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가 줄을 타고 물들숲 그림책 4
이성실 글, 다호 그림 / 비룡소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15



바람을 타고 춤을 추는 긴호랑거미

― 거미가 줄을 타고

 이성실 글

 다호 그림

 비룡소 펴냄, 2013.7.5. 11000원



  우리 집에는 거미가 많이 삽니다. 시골집이니 거미가 많이 살기도 하지만, 우리 집에는 농약도 살충제도 없기 때문에 거미가 많이 살아요.


  우리 집 안쪽에는 후 하고 바람을 불면 갑자기 빙글빙글 춤을 추는 다리가 긴 거미가 곳곳에 살아요. 옷장 뒤쪽이나 책꽂이 뒤쪽 빈틈에 집을 지으며 살고, 손이 안 닿는 높은 보꾹에도 살아요.


  우리 집 바깥쪽에는 몸에 고운 무늬가 아리따운 거미도 살고, 새까만 거미도 살며, 어른 손가락보다 살짝 굵은 꽤 큰 거미도 살아요. 이러한 거미는 파리랑 모기를 잡아먹기도 하지만, 우리 집에 날마다 틈틈이 드나드는 새한테 잡아먹히기도 해요. 거미는 커다란 줄을 하룻밤 만에 짓기 때문에 새벽에 일어나서 마당을 걷다가 얼굴에 줄이 걸리기도 하는데, 이 거미줄에는 잠자리나 나비도 걸리고, 때로는 귀뚜라미나 방아깨비가 걸리기도 해요.



거미는 온몸에 털이 많아. 다리 마디에 틈도 많아. 가느다란 털과 틈으로 먹이가 움직이는 걸 느낄 수 있어. (5쪽)



  이성실 님이 글을 쓰고, 다호 님이 그림을 그린 《거미가 줄을 타고》(비룡소,2013)를 아이들하고 함께 읽습니다. 이 그림책은 여러 거미 가운데 ‘긴호랑거미’ 한살이를 다뤄요. 이 긴호랑거미는 우리 집 바깥쪽에 꽤 많이 살아요. 후박나무 가지랑 평상 사이에 줄을 이어서 어른보다 커다란 거미집을 짓기도 하고, 뒷간이랑 대문이랑 동백나무 사이에 엄청나게 큰 거미집을 지어서 우리가 바깥으로 드나드는 길을 막기도 해요. 이때에는 거미한테 넌지시 이르지요. ‘얘야, 네가 이렇게 집을 지으면 우리는 네 집을 허물 수밖에 없단다. 그러니, 우리가 지나가는 길 말고 날벌레가 날아다니는 길목에만 집을 지으렴.’ 나뭇가지로 거미집을 걷으면서 ‘자, 부디 이 줄을 다시 네 몸에 담아서 새 집을 짓기를 바란다.’ 하고 덧붙여요.




눈이 어두운 암컷은 알을 낳기 전에 많이 먹어야 하기 때문에 짝짓기 하려고 다가온 수컷을 먹이로 알고 잡아먹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수컷은 암컷이 마지막 탈피를 하느라 힘이 빠진 순간이나 먹이를 실컷 먹고 난 뒤에 다가와 짝짓기를 해요. (14쪽)



  여러 거미 가운데 《거미가 줄을 타고》에 나오는 긴호랑거미는 참으로 고운 무늬와 빛깔이 사랑스럽구나 싶습니다. 아직 작은 긴호랑거미는 그야말로 앙증맞도록 귀엽지요. 다만, 아이들은 커다란 긴호랑거미를 보면 살짝 무섭다고 여기곤 합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긴호랑거미가 아무리 커다랗게 자란다고 하더라도 어린이보다 훨씬 작아요. 아이 주먹만큼 자라지는 않아요.


  문득 돌아보면 예부터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거미 함부로 죽이지 말라’고 일렀어요. 거미를 보면 집 바깥으로 가만히 내놓아 주라고 일렀지요. 이 땅에서 사는 거미는 사람을 물거나 쏘지 않아요. 손바닥에 살그마니 올려놓아서 바깥으로 내놓을 수 있고, 정 꺼림칙하면 쓰레받기에 살포시 올려서 집 바깥으로 내놓으면 돼요.


  예부터 거미가 맡은 몫을 잘 알기에 거미를 살뜰히 여기면서 고운 이웃님으로 삼았다고 느껴요. 오늘날에는 거미가 맡은 몫을 제대로 살피지 않기에 농약하고 살충제를 지나치게 쓰는구나 싶어요.




바람이 잔잔하게 부는 봄날이야. 이제 새끼 거미들이 흩어질 때가 되었어. 새끼 거미들은 줄지어 나무로 기어올라. 그러고는 바람을 타고 여기저기 공중으로 흩어져. 꽃잎이 휘날리듯 가볍게! 꽁무니에 달린 거미줄을 타고 휘익! (23쪽)



  거미가 사는 곳에 여러 벌레가 함께 삽니다. 여러 벌레가 사는 곳에 거미가 함께 삽니다. 그리고 이곳에 사람이 함께 살아요. 거미만 살지 않고, 벌레만 살지 않아요. 더욱이 사람만 살지 않습니다. 서로 어우러지는 삶이고, 함께 어깨동무하는 살림입니다. 서로 아끼는 삶이며, 같이 웃음짓고 춤추는 살림이에요.


  바람을 타고 춤을 추는 긴호랑거미처럼, 우리도 바람을 쐬며 춤을 춥니다. 바람을 타고 새로운 터전을 찾아 날아가는 새끼 거미처럼, 우리 아이들도 바람을 싱그러이 마시면서 새로운 꿈을 키우고 새로운 사랑을 꽃피웁니다. 4349.1.23.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