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정말 화가 나요!
크리스틴 다브니에 그림, 스티븐 크롤 글, 이미영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18



부아가 나고 골이 나며 성이 터질 적에는

― 정말정말 화가 나요!

 스티븐 크롤 글

 크리스틴 다브니에 그림

 이미영 옮김

 크레용하우스 펴냄, 2005.5.30. 8000원



  아침에 큰아이를 불러서 나무랍니다. 여태 수없이 말한 대목을 오늘 아침에도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책을 볼 적에 한손에 먹을것을 쥐지 말라 했으나, 큰아이는 또 아침부터 한손에 먹을것을 쥔 채, 다른 한손으로 책을 꾹 누르면서 넘깁니다.


  한손으로 책을 꾹 누르면 책이 다치고, 한손에 먹을것을 들면 가루나 물이 떨어지지요. 엊저녁에 아이들을 재운 뒤 방바닥을 치울 적에 살피니 만화책 한 권 곳곳이 얼룩지고 구겨졌습니다. 내가 못 본 사이에 또 이렇게 했네 싶었는데, 아침에도 다시 이 모습이기에, 책부터 얼른 덮으라 이릅니다. 먹을 적에는 먹고, 놀 적에는 놀고, 잘 적에는 자고, 읽을 적에는 읽고, 똑똑히 해야 한다고 이릅니다.


  아이는 입을 삐죽 내밉니다. 받아들이고픈 마음이 없는 셈입니다. 아이 마음속에는 ‘아차, 또 놓쳤네.’ 하는 생각이 아니라 ‘나무라는 말을 받아들이지 않을래.’ 하는 생각이 불길처럼 솟습니다.



내가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 좋아할 거라고 말할 때, 정말정말 화가 나요. (2쪽)


혼자서 하고 싶은데 잘 되지 않을 때, 정말정말 화가 나요. (4쪽)




  스티븐 크롤 님이 글을 쓰고, 크리스틴 다브니에 님이 그림을 그린 《정말정말 화가 나요!》(크레용하우스,2005)를 읽습니다.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몹시 재미나게 읽습니다. 아마 그림책 아이하고 저하고 비슷하게 흐르는 어떤 마음이 있을 테지요. 우리 집 아이들 스스로도 이 그림책 아이하고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기 때문일 테고요.


  아이가 싫어한다고 하는 일을 어버이가 시킬 적에 골이 날 수 있어요. 아이가 내키지 않는 밥을 먹으라고 어버이가 건넬 적에 성이 날 수 있어요. 누나처럼 잘 해내지 못한다고 여길 적에 성이 날 수 있어요.


  그러면 이런저런 일을 겪을 적에 성을 낼 만할까요? 아이로서뿐 아니라 어버이로서도 이와 같아요. 아이들이 어떤 일을 벌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성내는 어버이’가 굳이 되어야 할까요? 아이들이 어떤 일을 잘못한다고 여겨서 ‘골내는 어버이’가 애써 되어야 할까요?



같이 놀고 싶은데 놀아 주지 않을 때, 정말정말 화가 나요. (14쪽)


약속을 해 놓고 지키지 않을 때, 정말정말 화가 나요. (16쪽)




  부아가 나고 골이 나며 성이 터질 적에는, 부아도 골도 성도 모두 터뜨려야지 싶습니다. 부아도 골도 성도 터뜨리지 않고 마음속에 가두면, 그만 마음이 다치고 말아요. 부아를 내거나 골을 부리거나 성을 터뜨린다고 해서 잘못일 수 없어요. 이렇게 부아가 나는 마음을 지켜보고, 골을 부리려는 마음을 바라보며, 성을 터뜨리는 몸짓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어야지 싶어요.


  아이는 아이대로 성을 내다가 문득 배웁니다. 어버이도 아이한테 성을 내다가 ‘아이한테 성을 내는 몸짓’이 바로 어버이 스스로한테 성을 내는 셈이로구나 하고 느끼면서 문득 배우고요.



그렇지만 내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말하게 해 줄 때, 내 기분은 훨씬 좋아져요. (28쪽)




  아이도 성을 낼 수 있어요. 어버이고 골을 부릴 수 있어요. 그리고, 아이도 어버이도, 서로 성을 내거나 골을 부린 뒤에 마음을 훌훌 털고 새롭게 거듭나야지 싶습니다. 얘야, 네가 성을 낼 수 있지. 그러면 그 성부림이 어디에서 오는지 헤아려 보자. 나는 나대로 나한테 말합니다. 나는 왜 오늘 골을 부리는 어버이가 되었나 하고 되새기면서, 내가 짓는 골부림은 어디에서 비롯했는가를 생각해 보아요.


  이러면서 서로서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왜 얼마나 골이 나거나 성이 나거나 부아가 났는가를 이야기해요. 이러면서 말끔히 고요한 마음으로 거듭나도록 하면서, 다시 손을 맞잡고 신나게 놀지요.


  아이도 말해야 하고, 어버이도 말해야지 싶어요. 가장 따사로운 말을 마음속에서 길어올려서 말해야지 싶어요. ‘자, 우리 서로 손을 맞잡자’ 하고 말해야지 싶어요. 성이 나는 까닭을 살펴서 티없는 마음으로 털어놓고, 성이 나는 생각을 찬찬히 털어내면서 새로운 웃음과 노래가 피어날 수 있는 길로 나아가야지 싶어요.


  너도 나도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으니까, 그저 뭔가 잘 안 되었을 뿐이니까, 뭔가 우리가 배워야 하는 일이라서 이러한 몸짓을 하는구나 하고 여기면서, 즐겁게 밥을 차려 먹으면서 웃자, 하고 가만히 얼싸안아야지 싶습니다. 4349.1.28.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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