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하고 함께 볼 영화란



  아이들하고 함께 볼 영화는 어버이가 먼저 보아야 한다. 아이들이 볼 그림책이나 만화책도 어버이가 먼저 보아야 한다. 그래서 아이들하고 살며 영화도 책도 거듭거듭 자꾸 보거나 다시 보기 마련이다. 같은 영화나 책을 수없이 다시 본다.


  이 밤에 영화 하나를 본다. 밤에 마칠 일이 있어서 이 일을 하다가 곁눈으로 ‘어느 영화에 얄궂거나 짓궂은 이야기나 모습’이 나오나 안 나오나를 살피다가 그만 ‘내 할 일’을 잊고 영화에 빠져든다. 일을 마치고 얼른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데, 새벽 다섯 시까지 영화 보느라 그만 밤을 꼴딱 새우다시피 한다.


  그러면 영화는 잘 보았는가? 그렇다. 영화는 잘 보았다. 영화가 무척 훌륭하다고 느껴서 그만 ‘내 할 일’을 잊기까지 했다. 졸립지만, 일을 미루고 말았지만, 아이들하고 새롭게 볼 영화 하나를 알았기에 기쁘다. 4348.12.24.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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