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없는 사진말

16. 입체예술인가 설치예술인가



  ‘사진기’로는 사진만 찍을 수 있지 않다. 사진기로도 얼마든지 온갖 놀이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사진기로로 하는 온갖 놀이라면 ‘사진놀이’가 된다. 사진기를 빌어 입체예술을 할 수 있고, 설치예술을 할 수 있다. 이때에 우리가 잘 알아야 할 대목은 사진을 빌어서 예술을 한다면, 이때에는 ‘사진이 아닌 예술’이다. 예술을 하면서 이를 예술이 아닌 ‘사진’이라 할 수 없다.


  사진잡지 《포토닷》 2016년 1월호를 보니, 지난 한 해에 걸쳐서 어떤 사진전시가 있었는가를 죽 돌아보는 데에 자리를 무척 많이 썼다. 《포토닷》에서 갈무리한 사진전시를 죽 살피니 이러한 전시가 ‘사진전시’라는 이름을 걸었을는지 모르나, 아무래도 거의 모든 전시는 ‘사진’전시가 아니라 ‘예술’전시라고 해야 옳은 노릇이리라 본다. 이른바 입체예술이나 설치예술을 하는데, 이를 놓고 어떻게 ‘사진’이라 할 수 있을까? 사진을 찍어서 하는 전시가 아닌데, 왜 사진잡지에서 이런 전시 이야기를 다루어야 할까?


  사진하고 동영상은 다르다. 사진하고 영화는 다르다. 사진하고 그림은 다르다. 사진하고 미술은 다르다. 사진하고 예술은 다르다. 어느 한쪽이 더 높지도 낮지도 않다. 그저 다른 갈래일 뿐이다. 예술가이기를 바라면서 손에 사진가를 들었으면, 이이는 사진가 아닌 예술가이다. 연필을 들고 글을 쓰는 사람이 될 수 있지만, 연필을 들고 만화를 그리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연필로 얼마든지 예술을 할 만하다. 연필로도 멋지게 입체예술이나 설치예술을 할 수 있다.


  사진을 말하거나 다루는 잡지라면 이런 대목을 똑똑히 갈라서 짚어야 할 노릇이라고 본다. 사진비평을 하는 사람도 ‘사진을 비평’할 노릇일 뿐, ‘입체예술 비평’이나 ‘설치예술 비평’은 제발 그만둘 노릇이라고 본다. 예술비평을 하면서 이러한 비평에 ‘사진비평’이라는 이름을 자꾸 붙이니, 젊은 작가도 스스로 사진가인지 예술가인지 헷갈리다가 이도 저도 아닌 어설픈 자리에서 어설픈 입체품이나 설치품을 빚느라 바쁘다. 사진가는 사진가이지 ‘프로그래머’나 ‘포토샵 전문가’가 아니다. 4349.1.18.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사진말/사진비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