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 유쾌한 정신장애인들의 공동체 '베델의 집' 이야기
사이토 미치오 지음, 송태욱 옮김 / 삼인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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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름 :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 글쓴이 : 사이토 미치오
- 옮긴이 : 송태욱
- 펴낸곳 : 삼인(2006.1.5)
- 책값 : 10000원

 우리 나라에도 틀림없이 ‘장애인 공동체’라는 곳이 있습니다. 장애인을 아끼고 돌보며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자기가 하고픈 일을 하면서 꿈을 펼치도록 도우려는 손길도 제법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이 살아가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느끼거나 바라보아 주는 마음길이란 찾아보기 아주 어렵습니다.


.. 만약 관리 규칙이 있다면, 모든 것이 ‘규칙에 이렇게 쓰여 있으니까’라고 정리해 버려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유롭게 활달한 의견이나 발상이 파묻혀 버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  〈37쪽〉


 정신장애인들이 모여서 산다는 ‘베델의 집’. 정신장애면 어떻고 다른 장애면 어떻습니까. 문제는 장애인이 아닙니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들이 문제이고 골치입니다. ‘이런 장애인이 있대’가 아니라 ‘장애인이네’ 하고 바라보기만 하지 못하는 비장애인 문제입니다. 치우치거나 비뚤어진 생각을 씻지 못하는 우리들 문제입니다.

 장애인은 장애인입니다. 장님은 장님이고 귀머거리는 귀머거리입니다. 앞을 못 보니 장님이고 소리를 못 들으니 귀머거리예요. 이런 낱말은 사람을 차별하거나 괴롭히려는 말이 아닙니다. 그런데 ‘장님’을 깔보는 말로 여겨서 ‘시각장애인’으로 돌려서 말하고 ‘장애인’을 ‘장애우’로 돌려서 말합니다. 우리는 낱말만 바꾸려 하고 우리들 생각과 몸짓은 하나도 안 바꿉니다. 비장애인 삶에만 맞춘 제도 또한 그대로 두려 합니다. 이러면서 무엇을 하지요? 껍데기만 그럴싸하면 되나요? 요즘 지하철에는 꽤나 큰돈을 들여서 ‘스크린도어’라는 것을 만드는데, 이것은 ‘비장애인 안전’만 생각하는 시설일 뿐 장애인도 함께 헤아리는 시설은 아닙니다(여기에 들이는 돈과 잽싼 움직임과 어떻게 짓는가를 보면 훤히 알 수 있어요). 더구나 우리네 교통 현실은 장애인이고 비장애인이고 사람 대접을 못 받게 되어 있습니다. 자가용 중심이고, 관리자 중심이거든요. 버스타는곳이고 전철역이고 앉을 자리, 걸상이 몇 없습니다. 사람들 거님길에 ‘턱’이 너무 높거나 많으면 휠체어 타기 아주 안 좋습니다. 게다가 비장애인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에도 아주 안 좋고 아버지나 어머니가 유모차를 끌기에도 참 나쁩니다. 그런데 이런 시설은 좀체로 바뀌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도 못 느끼고 건의도 제대로 안 하지만, 건의를 받는 공무원들은 움직이지 않을 뿐더러 스스로 문제를 찾거나 고치려고도 하지 않아요. 이러니까 장애인 문제는 ‘그들한테만 문제인 것’쯤으로 여겨 버리겠지요?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는 작은제목으로 “문제투성이 ‘베델의 집’ 사람들의 놀라운 회사 창업 성공기”라는 말이 붙어 있습니다. 네, 이런 창업성공기도 좋고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더 재미있고 좋은 대목은 ‘장애인이면 어떻고 비장애인이면 어떠냐? 똑같이 세상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하는 이야기를 차분하게 건네는 데에 있습니다. 그저 즐겁게 어울리는 사람들, 규칙이나 틀로 서로를 옭아매려 하지 않는 사람들 이야기예요.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이렇게 산다구’ 하며 이야기를 건넵니다. 딱히 따뜻하지 않게, 그러나 구태여 차갑지도 않게. 있는 그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남김없이 보여주면서 손을 내밉니다. 이 손을 장애인들 손으로 느끼지 말고 ‘당신과 똑같은 사람 손’이라고 생각해 주기를 바라는 이야기책입니다. (4339.2.1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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