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그림책



  괴물이나 공룡을 다룬 그림책이 참 많아요. 왜 이렇게 아이들은 괴물이나 공룡을 좋아하나 하고 돌아보면, 나도 어릴 적에 이런 그림책을 곧잘 보았습니다. 괴물이나 공룡이 잔뜩 나오는 그림책이나 만화책이나 영화를 보다가 밤에 무서워서 오줌 누러 나오지도 못하는 주제에, 어쩐지 자꾸 이런 이야기에 눈길이 갑니다.


  어른이 된 오늘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흔한 말로 ‘괴물’이라고 해도, 눈을 감고 바라보면 얼굴이나 겉모습이 아닌 마음을 만날 수 있어요. 괴물이나 공룡으로 드러나는 목숨은 겉모습 아닌 속마음으로 마주할 적에는 그저 우리 이웃이요 동무입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괴물이라고 느낀다면, 내 눈에 괴물만 보이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속에 괴물만 가득하기 때문이지요. 바로 내가 스스로 괴물이라는 넋이 되었기에, 다른 괴물을 찾거나 느낀다고 할까요. 또는 내가 괴물이나 공룡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에 괴물 그림책이나 공룡 그림책을 찾는 셈이요, 괴물 그림책이나 공룡 그림책으로 마음을 달래기도 합니다.


  덩치가 크다거나 생김새가 무시무시하다고 해서 괴물이나 공룡이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덩치가 작거나 생김새가 귀여워도 괴물 짓이나 공룡 놀음을 할 수 있어요. 겉모습 때문에 괴물이나 공룡이 되지 않아요. 속마음 때문에 괴물이나 공룡이 되지요. 다시 말하자면, 우리 어른이나 어버이가 아이들 앞에서 괴물 짓이나 공룡 짓을 일삼기 때문에 아이들은 괴물 그림책이나 공룡 그림책에 사로잡힐 수 있습니다. 괴물인 어른하고 함께 살아야 하니까, 공룡인 어버이하고 같이 지내야 하니까, 아이들도 괴물이나 공룡 노릇을 해야 할 테지요.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없는 문명사회를 돌아보아야지 싶습니다. 골목이나 학교 앞에서도 자동차는 거침없이 달리기만 해요. 도시에서 사는 아이들은 학원을 으레 여러 군데를 다녀야 해요. 중학교 문턱에 이르면 놀이란 가뭇없이 사라지고 오직 입시지옥으로 내달려야 해요. 아이들은 이 모든 사회 얼거리를 온마음과 온몸으로 느껴요. 그러니, 아이들이 마음을 달래려고 괴물이나 공룡을 찾을 수밖에 없구나 싶기도 합니다.


  윌리엄 스타이그 님은 《엉망진창 섬》이나 《슈렉》 같은 그림책을 그렸어요. 두 그림책을 보면 괴물이나 공룡이 잔뜩 나옵니다. 그렇지만 이 그림책에 나오는 괴물이나 공룡은 그리 안 무섭다고 느낍니다. 저만 안 무섭다고 느낄는지 모르겠는데, 이 그림책에 나오는 괴물이나 공룡이 ‘어떤 마음씨’인가를 살핀다면 이야기가 사뭇 달라져요. 우리 어른들은 아이를 어떤 마음씨로 바라보는가요? 우리 어버이들은 아이를 어떤 마음결로 마주하는가요? 괴물 그림책에서 괴물이 참말 괴물인지 아닌지 곰곰이 되돌아봅니다. 2016.3.14.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어린이문학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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