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먹어 버릴 테다! 담푸스 철학 그림책 1
에릭 바튀 글.그림, 이주희 옮김 / 담푸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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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40



숲까지 집어삼킨 늑대가 튼튼해지는 길은?

― 다 먹어 버릴 테다!

 에릭 바튀 글·그림

 이주희 옮김

 담푸스 펴냄, 2013.12.20. 1만 원



  자다가 한밤에 빗소리를 듣고 눈을 뜹니다. 아니, 바로 눈을 뜨지는 않고 빗소리를 들으며 ‘비가 오네’ 하고 생각했어요. 오늘 밤에 비가 올 줄 몰랐구나 하고 느끼면서 마당에 무엇을 내놓았나 하고 돌아봅니다. 비를 맞으면 안 될 것이 있는지 잠자리에서 눈을 감고서 하나하나 헤아리다가 ‘아차, 어제 평상 손질을 마치고 오늘도 더 손질하려고 연장통을 처마 밑에 두기는 했는데 빗물이 들이칠 수 있겠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비설거지를 미처 못한 살림을 처마 밑으로 들이려고 부랴부랴 일어납니다.


  따스한 봄비 기운을 느끼면서 살림을 건사합니다. 어제까지 날마다 신나게 집 안팎을 치웠고 이제 며칠 더 치움질을 하면 새봄에 한결 말끔한 보금자리로 거듭날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참으로 쉴 겨를이 없도록 날마다 일을 하다가 맞이한 비라서, 새 하루가 찾아오면 모처럼 느긋하게 이 비를 노랫가락처럼 들으며 쉴 만하겠다고 느껴요.


  아이들이 자면서 걷어찬 이불을 주섬주섬 챙겨서 새로 덮고서 기지개를 켜는데 온몸에서 우두둑 소리가 납니다. 어젯밤에 잠들 적에는 아이들도 나도 신나게 곯아떨어졌는데, 이렇게 잠에서 깨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멀쩡합니다. 놀면서 기운을 다한 아이들도, 일하면서 기운을 다 뺀 어버이도, 새근새근 자고 나면 참말 고맙게 새로운 기운이 솟아요. 그러고 보면, 아이도 어른도 신나게 놀거나 일하면서 군살 없이 튼튼한 몸으로 이어갈 만하구나 싶습니다.



올해도 춥고 건조한 겨울이 이어졌어요. 날이 풀리자마자 꼬치꼬치 마른 늑대 씨가 주린 배를 움켜쥐고 숲에서 나왔어요. (3쪽)



  에릭 바튀 님이 빚은 그림책 《다 먹어 버릴 테다!》(담푸스,2013)를 읽습니다. 겨우내 배가 고파서 ‘갈비씨’가 되고 만 늑대가 너무 배고픈 나머지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먹다가 그만 ‘뚱보씨’가 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입니다.


  다만, 늑대 한 마리는 처음부터 먹보이지는 않았어요. 너무 배고프다 보니 아무것이든 눈에 보이는 대로 입을 쩍 벌리고 집어넣었는데, 늑대 먹이뿐 아니라 나무도 새도 구름도 바위도 몽땅 늑대 뱃속으로 들어갔어요.


  늑대는 처음에는 작은 짐승만 잡아서 먹네 하고 여겼지요. 그러나, 어느새 ‘숲이나 구름’을 먹는 맛이 남다른 줄 깨닫고는 무엇이든 다 집어삼키려고 해요.



늑대 씨는 차가운 음식으로 입가심을 하고 싶었어요. 시원한 구름을 후루룩 들이마시다, 날아가던 통통한 오리 떼까지 냠냠 먹어치웠어요. ‘음, 사르르 녹기도 하고, 오도독오도독 씹히기도 하네!’ 늑대 씨가 입맛을 다셨어요. 날름! 나무와 들과 함께, 지저귀던 새들도 커다란 아가리로 들어갔어요. (8∼9쪽)



  갈비씨에서 뚱보씨로 바뀐 늑대를 바라보는 실개울이 바르르 떨었대요. 아마 실개울뿐 아니라 작은 모래알도 바르르 떨었을 테지요. 가랑잎도 나뭇잎도 바르르 떨었을 테고요. 무엇이든 잡아채워 먹어치우는 이 무시무시한 늑대를 본 모든 것들은 그만 바르르 떨밖에 없어요.


  그런데 늑대씨는 먹고 또 먹어도 배고픔이 가시지 않아 자꾸 먹는데, 실개울 앞에 서다가 제 모습을 물에 비추어서 바라보았어요. 아마 실개울을 집어삼켜서 입을 씻으려고 생각했을 텐데, 실개울에 뚱뚱한 제 모습이 비치자, 그만 깜짝 놀라고는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하고 놀랐을 테지요.



늑대 씨 앞에서 가느다란 실개울이 바르르 떨었어요. 늑대 씨는 개울물을 들여다보았어요. 늑대 씨가 짜증을 냈어요. “뭐야! 왜 이렇게 뚱뚱해졌지? 내 배 근육! 팔뚝 근육! 다 어디 갔어!” (12∼13쪽)



  그림책 《다 먹어 버릴 테다!》에 나오는 늑대는 병원에 갑니다. 병원에 있는 의사와 간호사는 늑대를 보고는 뱃속에 너무나 많은 것이 들었으니 뚱뚱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이 말을 들은 늑대는 병원에서 의사와 간호사까지 냠냠 삼켜요.


  참말 못 말릴 늑대네요. 뚱뚱해진 몸을 다스리려고 병원에 갔으면 좀 철이 들어야 할 텐데 말이지요. 그런데 말이지요, 이때에 누군가 또 병원 문을 두들깁니다. ‘뭐든지 집어삼키는 버릇’이 들고 만 다른 늑대 한 마리예요. 게다가 다른 늑대 한 마리는 ‘뚱뚱보 늑대’보다 몸집이 훨씬 큽니다.


  자, 이제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뚱뚱보가 된 늑대는 어떤 일을 맞이할까요? 뚱뚱보 늑대는 군살을 덜어내고 튼튼하면서 씩씩한 예전 몸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늑대 씨가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은, 곰이며 산양이며 오리 떼와 토끼 떼는 내버려 두고, 매일 아침 달리기를 한 다음에…… 책 한 권을 먹어치우는 거래요! (31쪽)



  신나게 노는 아이들을 보면, 이 아이들은 살이 찔 겨를이 없다고 느낍니다. 하루 내내 쉬지 않고 뛰고 달리고 구르고 웃고 노래하고 흙을 파고 소꿉을 하고 그림을 그리느라 바쁘니 언제 살이 찔 수 있겠어요. 살짝 토실토실하거나 포동포동한 아이는 있을 테지만, 뛰어노느라 바빠서 언제나 튼튼하면서 씩씩하리라 느껴요.


  어른도 이와 같아요. 집 안팎에서 즐겁고 씩씩하게 살림을 짓고 삶을 가꾸면서 지낸다면, 어른도 살이 찔 겨를이 없을 테지요. 다만, 사람마다 몸이 다르니 몸집이 더 큰 어른은 있을 테고요.


  그림책 《다 먹어 버릴 테다!》를 보면, 이 그림책에 나오는 늑대는 ‘아무 생각이 없이’ 먹어대기만 합니다. 참말로 아무 생각이 없이 먹어대기만 하니까 그만 뚱뚱보 늑대로 바뀝니다. 무엇 하나를 먹을 적에도 고맙게 여기면서 즐겁게 먹는 몸짓이었다면 뚱뚱보로 바뀌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해요. 그러니까, 너무 서둘러서 마구 먹으니까 말썽이 생겨요. 차근차근 끼니를 장만해서 차근차근 즐기고, 밥 한 끼니를 즐긴 만큼 삶과 살림을 새롭게 즐기려는 데에 기운을 쓴다면, 먹어도 먹어도 끊이지 않는 배고픔을 가실 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먹고 또 먹어야지’ 하는 생각이 아니라, ‘즐겁게 먹었으니 이 즐거운 보람을 발판 삼아서 어떤 즐거운 살림을 새로 지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으면 좋았으리라 느껴요.


  즐겁게 먹는 밥은 몸하고 마음을 살찌우지 싶습니다. 즐겁게 하는 일은 몸이며 마음을 살리지 싶습니다. 즐겁게 하는 놀이는 몸이랑 마음을 아름답게 거듭나도록 북돋우지 싶습니다. 2016.3.18.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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