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땀
두 아이를 데리고 읍내마실을 다녀온다. 이웃마을까지 걸어가서 버스를 탄 뒤, 낮 네 시 사십 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바깥에서 꽤 오래 있던 만큼 작은아이는 군내버스에서 사르르 잠든다. 두 아이만 맨 뒷자리에 앉혔는데, 작은아이는 낯선 할아버지 어깨에 기대어 잔다. 너 대단한데. 이 대단한 아이는 우리 마을 어귀에 닿아 내릴 무렵 아버지 품에 안겨서 내리는데, 아버지가 짐가방을 메고 아이를 안고 집에 닿아서 자리에 눕히고 겉옷이랑 장갑을 벗긴 뒤에 이불을 여미어 주니, 머잖아 일어난다. 이렇게 일어날 수 있으면 일찌감치 일어나 주면 좋으련만,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벌써 아홉 해째 이러고 산다. 뭐, 큰아이는 이제 이렇게 아버지 품에 안겨서 마을 어귀부터 집까지 오지 않을 나이가 되었으니 그렇고, 작은아이는 아직 아버지 품에 안겨서 집까지 포근하게 오고 싶은 마음이니 내가 더 기운을 내어 씩씩하게 다녀야지. 4349.1.11.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아버지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