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해양보호구역 답사기 - 아주 특별한 바다 여행
박희선 지음 / 자연과생태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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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98



사람이 못 지킨 송도갯벌을 지킨 저어새

― 우리나라 해양보호구역 답사기

 박희선 글

 자연과생태 펴냄, 2011.5.2. 14000원



  아름다운 바다를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건사할 만할까요? 바닷가를 에워싼 숲을 밀어내고 커다란 휴양시설을 지으면 아름다운 바다를 앞으로도 아름답게 건사할 만할까요? 조용하고 정갈한 바닷가에 우주선 발사기지터를 세우면 이 바다를 아름답게 지킬 만할까요? 해군기지를 바닷가에 지으면 이 바다를 튼튼하게 돌볼 만할까요? 원자력발전소나 화력발전소를 바닷가마다 빙 둘러서 올리면 이 바다에서 나는 물고기와 갯것을 깨끗하게 누릴 만할까요?


  서녘 남녘 동녘 세 군데가 바다인 나라에서 살면서 바다를 생각합니다. ‘세계 5대 갯벌’로 손꼽히는 서해 갯벌이 있는 나라에서 살며 바닷가와 갯벌을 생각합니다.


  한려해상 국립공원이 있고, 다도대 해상 국립공원이 있으며, 태안 해안 국립공원이 있는 한국입니다. 그만큼 이 바다가 아름답기에 오늘 우리가 기쁘게 누리면서 앞으로도 아이들한테 고이 물려줄 터전이리라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바다가 아니라면 아이들한테 물려줄 만하지 않을 테고, 깨끗하지 않은 바다라면 아이들한테 물려주기 어렵겠지요. 무언가를 자꾸 뚝딱거리기보다는 바닷결 그대로 살리는 길을 헤아릴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강 하구에 퇴적물이 쌓여 섬 같은 지형이 생기고 그곳에 풀이 자라 고유의 생태계를 형성한 곳을 ‘풀등’이라고 한다. 바다에서 모래사막처럼 떠오르는 이곳 풀등은 지상보다는 그 밑에 다양한 생태계를 품고 있다. 풀등의 풍부한 모래층은 넙치, 가자미 같은 가자미목 물고기나 다양한 저서생물들에게 훌륭한 서식처이며 산란장이다. (34쪽)


보전지역으로 지정할 당시 여의도 면적의 30배에 달했던 풀등은 불과 10년도 안 되어 2/3 이상이 사라져 버렸다. (36쪽)


섬을 찾는 사람들이 기하급수로 늘고 있는 요즘, 접안시설이 따로 없는 풀등에 수없이 오가는 보트들이며 고운 모래섬을 파헤쳐 갯벌체험을 즐기는 고사리 같은 손들이 풀등의 경관과 생태계를 위협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다. (38쪽)




  박희선 님이 쓴 《우리나라 해양보호구역 답사기》(자연과생태,2011)를 읽습니다. 바야흐로 겨울이 저물고 봄으로 접어들면서 아이들이 슬슬 바다를 찾습니다. 시원한 바닷가에 가서 모래밭 놀이도 하고 바닷물 놀이도 하고 싶다 합니다. 자전거를 달려서 두 아이하고 고흥 여러 바닷가로 나들이를 다닐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 집에서는 봄 여름 가을 세 철에 걸쳐서 고흥 발포나 구암이나 풍남 바닷가로 나들이를 다니곤 합니다. 때로는 두 시간 즈음 걸어서 바닷가로 가고, 때로는 군내버스를 기다려서 바닷가로 가며, 때로는 자전거를 달려 바닷가로 갑니다.


  처음에는 발포 바닷가로 자주 갔는데, 이곳이 국립공원 보호구역에서 풀리고 커다란 휴양시설이 뚝딱뚝딱 들어서려 하면서 좀처럼 발길이 가지 않습니다. 바닷가를 에워싼 숲이 깡그리 밀린 자리에 높다란 휴양시설이 들어서는 바다는 그리 즐겁지 않습니다. 바다에 가는 까닭은 시멘트 구조물을 보려는 뜻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바다에 고기를 구워 먹으려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다에서는 바닷물에 뛰어들고 모래밭에서 뒹굴며 바닷바람을 쐬려는 뜻입니다.



송도갯벌은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영종도, 장봉도 갯벌과 하나로 이어져 있었을 만큼 대단한 규모를 자랑했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 건설을 시작으로 갯벌 매립에 자신감을 얻은 인천광역시가 영종도와 청라지구, 송도를 잇는 인천자유경제구역 개발을 추진하면서 갯벌은 마치 땅따먹기 게임에 잘려 나가듯 야금야금 사라져 갔다 … 사건이 이곳에서 일어났다. 갯벌로서의 가치를 점점 잃어가던 송도갯벌에서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으로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는 저어새들이 정착해 번식을 시작한 것이다. 번식지는 어처구니없게도 해안가 남동공단 주변의 유수지 안에 돌탑처럼 쌓인 작은 인공 섬이었다. (98쪽)




  《우리나라 해양보호구역 답사기》는 크게 네 갈래로 엮습니다. 바다가 아름다운 곳을 네 군데 들고, 갯벌이 고운 곳을 네 군데 들며, 바다와 갯벌을 체험여행 할 수 있는 곳을 네 군데 듭니다. 책끝에는 바닷가에서 만날 수 있는 ‘바다 이웃(바다 생물)’을 사진도감처럼 아기자기하게 넣었습니다. 덧붙여 해양보호구역이란 무엇이고, 한국에서 어느 곳이 해양보호구역인가 하는 대목도 꼼꼼히 밝혀 줍니다.


  ‘해양보호구역’이라면 ‘이곳은 꼭 지키자’고 하는 터전입니다. 국립공원도 ‘이곳만큼은 꼭 지키자’고 하는 터전이에요. 온 사회가 지나친 막개발로 치닫기 때문에, 이곳에는 더 삽날을 들이밀지 말자고 하는 마음을 나타낸다고 할 만해요. 이곳까지 삽날을 들이댄다면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한테 물려줄 아름다운 삶터란 깡그리 무너지고 만다는 뜻이라고도 할 테고요.


  《우리나라 해양보호구역 답사기》에서 송도갯벌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슴 한쪽이 시립니다. 나는 인천 영종섬에 공항이 들어서기 앞서부터 영종섬에 사는 동무를 만나려고 뻔질나게 배를 타고 드나들었습니다. 이제 공항으로 바뀌어 이름조차 사라진 용유섬을 그리고, 영종섬에 가득했던 소금밭을 그려 봅니다. 예전에는 배를 타고 드나들던 곳이 이제는 다리를 타고 자동차로 싱싱 달리는 곳으로 바뀌었어요. 이러면서 갯벌도 바다도 많이 망가졌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런 곳에 저어새가 찾아와서 알을 낳고 새끼를 돌본다고 하는군요. 


  인천시는 갯벌을 야금야금 메꾸어 ‘새도시’로 바꾸려 했는데, 저어새가 바로 그곳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으면서 온 세계 눈길이 송도갯벌로 쏠렸다고 해요. 마침내 인천시도 갯벌 개발을 조금은 멈추고 ‘저어새 지키기’에 한손을 거들기로 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바다와 갯벌에 시멘트를 어마어마하게 들이부었지만, 저어새는 아스라이 먼 옛날부터 그곳을 저희 ‘고향’으로 삼았기 때문에, 그저 ‘고향 찾아오기’를 할 뿐이로구나 싶습니다.




간척 후유증은 진도만의 고민이 아니다. 무절제한 간척으로 갯벌만 망치고 농지로도 쓸모없어진 땅이 우리나라 서남해안에 이밖에도 많다. 우스갯소리로 몇 십년간 간척사업으로 떼돈을 번 건설 회사들이 앞으로는 ‘생태 복원’을 위한 역간척 사업으로 수십 년은 더 버틸 것이라는 농담도 한다. (160쪽)



  나라에서는 4대강사업을 하면서 큰 냇물이나 작은 냇물 모두 시멘트밭으로 바꾸었습니다. 앞으로는 이 시멘트밭을 걷어내는 ‘생태 복원’, 다시 말해서 ‘참다운 냇물 살리기’를 할는지 모릅니다. 수십 조 원에 이르는 ‘냇물 죽이기’를 하느라 건설 회사가 돈을 벌었다면, ‘죽이기를 살리기’로 바꾸는 일을 하느라 또 어마어마한 돈을 건설 회사가 벌어들이는 일을 꾀할는지 모를 노릇이에요.


  처음부터 그 어마어마한 돈을 마을 가꾸기에 쓸 수 있었다면, 이 나라 뭍과 바다를 고이 살리는 길에 쓸 수 있었다면, 아니 이제라도 나라살림을 건설·건축·개발이 아니라 ‘삶터 가꾸기’에 들일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고 생각합니다. 이럴 때에 비로소 이 나라 서녘이나 남녘이나 동녘 모두 어느 고장 어느 바닷가이든 모두 ‘아름다운 바다’가 될 수 있을 테니까요. 몇 군데 국립공원이나 해양보호구역만 깨끗이 건사할 노릇이 아니라, 부산 앞바다나 영광 앞바다도 깨끗하면서 아름다운 터전이 되도록 할 노릇이지 싶어요. 인천 앞바다나 울산 앞바다나 포항 앞바다도 이제는 정갈하면서 사랑스러운 터전이 되도록 할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순천만갯벌은 순천 시내를 흘러온 동천과 이사천이 합류해 바다로 빠져나가며 만들어낸 전형적인 하구 갯벌이면서 내륙으로 깊숙이 휜 만입형 갯벌이다. 경관이 워낙 수려해 인공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하구를 원형에 가깝게 보전한 원시 갯벌이어서 오랜 세월 안정적인 생태계를 이루어 왔다. (204쪽)



  물고기와 갯것을 얻기만 하는 바다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뭍과 바다는 지구를 이루는 터전 가운데 하나입니다. 뭍도 바다도 다 같이 즐겁게 살 수 있는 터전이 되어야지 싶습니다. 벌써 망가진 곳이기에 더 망가뜨려도 되지 않습니다. 커다란 도시에서도 냇물이 깨끗하게 흐를 수 있을 때에 마을사람 누구나 즐겁습니다. 작은 도시에서도 뒷산이나 옆산이 숲으로 우거질 때에 마을사람 누구나 즐겁지요. 시골에서도 ‘도시 위해시설’이 아닌 고요한 숲과 너른 들이 알맞게 어우러질 때에 마을사람 모두 즐거우리라 느껴요.


  마치 보석과 같이 아름답고 사랑스럽다고 하는 해양보호구역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 《우리나라 해양보호구역 답사기》를 곁에 두면서 생각해 봅니다. 시끌벅적하게 놀러다니는 바다가 아니라, 기쁜 마음으로 웃음노래를 즐기려고 찾아가는 바다가 될 수 있기를 빌어 봅니다. 냇물을 살린다고 하면서 시멘트를 들이부으면 냇물이 몽땅 죽는 줄 이제 사람들이 좀 깨달았기를 빌어요. 바다를 살린다고 하면서 바닷가에 시멘트를 들이붓는다면 바다는 그만 죽고 마는 줄 이제 사람들이 함께 알아차리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2016.3.16.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에서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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