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 우체국 다녀오는 길에



  어제하고 그제에 걸쳐 비가 그치지 않는다. 오늘 새벽에 이르러 비로소 비가 그친다. 어제 우체국에 다녀와야 했는데 겨울비를 맞으면서 면소재지 우체국에 갈까 하다가, 이 생각을 접기로 했다.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 우체국으로 가기로 한다. 작은아이는 졸음이 쏟아져서 낮잠을 자고, 큰아이는 꿋꿋하게 낮잠을 안 잔다. 작은아이까지 데리고 나갈 수는 없고 큰아이하고 둘이서 군내버스를 타고 마실을 간다. 언제나처럼 책 한 권을 가방에 챙겨서 나간다. 큰아이하고 둘이서 다니는 동안 큰아이는 조금도 쉬지 않고 조잘조잘 묻고 말하고 얘기한다. 나도 큰아이하고 말하고 얘기하느라 가방에 넣은 책을 한 번도 꺼낼 겨를이 없다. 가방에 챙긴 책은 ‘읽을 책’이지만, 이 책은 언제 어디에서라도 읽을 수 있으나, 군내버스를 타고 큰아이하고 마실을 다니는 바로 이때에 나누는 이야기는 바로 이때가 아니면 나눌 수 없다. 그러니, 책은 얌전히 뒤로 놓아 두고 아이하고 얼굴을 마주하면서 생각을 주고받는다. 4349.1.30.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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