는 구실을 한다고 할 만해요.



낱말이 한자어인 경우, 한자의 음과 뜻을 알려주어 낱말의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낱말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유추해 보세요. (일러두기)



  그러면 초등학교 낮은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어려운 말’이란 무엇일까요? 일러두기에도 나오는데, ‘한자말’이 어린이한테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국어가 좋아지는 국어사전》을 보면 ‘한자말 풀이’에 크게 마음을 기울여서 이야기를 엮어요. 한자말을 놓고 어떤 한자로 엮었는지를 알려주고, 한자를 엮어서 어떻게 낱말을 짓는가 하는 대목을 밝힙니다.



[감동] 무언가를 보거나 듣고 크게 느껴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말해요. (비슷한말 : 감명, 감탄)


[거인] 몸이 아주 큰 사람이에요. (비슷한말 : 대인) (반대말 : 소인)



  어른한테는 ‘감동’이나 ‘거인’ 같은 한자말은 대수롭지 않을 만합니다. 그러나 어린이한테는 달라요. 아무래도 낯설고 쉽지 않아요. 그래서 ‘감동’을 “마음이 움직이는 것”으로 풀이하고, ‘거인’을 “큰 사람”으로 풀이합니다.


  자, 여기에서 한 가지를 생각해 보면 어떠할까 싶어요. 이를테면,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감동’이라고 쓸 수도 있지만, 어린이가 누구나 쉽게 잘 알 수 있도록, 마음이 움직이는 때에 ‘마음이 움직인다’고 말할 만해요. 큰 사람을 보고 “야, 저기 거인이다!”라 하기보다는 “야, 저기 큰사람이다!”라 할 만하고요.


  한자로 ‘거 + 인’이라는 낱말을 지을 수 있지만, 한국말로 ‘큰 + 사람’이나 ‘큰 + 이’로 낱말을 지을 수 있어요. 그리고, 마음이 움직이는 모습을 두고 ‘뭉클하다’나 ‘짠하다’ 같은 낱말이 있어요. ‘느끼다’를 쓸 만한 자리도 있어요. “이 책을 읽고 뭉클했어요”라든지 “이 영화를 보고 슬픔을 느꼈어요”라든지 “이 그림을 보니 아름다움을 느끼겠어요”처럼 말해도 얼마든지 ‘감동’이라는 낱말이 없이 이야기를 나눌 만합니다.



[고민] 어떤 문제로 마음이 편하지 않고 괴로운 일을 말해요. (비슷한말 : 걱정, 근심)


[관람] 영화나 연극, 운동 경기, 전시 같은 것을 구경하는 일이에요 (비슷한말 : 구경)



  《국어가 좋아지는 국어사전》은 ‘고민’을 “괴로운 일”로 풀이하고 ‘관람’을 ‘구경’으로 풀이합니다. 그렇지만, ‘괴롭다’나 ‘구경’은 무엇을 뜻하는지 따로 풀이하지 않아요. 그리고 ‘걱정’이나 ‘근심’은 어떤 뜻인지 풀이해 주지 않습니다. ‘비슷한말’이라고 하면서 낱말만 보여줍니다.


  이렇게 되면, ‘근심’이나 ‘걱정’이나 ‘구경’은 어느 자리에 어떻게 써야 알맞은가를 잘 알기 어려워요. 한국말 ‘걱정·근심·구경’ 쓰임새도 함께 풀어내면서, 이러한 낱말을 어린이와 어른이 슬기롭고 즐겁게 쓸 수 있는 길도 나란히 보여준다면, 《국어가 좋아지는 국어사전》은 한결 짜임새가 돋보이고, 어린이도 한국말을 한결 넓으면서 깊게 배울 만하리라 봅니다.



[가운데] 처음과 끝 사이에 있는 중간 부분이에요. (비슷한말 : 중앙, 한복판) (반대말 : 가장자리, 변두리)


[동무] 친하게 지내는 사람을 말해요 (비슷한말 : 벗, 친구)

- 같은 동네에 살면서 친하게 지내는 친구나 학교에 함께 다니면서 친하게 지내는 친구를 ‘동무’라고 해요. ‘벗’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가운데’와 ‘동무’ 풀이를 살펴봅니다. ‘가운데’를 ‘중간’으로 풀이하고 그냥 넘어가요. 그래서 다른 한국말사전에서 ‘중간(中間)’이라는 한자말을 찾아봅니다. ‘중간’은 “1. 두 사물의 사이 2. 등급, 크기 차례 따위의 가운데 3. 공간이나 시간 따위의 가운데 4.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 사이”를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여느 한국말사전에서는 ‘가운데 = 중간’이고 ‘중간 = 가운데’인 꼴이에요. 돌림풀이입니다. 뜻이 같지만 하나는 한국말이고 하나는 한자말인 셈이에요.


  우리는 두 가지 낱말을 다 쓸 수 있습니다만, 어린이한테 어렵다고 할 만한 ‘중간’을 구태여 써야 하는가를 곰곰이 돌아보아야지 싶어요. ‘가운데’라는 말을 쓰고, ‘한가운데’와 ‘한복판’과 ‘복판’은 또 어떻게 다른가를 알맞게 갈라서 알려줄 때에 한결 슬기로운 한국말사전 노릇을 하리라 봅니다.


  그리고, ‘동무’를 “친하게 지내는 사람”으로 풀이해 놓는데, ‘동무’랑 ‘벗’이랑 ‘친구’는 어떻게 다른 낱말일까요? 왜 “가까이 지내는 사람”을 놓고 여러 가지 낱말이 있을까요? 이런 대목에서 조금 더 깊이 들어가서 찬찬히 수수께끼를 풀면 좋을 텐데, 아쉽게도 《국어가 좋아지는 국어사전》에서는 이 대목을 다루지 못합니다.



[모둠] 어떤 모임이나 물건을 작은 꾸러미로 묶은 것을 말해요. (비슷한말 : 분단, 조)


[바탕] 어떤 물체의 틀이나 뼈대를 이루는 것 또는 사람의 타고난 마음씨를 말해요. (비슷한말 : 기반, 근본)


[흥미] 즐거운 마음이 생기는 일을 말해요. (비슷한말 : 재미, 관심)



  ‘모둠’이라는 낱말을 놓고도 비슷한말로 ‘분단’하고 ‘조’를 들기만 하는데, ‘분단’이나 ‘조’라는 일제강점기 찌꺼기말을 털려고 ‘모둠’이라는 한국말을 새롭게 지어서 써요. 이러한 대목을 더 깊이 살펴서 들려주지 못하는 대목도 살짝 아쉽습니다. ‘모둠’을 놓고는 ‘모임·동아리·무리·떼’ 같은 비슷한말이 저마다 어떻게 다른가를 풀이하고 밝혀서 알려줄 수 있어야지 싶어요.


  ‘바탕’은 ‘기반’이나 ‘근본’ 같은 비슷한말이 있다고 드는데, ‘바탕’하고 참말 비슷한 ‘밑바탕’이나 ‘바닥’이나 ‘밑바닥’이나 ‘틀’이나 ‘밑틀’이 그야말로 어떻게 다른가를 밝혀서 들려주는 쪽이 나으리라 생각해요.


  ‘흥미’라는 한자말은 ‘재미’라는 한국말하고 어떻게 다른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할 테고요.



[올림말]

(한국말) 가운데 겨레 고을 골탕 군더더기 궤짝 글 글자 까닭 꾀 꾸러미 꿈

(한자말) 가족 간판 감동 강당 거인 게시판 결승 겸손 경험 고민 고집 곤충 공격 공예 과정 관람 광장 교훈 구별 국어사전 궁리 권유 귀국 기본 기술


(한국말) 아우 외딴 이야기

(한자말) 안내 안전사고 야단 약도 약초 역할 연속 염료 염색 예절 완성 요술 우주 운전면허 원인 위험 유학 은혜 응원 이장 이해 인심 인형극


(한국말) 자랑 줄거리 쪽지

(한자말) 작문 작별 잡지 장면 재치 전학 접수 정성 정직 조리 조립 조사 조상 존중 종류 주인공 주장 준비 지혜 짐작


(한국말) 토박이말 하루 허수아비

(한자말) 차례 참견 채점 처방 처자 처지 천연 체감 체조 체험 초대 추천 추측 축하 충고 치료 친정 탑승 태도 태연 특징 파견 판결 편리 평생 포장 표정 표지판 표현 필요 합격 해결 행사 형식 확인 환호 활용 훈화 흡입 흥미



  《국어가 좋아지는 국어사전》이라는 책에 실린 올림말을 가만히 살펴봅니다. ‘ㄱ’에서는 한국말이 이럭저럭 있으나, ㄴ부터 ㅎ까지 보면 한자말이 훨씬 많습니다. ‘ㅊ’이나 ‘ㅍ’에서는 한국말이 아예 한 가지도 없습니다. ㅊ이나 ㅍ에서는 어려운 한국말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가운데’나 ‘이야기’나 ‘하루’ 같은 낱말을 《국어가 좋아지는 국어사전》에서 다루는 만큼, ㅊ이나 ㅍ에서도 어린이가 한국말을 깊고 넓게 살피도록 이끌 만한 한국말을 올림말로 뽑았어야 하리라 느껴요.


  그런데 이 책은 ‘초등학교 낮은학년 교과서’에 실린 낱말을 바탕으로 엮습니다. 그러니까 초등학교 낮은학년 교과서에 실린 낱말이 으레 한자말이고, 더욱이 ‘쉽지 않은 한자말’이라는 뜻을 보여주는 셈이기도 하구나 싶어요. 초등학교 낮은학년 교과서에서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는 한국말을 좀 슬기롭게 가려서 쓸 수 있을 때에 비로소 《국어가 좋아지는 국어사전》도 ㅊ이나 ㅍ뿐 아니라 이모저모 골고루 한국말을 슬기롭게 다룰 수 있으리라 느껴요.


  한자말을 쓰느냐 안 쓰느냐를 따져야 하기보다는, 어린이가 생각을 살찌우고 마음을 가꾸도록 북돋우는 말을 우리 어른들이 잘 살펴서 들려줄 수 있기를 바라요. ‘이 한자말을 저 한국말로 풀이하는’ 틀에서 벗어나고, ‘이 한국말을 저 한자말로 풀이하는’ 돌림풀이에서도 벗어날 수 있기를 바라요. 생각을 담는 말이듯이, 생각을 담는 말을 적는 글이듯이, 이 대목을 환하게 밝히면서 말살림을 가구는 새로운 책을 기다려 봅니다. 2016.3.25.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어린이책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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