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기계한테 빨래 맡기기
요 두 달 사이는 빨래를 거의 빨래기계한테 맡겼다. 거의 날마다 손빨래를 하며 살다가 요 두 달 즈음부터는 사흘에 한 차례쯤 빨래기계한테 빨래를 맡기면서, ‘손빨래를 할 겨를’을 아이들하고 지내는 데에 더 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혼자서 살고, 혼자서 사느라 빨랫감이 거의 없다면 구태여 빨래기계를 쓸 일도 없을 테지만, 두 아이가 무럭무럭 크면서 이제 두 아이 옷가지가 꽤 많이 나오는 터라, 학교를 안 보내고 집에서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살림을 꾸리자면 빨래기계한테 빨래를 맡기는 쪽이 슬기롭겠다고 느낀다.
빨래기계한테 빨래를 맡기니 전기삯이 다른 달보다 더 나오기는 하는데 얼추 2000원이나 3000원쯤 더 나오지 싶다. 그러니까 2000∼3000원쯤을 쓰면서 빨래기계한테 빨래를 맡기면 아이들하고 보내는 겨를이 훨씬 늘어나는 셈이다.
앞으로 이 겨울이 끝나고 새봄이 찾아오고 다시 여름을 맞이하면, 그때에는 빨래기계한테 다시 안 맡기고 마을 어귀 빨래터로 자주 오갈 생각이다. 큰아이가 아홉 살이 된 만큼, 큰아이가 스스로 비빔질하고 헹굼질을 해 보도록 이끌 수 있고, 여름에는 옷을 다 적시면서 물놀이를 할 수 있으니까. 4349.1.17.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빨래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