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형제 춤추는 카멜레온 61
알렉시스 디컨 글.그림, 최용은 옮김 / 키즈엠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01



새끼 새와 새끼 악어는 서로 형제가 되어

― 우리는 형제

 알렉시스 디컨 글·그림

 최용은 옮김

 키즈엠 펴냄, 2012.10.12. 11000원



  알렉시스 디컨 님이 빚은 그림책 《우리는 형제》(키즈엠,2012)는, 어느 날 알에서 나란히 깨어난 두 짐승이 서로 돕고 아끼면서 일구는 삶을 차분히 그립니다. 그런데 두 알은 모두 어미가 없이 깨어나요. 어미는 온데간데없이 알만 덩그러니 나란히 있다가 깨어납니다. 게다가 한 알에서는 새끼 새가 깨어나고, 다른 한 알에서는 새끼 악어가 깨어나요.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까요? 그림책이니까 이렇게 그릴 수 있을까요? 참말 새알이랑 악어알이 나란히 있다고 깨어나기도 할까요?


  그림책을 읽는 아이한테는 새랑 악어가 두 알에서 나란히 깨어나는 일이 대수롭지 않습니다. 이 그림책을 읽는 아이는 왜 새알하고 악어알이 나란히 있다가 깨어나는가를 따지거나 묻지 않습니다. 그냥 그렇게 있다가 알이 깨어난다고만 여깁니다. 두 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깨어나는 모습만 물끄러미 들여다보아요.



얼마 뒤 알에서 아기 새가 태어났어요. 그리고 곧 아기 악어가 태어났지요. “네가 내 동생이구나.” 새가 말했어요. “형, 나 배고파.” 악어가 말했지요. (4∼5쪽)



  새알이든 악어알이든 모두 알입니다. 새이든 악어이든 모두 새로운 목숨입니다. 어린 짐승은 모두 ‘아기’예요. 새끼 새이니 더 귀엽거나 새끼 악어이니 무섭지 않습니다.


  그림책 《우리는 형제》를 보면, 먼저 깨어난 새끼 새가 나중에 깨어난 새끼 악어를 보면서 “네가 내 동생이구나” 하고 말합니다. 나중에 깨어난 새끼 악어는 먼저 깨어난 새끼 새를 보면서 “형, 나 배고파” 하고 말해요. 둘은 그냥 동생이고 형입니다. 둘은 한자리에서 깨어난 형제요, 앞으로 사이좋게 삶을 지을 살가운 곁지기라고 할 만합니다.



“형, 뭘 먹어야 할지 몰라서 이것저것 다 가져왔어.” “내가 먹기에는 너무 크다. 네가 잘게 씹어서 줄래?” 먹이를 다 먹고 난 새와 악어는 두 눈을 끔쩍이며 주이를 둘러봤어요. “형, 나 추워.” “응, 나도.” (10∼11쪽)




  새끼 새하고 새끼 악어는 서로 돕고 기대고 아끼고 사랑하고 돌보면서 천천히 자랍니다. 다른 사람, 아니 다른 짐승 눈치를 볼 까닭은 없습니다. 두 새끼 모두 어미가 없이 저희끼리 깨어났고, 저희끼리 먹이를 찾으며, 저희끼리 둥지를 지어요.


  악어는 따로 둥지를 짓지 않습니다만, 새끼 새는 어릴 적부터 ‘스스로 살아남으’려고 둥지를 짓습니다. 어미 새가 곁에 없어도 몸속에 깃든 숨결에 따라 저절로 집짓기에 나섭니다. 새끼 악어도 어미 악어가 없으니 어떻게 삶을 지어야 하는지 잘 모르지만, 형으로 삼는 새끼 새가 둥지를 지을 적에 이 일을 거들어요. 왜냐하면 밤에 춥거든요. 둥지가 있으면 한결 포근히 잠들 수 있어요.


  그림책 《우리는 형제》를 아이들하고 읽으면서 ‘말도 안 돼!’라거나 ‘어떻게 이럴 수 있어?’ 하고 묻지는 말아야 합니다. 그저 차분히 이 이야기를 따라갈 노릇입니다. 새는 새끼리만 살아야 하거나 악어는 악어끼리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섣불리 앞세우지 말아야 합니다. 두 어린 목숨이 서로 아끼면서 보살피는 숨결을 찬찬히 헤아리면서 조용히 읽어야 합니다.



다시 날이 밝았어요. “저것 봐, 정말 예쁘다.” 밝아 오는 해를 보며 악어가 말했어요. “응, 눈부셔. 우리 노래할래?” 따뜻한 햇살이 비치자 새는 기분이 좋아졌어요. 새가 즐겁게 노래를 불렀어요. 악어는 그 노랫소리를 들으며 스르르 잠이 들었지요. (12∼14쪽)




  새끼 악어는 먹이를 찾아서 나릅니다. 새끼 새는 노래를 불러 어린 동생을 타이르고 달래며 북돋웁니다. 새끼 새는 날갯짓을 익히는데, 새끼 악어도 날아올라 보려고 애씁니다. 새끼 악어는 물에 둥둥 뜨면서 노는데, 새끼 새도 불에 둥둥 뜨면서 함께 놀려고 합니다.


  그래요, 사랑입니다. ‘난 못 해!’ 하고 못을 박지 않습니다. 서로 무엇을 좋아하거나 즐기는가를 가만히 살펴서 함께 하려고 합니다. 서로 무엇을 잘 하는가를 곰곰이 살펴서 솜씨를 키우거나 살찌웁니다.


  이렇게 두 어린 목숨은 무럭무럭 자라고, 어느덧 씩씩하고 의젓한 어른이 됩니다. 그리고, 두 어린 목숨이 어른이 된 어느 날, 다른 숲으로 마실을 갔는데, 다른 숲에서 ‘처음으로 어떤 모습’을 봅니다.


  네, 한쪽에서는 새끼리 놀고, 다른 한쪽에서는 악어끼리 노는 모습을 보아요. 새끼일 적에 함께 깨어나서 자란 새랑 악어는 ‘저희 둘이 그저 같은 형제’인 줄 알고 살았는데, 그렇지 않다는 대목을 뒤늦게 깨닫습니다. 어른이 된 새는 다른 새가 모인 나무로 날아가고, 어른이 된 악어도 다른 악어가 우글거리는 늪으로 날아가요.



둘은 함께 하늘을 나는 연습을 했어요. 그리고 물 위에 통나무처럼 둥둥 떠 있는 법도 연습했지요. 나무에 오르는 법도 연습하고, 멋진 춤을 추는 법도 연습했어요. 날씨가 좋을 때는 바위에 올라가 따뜻한 햇볕을 쬐었어요. 그리고 추울 때는 서로 꼭 붙어 몸을 따뜻하게 했지요. “형이 우리 형이라서 참 좋아.” 악어는 곧 까무룩 잠이 들었어요. (18∼19쪽)




  새 무리에 낀 ‘새’는 이곳에서 어떻게 지낼까요? 악어 무리에 낀 ‘악어’는 그곳에서 어떻게 살까요? 새라는 모습으로 태어났으니 새라는 모습으로만 살아야 할까요? 악어라는 모습으로 태어났으니 악어라는 모습으로만 살아야 할까요?


  그림책 《우리는 형제》는 아이한테 조용히 묻고, 이 그림책을 함께 볼 어른한테도 넌지시 묻습니다. 우리 스스로 어떤 눈으로 새랑 악어를 바라보는지 묻습니다. 새랑 악어는 서로 어떤 사이인가를 묻습니다. ‘형제’란 누구이고 ‘동무’나 ‘이웃’이란 누구이며, ‘한식구’란 누구이냐고 물어요. ‘적’이나 ‘맞잡이’나 ‘남’이란 누구인가 하고 묻습니다. 어떻게 살 적에 스스로 즐겁거나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울까 하는 대목을 묻습니다. 겉모습으로 이웃을 살피려 하는지, 속마음으로 동무를 사귀려 하는지, 사랑으로 한식구를 돌보거나 아끼려 하는지, 스스로 기쁨으로 누릴 삶이란 무엇이라 할 만한지를 묻습니다.


  겉모습이 같으니 형제이거나 동무이거나 이웃일까요? 겉모습이 다르니 너랑 나는 그저 남이면서 적이나 맞잡이 사이로 지내야 할까요?


  그림책 《우리는 형제》를 덮으면서 생각합니다. 이 그림책을 틈틈이 다시 꺼내어 읽으면서 새삼스레 생각에 잠깁니다. 어버이가 낳는 아이는 어버이한테 저마다 사랑스럽습니다. 열 손가락을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습니다. 우리 집 아이도 사랑스럽고, 이웃 아이도 사랑스럽습니다. 나도 아름다운 사람 가운데 하나이고, 나를 둘러싼 수많은 다른 사람들도 저마다 아름다운 숨결입니다.


  그러니까, 서로 다른 몸짓이요 말짓이어도 얼마든지 서로 아름다운 넋입니다. 서로 다른 삶이고 살림이어도 얼마든지 서로 사랑스러운 목숨입니다. 이 지구별에서 인종이나 나라를 따질 까닭이 없이 모두 ‘지구별 형제’입니다. 서로 따사로이 아끼면서 어깨동무를 할 반가우면서 기쁜 ‘지구별 형제’입니다. 4349.1.3.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6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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