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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친구야 ㅣ 즐거운 유치원 1
나카가와 히로타카 지음, 하세가와 요시후미 그림, 이정원 옮김 / 보물상자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09
오늘부터 동무라면 우리 함께 웃어야지
― 오늘부터 친구야
나카가와 히로타카 글
하세가와 요시후미 그림
이정원 옮김
보물상자 펴냄, 2009.7.30. 8500원
나카가와 히로타카 님이 글을 쓰고, 하세가와 요시후미 님이 그림을 그린 《오늘부터 친구야》(보물상자,2009)를 찬찬히 읽습니다. 더없이 상냥하구나 싶은 이야기가 흐릅니다. 유치원에서 ‘언니가 된’ 아이들이 ‘새로 유치원에 들어오는 동생’을 기쁘게 맞이하는 이야기가 조곤조곤 흘러요. 유치원이라는 데에 처음 발을 들이는 아이들은 모두 낯설 텐데, 유치원 언니들은 동생들을 헤아리면서 재미난 공연도 하고, 유치원 시설을 알려줄 뿐 아니라, 서로 사이좋게 노는 길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유치원 언니가 부르는 노래를 헤아리다 보면 살짝 웃음이 납니다. “우리가 언니 오빠지만 절대 괴롭히지 않을 거야” 하고 부르는 노래란, 웬만한 여느 유치원 언니 오빠는 동생을 ‘(잘) 괴롭힌다’는 소리처럼 들리기 때문입니다.
새 친구들이 왔어요. 반갑게 맞이해 줘요. (2쪽)
아이들은 유치원에서나 유치원 바깥에서나 모두 동무입니다. 즐겁게 어우러지는 동무입니다. 함께 놀 뿐 아니라, 서로 아끼거나 보살피는 동무예요. 힘이 여린 아이가 있으면 기꺼이 힘을 내어 도울 줄 알지요. 걸음이 느린 아이가 있으면 이 아이한테 맞추어 천천히 걸을 줄 알고요. 셈이 더딘 아이가 있으면 차근차근 셈하기를 일러 줄 뿐 아니라, 나긋나긋 부드러이 말을 해 줄 줄 알아요.
오늘은 유치원에서 어우러지는 동무라면, 앞으로는 학교에서 얼크러질 동무입니다. 그리고 학교를 떠나 사회에서 만나면 오래도록 어깨를 겯으면서 함께 일하고 함께 꿈을 가꾸고 함께 살림을 짓는 동무입니다.
“우리 악수하자. 오늘부터 우린 친구야. 우리가 언니 오빠지만 절대로 괴롭히지 않을 거야. 큰 소리로 같이 웃자. 오늘부터 우린 친구니까.” (7쪽)
나는 우리 집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지 않습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지도 않습니다. 우리 집은 보금자리이면서 학교이고 살림터이자 도서관입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집에서 배우고, 집에서 놀며, 집에서 서로 어우러져요. 두 아이는 툭탁거릴 때도 곧잘 있지만, 툭탁거릴 때보다 서로 아끼면서 노는 겨를이 훨씬 길어요. 아니, 하루를 통틀어서 살피면 툭탁거리는 겨를은 하루에 2∼3분조차 안 되지 싶고, 온 하루를 그야말로 사이좋게 어우러지면서 놉니다.
아이들이 툭탁거린다면 어느 한쪽이 어떤 놀이를 잘 못 한다든지, 달리기가 느리다든지, 뭔가 다른 아이보다 처진다고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나이나 몸집이나 힘에 따라서 다 다르기 마련이지만, 이런 모습을 맞대어서 견주면 틀림없이 어느 한쪽은 풀이 죽어요. 풀이 죽으면서 시샘을 할 수 있고, 동무를 풀 죽게 하면서 우쭐거릴 수 있는데,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다투거나 괴롭히는 몸짓이 되는구나 싶어요.
“어어, 친구끼리 싸우면 안 돼. 그네가 하나밖에 없으니까 순서대로 타야지. 이걸 맞히는 사람부터 타는 거다. 자, 어느 손에 구슬이 들었게?” (19쪽)
어깨동무를 하는 사이라면 어느 한길을 서로 아끼면서 찬찬히 나아가려는 숨결이라고 느낍니다. 어깨를 겯고 노는 동무라면 혼자서만 재미있게 놀려 하지 않고 다 함께 즐겁게 놀려고 하는 마음이라고 느낍니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 사이에서도 이와 같아요. 우리가 이 사회에서 어깨동무를 하는 사이라면 돈이나 이름이나 힘을 더 갖춘 사람은 돈이나 이름이나 힘을 덜 갖춘 사람한테 따사로이 손을 내밀리라 느껴요.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동무이니까요. 아이들만 놀이를 함께 누리는 동무가 아니라, 어른들도 일을 함께 하고 살림을 함께 짓는 동무예요. 아이들만 유치원에서 동무로 지낼 삶이 아니라, 어른들도 사회와 마을에서 서로 아끼면서 사이좋은 동무로 지낼 삶이라고 느껴요.
그림책 《오늘부터 친구야》는 바로 이러한 대목을 아이들한테 넌지시 일깨워 주려 하지 싶어요. 어릴 적부터 서로 동무로 삼으면서 즐겁게 지내는 마음을 기르며 자라면, 나중에 어른이 되고 나서도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서로 도울 때에 즐거운가 하는 대목을 스스로 알아차릴 테니까요.
“봐, 금방 양보해 주잖아. 먼저 고맙다고 인사하고. 이리 와. 이제 네 차례야. 형아가 밀어 줄게.” (23쪽)
장난감이나 놀이기구는 하나뿐인데 두어 아이들이 서로 먼저 놀겠다고 아웅다웅을 하면 서로 하나도 못 놀 뿐 아니라, 장난감이나 놀이기구가 망가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꼭 차례를 세워서 지켜야 하지 않아요. 함께 즐거울 길을 찾아야지요. 가위바위보를 해 볼 수 있고, 한 아이가 이 놀이를 하면 다른 아이는 저 놀이를 할 수 있어요. 아이들끼리 이러한 대목을 함께 이야기하면서 저마다 새로운 놀이를 즐기면서 빙글빙글 돌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 집에서도 두 아이 사이에서 하나를 놓고 다툼이 생기면, 누가 옳으네 그르네 하고 따진들 부질없을 뿐 아니라 두 아이 사이에 골이 깊어질 뿐입니다. 새로운 놀잇감을 떠오르게 하고, 새롭게 재미난 놀이를 보여주면, 두 아이는 어느새 ‘내가 먼저 하겠다’고 나서던 마음이 스르르 풀려서 사라집니다. 다시 말하자면 새로운 놀이를 알지 못하거나 깨닫지 못하기에 다툼이 생기지 싶어요.
오늘부터 동무라면, 오늘부터 서로 동무로 하기로 했다면, 우리는 서로 빙그레 웃는 사이입니다. 함께 웃고 함께 노래하는 길을 생각하기로 하기에 동무가 됩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도 유치원에 안 다니는 아이들도 모두 사이좋게 어깨동무할 수 있기를 빌어요. 그리고,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나 학교에 안 다니는 아이들이나 서로서로 아끼는 마음을 북돋울 수 있기를 빌어요. 4349.1.14.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