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기적이다 - 현대의 미신에 대한 반박
웬델 베리 지음, 박경미 옮김 / 녹색평론사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 책이름 : 삶은 기적이다
- 글쓴이 : 웬델 베리
- 옮긴이 : 박경미
- 펴낸곳 : 녹색평론사(2006.2.15)
- 책값 : 7000원


 우리 나라에 참된 과학이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과학뿐 아닙니다. 문학도 사상도 철학도 역사도 참답게 자리잡고 있을는지요? 글쎄. 그러면 책은 어떻습니까? 그림이나 사진은? 교육이나 사회는? 정치나 경제는? 노동은? 운동경기는 어떨까요?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습니까? 우리 모두 즐겁게 맞이하면서 너나없이 고르게 함께할 수 있는가요?


.. 과학은 인간적 한계를 지니며, 늘 인간의 무지와 오류를 포함한다. 과학이 발명해내거나 발견해낸 해결책들이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고, 또 그 자체가 새로운 문젯거리가 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과학자들은 특정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핵에너지를 사용하는 방법을 발견해냈지만, 핵의 사용은 우리 모두에게 대단히 위험하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핵폐기물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까지 알아내지 못했다. (그들은 폐타이어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알지 못한다) 항생제의 사용은 항생제의 남용을 가져왔고, 계속 이런 식이다. 우스꽝스럽게도 우리는 일상적 삶 속에서 황당한 과학지식에 매달린다. 가령 우리는 유전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게 되었지만, 우리 가운데 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식이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한다 ..  〈53∼54쪽〉


 한 달쯤 앞서, 서울역에서 전철을 탈 때입니다. 저는 멀리 가는 길이라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전철을 탔는데 마침 유모차를 끌고 계단 앞에서 허둥지둥하는 젊은 어머니 한 분을 만났습니다. 한쪽 어깨에는 자전거를 메고 있었지만 한쪽 손은 자유로워서, “아주머니, 같이 들어 드릴게요” 하고는 꽤나 긴 계단을 타고 내려왔습니다. 저는 표를 끊고 안으로 들어갔고, 아이 어머니는 표를 사서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유모차를 어떻게 개찰구를 넘어 나오는가로 힘들어합니다. 아마, 전철역까지 오는 동안 꽤나 애먹고 힘들었는가 보군요. 그런데 서울역 개찰구에는 휠체어나 유모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뚫려 있는 다른 문’이 없습니다. 표를 끊고 지나가는 자리도 대단히 좁습니다. 그래, 하는 수 없이 유모차를 들어서 안쪽으로 옮겨야 했고, 아이도 누군가 들어 주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아까 계단에서도 그랬으나, 이 개찰구 앞에도 사람들로 북적거리기는 했어도 누구 하나 손을 거들거나 도와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마침 이날만 이렇게 돕는 손길이 없는지도 몰랐겠지만요.


.. 다행스러운 것은 과학자들조차도 자신들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말할 때에는 “한 여성”, “한 남성”, “한 아이”, “한 사례”와 같은 범주의 언어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정을 느낄 때 우리는 추상과 추상화의 범주들을 깨부수고, 고유한 생명과 장소를 지닌 피조물 그 자체와 대면하고 싶어한다 ..  〈65쪽〉


 아기를 제가 안고 있는 동안 젊은 어머니는 유모차를 낑낑거리며 개찰구 아래로 밀어서 가까스로 빼냅니다. 겨울이지만 얼굴엔 땀이 줄줄 흐릅니다. “아유, 서울 한번 나오면 힘들어서 못 다니겠어요. 다니기 너무 불편해요!” 하는 아이 어머니. 저는 4호선을 타고 아이 어머니는 1호선을 탑니다. 길이 엇갈려서 걱정스러운데, 저 어머니가 가는 길에 도와줄 사람이 있을는지…


.. 삶을 경험한다는 것은 뭔가를 “알아내거나”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고통받는 것이며, 동시에 있는 그대로 삶을 기뻐하는 것이다. 고통받으면서, 또 있는 그대로 기뻐하면서 우리는 삶을 완전히 이해하지도 못하고, 이해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아가서 우리는 생명을 이해했다는 누군가의 주장에 의해 생명이 소유되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생명은 우리가 향유하는 것이지만, 우리 너머에 있다 ..  〈18쪽〉


 《나에게 컴퓨터는 필요없다》(양문), 《생활의 조건》(산해) 같은 책에 이어 우리 말로 번역된 ‘웬델 베리’ 님 책 《삶은 기적이다》입니다. 과학기술이라는, 또 물질문명이라는 허울좋은 껍데기에 마음을 빼앗기고 제정신을 잃어버린 우리들한테 참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가야 즐거운가를 자기 경험을 밑바탕 삼아서 들려주는 이야기책입니다. 소중한 나를 찾고, 내 삶터를 찾을 때는 우리 삶을 ‘기적’이라 할 만하지만, 나 자신을 소중히 느끼지 못하고 내 삶터를 소중히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를 억누르는 권력자들 배만 불려 주는 ‘기적’을 낳는다는 이야기도 담아요. (4339.3.9.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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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번역은... 다른 녹색평론사 책과 마찬가지로 엉망입니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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