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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유교수의 생활 30
야마시타 카즈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609
웃는 마음과 우는 마음을 배운다
― 천재 유교수의 생활 30
야마시타 카즈미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1.6.25. 4500원
야마시타 카즈미 님이 빚은 만화책 《천재 유교수의 생활》(학산문화사,2011) 서른째 권에서는 두 가지 마음하고 얽힌 이야기가 흐릅니다. 하나는 ‘우는 마음’을 어떻게 나타내야 하는가를 놓고 오랫동안 생각에 잠긴 유교수 모습이 흐르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하나는 ‘웃는 마음’을 어떻게 드러내야 하는가를 놓고 그야말로 오래도록 생각에 잠긴 유교수 모습이 흐르는 이야기예요. 그리고, 두 마음을 함께 펼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되씹으며 지낸 삶이 흐르는 이야기입니다.
“딸이 결혼한다 해서 아버지가 슬프다거나 서운하다거나 허전하독 느끼는 감정을, 저는 이해할 수가 없군요.” (6쪽)
“세츠코가 결혼해도 그러실 겁니까?” “당연하지. 히로마츠 군이 세츠코와 결혼한대 해도 본인들의 자유인 이상 나는 반대하지 않겠네.” “그, 그게 아니죠. 그건 너무 무관심한 것 아닙니까?” “어째서?” (8∼9쪽)
눈물이 나오면 눈물을 흘리면 됩니다. 웃음이 나오면 웃음을 지으면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느낌을 마음으로 드러내어 본 일이 드물거나 없다면,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도무지 알 수 없겠지요.
유교수는 다른 사람을 따라하거나 흉내내지 않습니다. 아니,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습니다. 언제나 유교수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세 딸이 시집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유교수 마음을 어떻게 드러내야 하는가’를 놓고 늘 망설이거나 생각에만 빠졌다고 해요.
“하나코한테만 할아버지, 아니 아빠 노릇을 하고 있어요. 언니들에게 못해 준 만큼. 우리는 그래도 아빠 성격상 아빠는 아빠니까 당연한 거고, 그래도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아빠 스타일이고 멋지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왜 이제 와서 그런 얼굴을 하세요? 우리가 결혼하면 아무렇지도 않고, 하나코가 그러면 슬퍼요?” (20쪽)
“나츠코가 결혼했을 때도 빈 나츠코의 방에 억지로 책장을 들여놨잖아? 아마 허전했던 게지. 너희들이 태어날 때부터 쭈욱 보고 있었는걸. 온갖 생각이 다 나실 거야. 그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무슨 말을 할지 모르는 것뿐이지. 그게 네 아버지니까.” (29쪽)
모르기 때문에 알려고 하는 유교수입니다. ‘모른다’고 하는 느낌을 아주 잘 알아채면서, ‘알자’라든지 ‘배우자’ 같은 마음이 되는 유교수입니다. 남들이 웃으니까 따라 웃는 삶이 아니라, 왜 웃음이 나오는가를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스스로 실마리를 풀고 나서야 웃는 유교수예요. 남들이 우니까 같이 웃는 삶이 아니라, 왜 눈물이 나와야 하는가를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면서 스스로 실타래를 풀고 나서야 눈물을 짓는 유교수입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빛날 때, 그것이 결과적으로 반드시 행복은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잠자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63쪽)
“하나코가 버릇없이 굴더냐?” “아니. 그냥 내가, 또 미움 살 짓을 한 것 같네요.” “걱정 마라. 노리코는 언제나 조금 먼 길을 오는 것뿐이니까.” (84쪽)
유교수가 보이는 몸짓은 여러모로 엉뚱하거나 생뚱맞을 수 있습니다. 다만, 엉뚱하든 생뚱맞든, 이런 느낌은 ‘남이 바라보는 모습’입니다. 유교수 스스로는 늘 스스로 가야 하는 길을 갈 뿐입니다. 유교수가 걷는 길은 ‘유교수 삶’입니다. 이 땅에 태어나서 ‘스스로 겪고’ ‘스스로 보고’ ‘스스로 하고’ ‘스스로 누리고’ 해야 할 일이 많은데, 굳이 다른 사람이 하듯이 따라할 까닭이 없습니다. 유교수는 모든 일을, 그러니까 아주 조그마한 느낌 하나까지도 스스로 겪거나 보거나 하거나 누리면서 기쁨으로 맞아들이려 합니다.
“2년간 수험공부를 했다고?” “정확하게는 1년요. 아빠가 돌아가셔서 알바해야 했거든요.” “그렇군. 잘 왔네. 마음껏 면학에 힘쓰기 바라네.” (106쪽)
“요즘 자주 눈에 띄긴 하지만 유지 관리하기가 어렵지 않나?” “아뇨, 간단해요! 가발이거든요.” “가발?” “저 지금 암 치료중이라서, 머리가 다 빠졌거든요. 항암제 부작용이죠. 그랬더니 오히려 이것저것 과감한 스타일에 도전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116쪽)
언제나 배울 수 있는 사람은 늙지 않습니다. 언제나 배우는 사람은 늘 새로운 숨결을 기쁨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늙지 않습니다. 늙는 사람은 배우지 않는 사람입니다. 늙는 까닭은 새롭게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침저녁으로 먹는 밥도 우리 몸을 살찌우는 ‘새로운 숨결’입니다. 흐르는 냇물도, 하늘을 가득 채운 바람도, 언제나 모두 ‘새로운 숨결’이에요. 숨쉬기조차 늘 ‘새로운 바람 마시기’인데, 이를 깨닫거나 헤아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숨조차 숨답게 쉬지 않는다고 할 만합니다.
유교수라면 숨쉬기도 스스로 모두 생각하겠지요. 어떤 바람을 마시는가를 늘 생각하고, 스스로 제 몸을 살찌우고 살리며 북돋우는 바람 한 줄기를 받아들이는구나 하고 늘 깨달을 테지요.
예순 살이 되고 일흔 살이 되어도 웃음과 눈물을 언제나 새롭게 돌아보면서 배우려고 하는 몸짓이기에, 유교수는 늘 유교수답게 하루를 짓습니다. 4349.2.10.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시골에서 만화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