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뜯어고치는 글쓰기



  세 차례에 걸쳐서 거의 몽땅 뜯어고쳐서 쓴 글이 있다. 이 글을 놓고 여덟 달 만에 다시금 뜯어고쳐서 새로운 글을 빚는다. 그런데 네 차례 뜯어고치기에서는 아예 새로 글을 쓴다. 앞서 쓴 글을 모두 버리다시피 하면서 새로 쓴다. 무슨 글을 이렇게 쓰는가 하면, 어린이가 읽을 글을 이렇게 쓴다. 열 살 어린이가 ‘글쓰기’를 할 적에 길동무로 삼기를 바라는 글을 이렇게 쓴다. 앞으로 이태쯤 지나면 우리 집 큰아이가 이 글을 읽을 만하겠지? 우리 큰아이와 작은아이가 저희 아버지가 쓴 글을 읽고서 앞으로 저희 나름대로 글쓰기를 할 적에 슬기롭고 예쁜 길동무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씩씩하게 ‘뜯어고치기’ 또는 ‘새로쓰기’를 한다. 어깨가 몹시 결리고 등허리도 아프지만, 이 새로쓰기를 마무리짓고 나서야 잠자리에 들 생각이다. 4348.12.14.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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