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이골 외딴집 일곱 식구 이야기 - 2004년 우수환경도서
김용희 지음, 임종진 사진 / 샨티 / 200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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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름 : 선이골 외딴집 일곱 식구 이야기
- 글쓴이 : 김용희
- 사진 : 임종진
- 펴낸곳 : 샨티(2004.8.5.)
- 책값 : 11000원

 《선이골 외딴집 일곱 식구 이야기》를 처음 산 때가 제법 되었습니다.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사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읽은 비슷한 갈래 책들은 `말과 생각'만 너무 앞서고 `마음과 가슴'을 제대로 열지 않은 채 `몸은 제때 따르지도 않으면서' 지루한 이야기만 길게 늘어놓곤 했거든요. 게다가 어려운 말로. 《선이골》도 첫머리에서 비슷하게 느꼈습니다. 사이사이 들어간 사진은 `참 잘 찍었구나' 싶었으나 선이골에서 사는 일곱 식구 모습을 좀더 있는 그대로 차분하게 보여주는 사진은 아니라고 느꼈어요.


.. 슬펐다. 논농사를 짓지 못하여 배고픈 것보다 내 이런 거품 인생이 너무 슬펐다. 내 몸에서 쌀 냄새가 아니라 돈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슬펐다. 나의 어머니가 먹는 밥과 내가 먹는 밥도 다른 것이었다. 어머니는 쌀을 알고 밥을 아는 몸으로 밥을 먹었고, 나는 쌀도 밥도 모르는 몸으로 단지 먹을 수 있는 그 어떤 것을 먹어댔던 것이다. 40년 넘도록 세상의 지식과 지혜를 얻고자 발버둥쳐 왔지만 이 가공할 무지 앞에 오히려 공포를 느꼈다 ..  <80쪽>


 그러다가 어느 날 김용희 씨가 숨을 거두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뿔싸! 이 사람이 쓴 책을 고작 절반도 못 읽었는데 벌써 세상을 떠나다니. 어떤 사람인지 만나 보기도 어렵지만, 느긋하게 책을 읽다 보면 하나하나 이이가 생각하며 살아가는 뜻을 읽을 수도 있었고, 좀더 깊이 제대로 헤아릴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나 사람은 가고 책은 남았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지난 어느 날입니다. 인터넷에 `선이골 김용희 씨'를 둘러싸고 온갖 막말과 욕설이 쏟아져 나왔다고 하더군요. 도대체 누가 어떤 막말과 욕설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선이골 일곱 식구 가운데 부모인 김용희 씨와 남편을 욕한 사람들은 `자기들 스스로 시골에서 살지'도 않는 주제이고, `이 나라뿐 아니라 세계 구석구석에서 낮은 자리에서 스스로 가난을 즐기며 사는 사람'들이나 `가난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는 사람들' 처지를 조금도 헤아리지 않는 사람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한, 《선이골》이란 책은 한두 쪽이라도 읽어 보았을까요?

 어쩌다가 찾아가는 시골과 먹고살기를 다 풀어내는 시골은 아주 다릅니다. 도시에서 돈 주고 밥-옷-집을 다 사서 쓰는 사람과 `돈이 아닌 자기 몸품'으로 밥-옷-집을 마련하여 살아가는 사람은 생각이고 마음이고 몸이고 말이고 다릅니다. 이 다름은 누가 옳고 그르고가 아니에요. 다름입니다. 다만 한 가지 있어요. 도시에서 돈으로 먹고사는 사람은 돈은 있으나, 돈만으로는 못 삽니다. 시골에서 일하는 사람이 없다면 말이지요. 시골사람은 돈 만지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돈 없어도 잘 살 수 있습니다.

 우리한테 참말로 중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리가 참으로 나누며 살면 좋을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리가 스스럼없이 즐길 수 있고, 우리 아닌 다른 사람도 기꺼이 즐길 만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선이골 산골짜기로 들어간 일곱 식구는 꼭 자신들한테 소중하고 사랑스럽고 신나고 조촐한 것을 찾으려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누구를 나무라거나 비웃거나 괴롭히거나 들볶거나 등치거나 업신여기거나 우쭐거리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살아갈 뿐이고, 앞으로도 그저 그대로 살아가려 할 뿐입니다. 이런 말 하기는 뭣하지만, "책 좀 읽어 보고 떠들어 보시지요?" 하는 말을 `선이골 식구들한테 막말을 쏟고 욕설을 내뱉았다'는 그네들에게 한 마디 해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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