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눈이
한국에서는 ‘백설공주’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동화와 만화영화가 있어요. 이야기책에서도 만화영화에서도 으레 ‘백설공주’라는 이름만 쓰니 우리 입에는 ‘백설 + 공주’라는 말마디가 익숙해요. 그러면 백설공주는 왜 ‘백설’이라는 공주인지 생각해 본 일이 있을까요? ‘백설’은 ‘흰눈’이나 ‘하얀눈’을 가리키는 한자말이에요. 겨울에 내리는 눈이라면 모두 하얗겠지요. 굳이 ‘흰눈’이나 ‘하얀눈’처럼 쓰지 않아도 돼요. 그렇지만 눈이 내릴 적에 모두들 “흰 눈이 내리네”라든지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네”처럼 말해요. 한국말사전을 보면 한자말 ‘백설’은 나오고 ‘흰눈’이나 ‘하얀눈’은 없어요. 한국말이 없는 한국말사전이니 알쏭달쏭하지만, 아무튼 백설공주는 한국말로 하자면 ‘흰눈공주’나 ‘하얀눈공주’인 셈이지요. 그래서 살갗이 눈처럼 하얗다고 하는 아이를 가리키면서 ‘흰눈이’나 ‘하얀눈이’ 같은 이름을 써 볼 만해요. ‘하얀이’라고 해 볼 수도 있어요. 살갗이 까맣다면 ‘까만이’가 될 텐데, 숲에 있는 고운 흙은 까무잡잡한 빛이랍니다. 숲흙은 밭흙하고 달라 빛깔이 까매요. 그래서 ‘까만흙이’ 같은 이름도 써 볼 수 있고, ‘까만밤이’ 같은 이름도 쓸 수 있습니다.
(최종규/숲노래 .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