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핀 꽃 국민서관 그림동화 174
존아노 로슨 지음, 시드니 스미스 그림 / 국민서관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28



걸음을 멈추고 들꽃을 바라보는 기쁨

― 거리에 핀 꽃

 존아노 로슨 기획

 시드니 스미스 그림

 국민서관 펴냄, 2015.8.31. 1만 원



  길을 가다가 꽃을 봅니다. 꽃씨는 가볍게 바람을 타고 날다가 이곳에 저곳에 살며시 깃듭니다. 시멘트나 아스팔트를 아주 빈틈없이 깔아서 길바닥을 메웠다 하더라도, 아주 자그마한 틈이 있으면 꽃씨는 이곳에 기쁜 마음으로 내려앉습니다.


  자동차가 싱싱 달리는 찻길이어도, 구석지거나 응달진 자리여도, 전봇대 옆이나 가게 앞이라도, 꽃씨는 해바라기를 꿈꾸면서 고요히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올립니다. 작은 들꽃이 피어나면 이 들꽃을 바라보면서 “어머, 이곳에 이렇게 고운 꽃이 피었네!” 하면서 웃는 사람이 있습니다. 작은 들꽃이 피어나면 이 들꽃을 냉큼 뽑으면서 “뭐야, 언제 여기에 이런 잡초가 다 돋았어!” 하면서 골을 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축구장 같은 너른 잔디밭에 들꽃이 필 수 있을까요? 축구장 한쪽에 민들레나 질경이가 돋아서 꽃을 피우면 잔디관리사는 어떤 마음이 될까요? 축구 선수는 공을 차다가 들꽃을 바라볼 수 있을까요? 경기장에 모인 사람들은 축구장 한쪽에 핀 꽃을 바라볼 틈이 있을까요? 이름난 선수 등번호를 좇는 사진기는 축구장 구석진 곳에 조용히 돋은 들꽃한테 눈길을 맞출 수 있을까요?


  존아노 로슨 님이 기획하고, 시드니 스미스 님이 그림을 빚은 《거리에 핀 꽃》(국민서관,2015)을 읽습니다. 이 그림책에는 아무 말이 흐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수많은 말이 고요히 흐릅니다. 빨간 옷을 입은 아이는 아버지 손을 잡고 나들이를 가요. 빨간 옷 아이는 아버지랑 길을 걷다가 자꾸 걸음을 멈추어요. 왜 멈추느냐 하면 들꽃을 보기 때문이에요.


  ‘빨강아이’는 어느새 ‘들꽃아이’가 됩니다. 한손 가득 들꽃을 쥐어요. 들꽃을 눈으로만 보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 ‘들꽃아이’는 굳이 꽃을 꺾어서 그러모읍니다. 이 아이는 왜 들꽃을 꺾어서 모을까요?


  아버지하고 이 골목 저 거리를 걷던 어느 때부터 들꽃아이는 손에 잔뜩 그러모은 들꽃을 하나씩 내려놓습니다. 어디에 내려놓는가 하면, 공원 긴 걸상에 드러누워서 자는 아저씨, 어쩌면 한뎃잠이일 수 있는데, 이 아저씨 발치에 들꽃을 놓아요. 공원 한쪽에서 숨을 거둔 참새 곁에도 들꽃을 놓지요.





  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어머니 품에 안길 적에 ‘어머니 몰래’ 어머니 귓등에도 들꽃을 살짝 꽂습니다. 어머니는 무슨 꽃내음이 나네 하고 두리번거리다가 문득 알아채고는 빙긋 웃어요. 들꽃아이는 동생한테도 들꽃을 나누어 줍니다. 그러니까, 이 아이가 ‘골목마실’을 누리는 길이란 ‘꽃마실’인 셈이요, 이 꽃마실을 누리면서 만나는 어여쁜 들꽃이 수많은 이웃과 살붙이한테 새롭게 다가가서 기쁨을 퍼뜨려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로구나 싶어요.


  그림책 《거리에 핀 꽃》은 ‘거리에 핀 꽃’이 ‘마음에 피는 꽃’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골목에 핀 꽃’이 ‘사랑으로 피는 꽃’으로 다시 태어나는 숨결을 보여줍니다. ‘온누리에 피는 꽃’이 언제 어디에서나 ‘기쁨으로 피는 꽃’이네 하는 모습을 알려주어요.


  자, 우리도 문득 걸음을 멈추어 볼까요? 우리도 자동차에서 내려 볼까요? 우리도 작은 들꽃 곁에 쪼그려앉아서 가만히 들꽃을 바라보면 어떨까요? 삽차도 밀차도 모두 멈추고 이 골목에 저 숲에 그 바닷가에 나긋나긋 춤추는 상냥한 들꽃을 함께 바라보면 어떨까요? 우리 마음속에 꽃이 필 적에 이 땅에 사랑이 함께 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마음속에 피어나는 꽃을 곱게 마주할 수 있을 적에 서로서로 아끼고 돕는 어깨동무를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2016.2.21.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