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 속에 들어간 오리 베틀북 그림책 104
조이 카울리 지음, 로빈 벨튼 그림, 홍연미 옮김 / 베틀북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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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한 마리가 전쟁을 끝장내다

― 대포 속에 들어간 오리

 조이 카울리 글

 로빈 벨튼 그림

 베틀북 펴냄, 2010.8.10. 1만 원



  조이 카울리 님이 글을 쓰고, 로빈 벨튼 님이 그림을 그린 《대포 속에 들어간 오리》(베틀북,2013)라는 그림책은 뉴질랜드에서 한국으로 날아왔습니다. 글은 1969년에 쓰고, 그림은 1984년에 그렸다고 해요. 한국에서는 2010년에 처음 나왔지만 꽤 오래된 그림책이라고 할 만합니다. 그렇지만 이 그림책은 앞으로도 오래도록 사랑받을 만한 따사롭고 부드러운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려주어요. 책이름으로도 잘 나오는데, 오리 한 마리가 대포 속으로 들어가면서 ‘어떤 일’을 일으키거든요.



“왜 대포를 못 쏴?” 장군이 성난 목소리로 물었어요. “대포알을 넣을 수 없습니다, 장군님.” 장군은 화가 나서 얼굴이 붉어졌어요. “대체 왜 대포알을 넣을 수 없다는 거냐?” 병사가 머뭇머뭇 대답했어요. “그게 저……, 대포 안에 오리가 있습니다.” (3쪽)



  그림책 이야기를 살피면, 먼저 어느 장군이 군대를 이끌고 어느 도시로 쳐들어가려고 한답니다. 그런데 장군이 도시를 겨누어 대포를 쏘려고 할 즈음, 병사들이 대포를 안 쏘아요. 장군은 얼른 대포를 쏘라 하지만 병사들은 머뭇머뭇할 뿐입니다. 장군이 크게 성을 내니 비로소 ‘대포에 오리가 들어갔다’고 말해요. 장군은 오리와 함께 대포를 날리라 하지만, 병사들은 대포에 들어간 오리가 ‘둥지를 틀었다’고 말하지요.


  병사들은 어리숙할까요? 아니면 병사들은 착할까요? 둥지를 튼 오리라면 알을 낳으려고 한다는 뜻입니다. 더구나 오리가 대포에 들어가서 둥지를 틀었다고 한다면, 장군이 군대를 이끌고 어느 도시로 쳐들어올 즈음이나 이렇게 쳐들어가기 앞서 들어와서 둥지를 틀었을 테지요. 병사들은 싸움터로 가는 길에도 ‘대포에 들어가서 둥지를 튼 오리’를 내내 지켜보았다는 뜻이에요.




“아,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오리가 알을 품고 있는 동안 전쟁을 하지 않는 겁니다. 4주 정도 지나 아기 오리들이 태어나면 대포를 쏠 수 있겠지요.” 시장의 제안에 장군이 기분 좋게 대답했어요. “좋습니다. 그럼 그동안 전쟁은 잊기로 하지요.” (12쪽)



  대포를 쏠 수 없는 장군은 머리가 아픕니다. 아무래도 안 되겠구나 싶어서 혼자 도시로 찾아갑니다. 도시를 다스리는 시장님을 만나요. 그런데, 장군은 시장님을 만난 자리에서 ‘대포를 빌려 달라’고 해요. 도시로 쳐들어온 장군인데, 도시에서 장군한테 대포를 빌려 달라 하는군요. 그러면 시장님은 장군한테 대포를 빌려줄까요?


  설마, 빌려줄까요? 안 빌려줄 테지요. 시장님이 다스리는 도시를 스스로 무너뜨리려고 장군한테 대포를 빌려줄 일은 없으리라 봅니다. 시장님은 장군한테 말하지요. 넉 주쯤 지나면 오리가 알을 낳고 나올 테니, 넉 주 뒤면 대포를 쓸 수 있으리라고.


  장군은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그래, 그러면 되겠구나 하고 여기지요. 그리고, 이제 또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려 합니다.




“혹시 돈을 빌릴 수 있을까요?” 장군이 조심스레 물었어요. “그건 곤란합니다. 하지만 장군님의 병사들이 우리를 위해 일한다면 돈을 드리겠어요. 우리 도시를 보세요. 집은 우중충하고 가게는 지저분해요. 새로 단장을 해야 합니다. 장군님의 병사들이라면 3주 동안 도시 전체를 말끔하게 단장할 수 있을 겁니다.” (16쪽)



  넉 주 동안 전쟁을 벌이지 못하니, 장군은 병사를 거느릴 돈이 바닥이 납니다. 얼른 전쟁을 치러서 도시를 무너뜨리고 빼앗아야 ‘돈을 얻’거든요. 이리하여 장군은 다시 시장님한테 찾아가서 돈을 빌리려 하고, 시장님은 돈을 빌려줄 수는 없지만 병사들한테 일을 맡겨서 ‘도시 손질(정비사업)’을 해 주기를 바라고, 이렇게 하면 병사들한테 일삯을 주겠다고 말하지요.


  이런 이야기가 오가는 동안까지도 장군은 뭐가 뭔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합니다. 다만, 병사한테 밀린 일삯(군인 수당)을 주지 않아도 ‘도시에서 일거리를 병사들이 얻어서 돈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만 여겨요.


  자, 이 그림책에서는 전쟁이 무엇이고 평화가 무엇인지 아주 부드럽고도 차분하게 잘 보여줍니다. 전쟁이란 무엇이겠어요? 무기를 잔뜩 짊어지고 이웃으로 쳐들어가서 이웃을 무너뜨리거나 괴롭혀서 이웃한테 있는 돈을 빼앗는 짓이에요. 이웃이 애써 그러모은 살림을 무기를 앞세워서 빼앗는 짓이 전쟁이지요. 장군(정치권력자)은 ‘돈을 들여서 무기를 만들’고 ‘돈을 들여서 군대를 거느’려요. 그러니까, 장군(정치권력자)은 돈을 모으려면 자꾸 전쟁을 일으켜야 하고, 자꾸 이웃을 괴롭혀야 합니다.




병사들은 모자를 손에 쥔 채 아무 말 없이 땅만 뚫어져라 보았어요. “장군님, 저희는 도시에 대포를 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저희가 정성껏 고치고 칠해서 예쁘게 단장을 해 놓은 도시가 엉망이 될 테니까요.” 한 병사가 입을 열자 다른 병사도 거들고 나섰어요. “맞습니다. 저희가 얼마나 공들여서 꾸며 놓은 집들인데요.” (26쪽)



  전쟁을 그치고 평화로 넘어가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전쟁무기를 버리면 돼요. 전쟁무기를 안 만들면 돼요. 군대를 거느리지 않으면 돼요. 젊은이가 군대에서 군사훈련을 받도록 하지 말고, 젊은이가 도시나 시골 어느 곳에서나 즐겁게 일할 자리를 마련해 주면 돼요.


  평화로운 곳에는 평화로운 일자리가 있어요. 전쟁이 불거지는 곳에서는 전쟁무기를 만들거나 군인이 되는 일자리가 있지요. 이제 우리는 찬찬히 생각해 보아야 해요. 우리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직업군인이 되어 전쟁무기를 앞세워 이웃을 괴롭히는 짓을 일삼으면서 돈을 벌어야 할까요? 평화롭게 마을을 가꾸고 살찌우면서 아름다운 기쁨으로 돈을 벌어야 할까요?


  그림책 《대포 속에 들어간 오리》는 대포에 들어간 오리가 ‘그저 대포에 들어간 일’만으로도 전쟁을 그치게 하는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려줍니다. 오리는 대포에서 느긋하게 살면서 여러 병사들한테서 사랑을 받고 보살핌을 받았어요. 알에서 깬 새끼 오리는 어미 오리를 따르면서 장군 뒤를 따르지요. 장군은 ‘대포알하고 오리알을 함께 도시로 날리는 짓’을 하지 않았거든요.


  우리 사회에서도, 이웃 여러 나라에서도, 지구별 어느 곳에서도, 모두모두 전쟁무기는 조용히 내려놓고 즐겁게 어깨동무하는 마을살이가 될 수 있기를 빌어요. 서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기쁜 삶터를 가꿀 수 있기를 빌어요. 4349.1.21.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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