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272] 내 이름



  흙 만지며 살던 사람은

  먼먼 옛날부터

  이름만 있네



  이 나라 발자취를 곰곰이 돌아보면, ‘한문 쓰던 이’만 중국을 흉내내어 ‘성’이나 ‘자’나 ‘호’를 썼어요. 흙을 만지는 사람은 언제나 ‘이름’만 썼어요. 이름만 쓰던 흙지기는 ‘한문을 빌어 중국 성을 따서 쓰던 권력자’한테 짓눌리던 설움을 풀려고 ‘한문을 비는 중국 성을 돈으로 사서 붙이는 일’을 개화기 언저리부터 했고, 이제는 누구나 ‘한자로 짓는 성’이 있어요. 아기가 태어나면 ‘한자로 짓는 성’을 안 붙여서는 주민등록을 할 수 없어요. 그러나 우리는 인터넷을 하건 그저 이웃이나 동무로 사귀건, 허물없이 수수하게 ‘이름’을 저마다 새롭게 지어서 나누어요. 이른바 ‘닉네임’이든 ‘아이디’이든 무엇이든, 이러한 이름을   나한테 스스로 붙이는 가장 사랑스러운 숨결로 여겨요. 내 이름은 언제나 내 삶을 밝히는 노래이고, 서로 부르는 이름은 언제나 서로 아끼는 살림살이가 깃든 웃음이로구나 하고 느껴요. 4349.2.3.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