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의 세계사 - 분쟁과 빈곤의 지구촌, 이정용 사진집 오늘의 다큐 3
이정용 지음 / 눈빛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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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 읽는 사진책 221



평화로운 마을에는 싸움도 가난도 없다

― 역설의 세계사, 분쟁과 빈곤의 지구촌

 이정용 사진

 눈빛 펴냄, 2015.1.23. 25000원



  날씨가 포근하면 아이들은 마당에서 맨발로 뛰어놉니다. 폭한 날에 아이들은 장갑조차 안 낍니다. 겉옷을 벗고 이마와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도록 뛰고 달리면서 신나게 놀지요.


  즐겁게 노는 아이들은 즐겁게 놀기에 평화롭고 사랑스럽습니다. 평화롭고 사랑스럽기에 이 아이들은 저희 어버이가 부자인지 가난뱅이인지 잘 모르기도 하지만, 굳이 따지지도 않습니다. 평화로운 몸짓과 마음으로 신나게 놀 수 있는 마을이라면 어디나 평화로운 기운이 흘러서 날마다 재미나면서 즐거운 이야기가 넘칠 만합니다.



자본주의가 됐든 사회주의가 됐든 모든 곳에 이 역설의 질서가 존재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갖지 못한 자들은 이 질서를 존중하도록 강요받았고, 그들 앞에 던져진 희망이라는 고깃덩어리를 위해 목숨까지 거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6쪽)



  사진책 《역설의 세계사》(눈빛,2015)는 한겨레신문 사진기자 이정용 님이 지구별 여러 나라를 돌면서 담은 사진을 한자리에 묶으면서 ‘분쟁과 빈곤’이 어떻게 흐르는가 하는 대목을 보여줍니다. 스스로 찾아가서 두 눈으로 지켜보고 온몸으로 부대끼지 않고서는 알 길이 없는 ‘분쟁’하고 ‘빈곤’을 사진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만히 보면 신문이나 방송에는 지구별 ‘분쟁 소식’이나 ‘빈곤 소식’이 자주 오르내립니다. 커다란 나라가 쳐들어와서 고단한 나라 이야기가 신문이나 방송에 실리고, 한 나라가 여럿으로 갈린 채 치고 박고 다투고 서로 아픈 모습이 신문이나 방송에 실려요. 그리고, 이렇게 전쟁이나 분쟁이나 내전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가난이나 굶주림(빈곤)’이 함께 있습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까닭이 정치권력으로 갈린 이들이 전쟁무기와 전쟁과 군대에 힘을 쏟는 사이에 여느 사람들은 더더욱 살림이 쪼들리기 때문입니다. 살림을 가꾸는 데에 써야 할 돈을 고스란히 전쟁무기와 전쟁과 군대에 바치니 가난이나 굶주림은 그칠 수 없습니다.


  지구별에서 전쟁무기를 가장 많이 갖춘 나라는 어디일까요? 미국입니다. 전쟁무기가 가장 많아도 새로운 전쟁무기를 끝없이 많이 만드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미국입니다. 미국 못지않게 러시아하고 중국도 전쟁무기에 돈을 많이 씁니다. 일본도 전쟁무기에 돈을 무척 많이 씁니다. 이른바 선진국이라는 유럽 여러 나라도 이러한 흐름은 엇비슷합니다.


  사진책 《역설의 세계사》는 ‘역설’이 되는 지구별 아픔과 생채기를 사진으로 다룹니다. 지구별 곳곳에서 드러나는 분쟁이나 빈곤을 사진으로 가만히 보여주기도 하고, 지구별 곳곳에서 분쟁이나 빈곤이 드러나더라도 즐겁고 재미나게 삶을 짓고 살림을 가꾸는 사람들을 사진으로 넌지시 보여줍니다. 사진이 모든 것을 할 수 없다고도 할 만하지만, 사진기자 이정용 님은 사진으로 분쟁과 빈곤을 찬찬히 보여주면서, 분쟁과 빈곤이 이 지구별에서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보여줍니다.



수많은 이들이 ‘노예’가 되는 것을 무릅쓰고도 먼 타지를 찾는 이유는 자국의 열악한 노동시장과 임금을 들 수 있다. (33쪽)



  그러면, 분쟁이나 빈곤이 사라지도록 하자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전쟁무기를 없애야 하겠지요. 전쟁무기가 있으니 자꾸 전쟁이 터지고 분쟁이 생겨요. 전쟁무기부터 없어야 분쟁이 사라집니다. 전쟁하고 분쟁이 사라져서 전쟁무기에 퍼붓는 돈도 사라진다면 이제 살림을 북돋우는 길로 나아갈 수 있어요. 이때에는 빈곤도 사라질 수 있어요.


  한국 사회를 곰곰이 돌아봅니다. 한국은 전쟁이나 분쟁 때문에 괴로운 나라는 아니라고 할 만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남녘하고 북녘이 갈렸어요. ‘분쟁’은 없으나 ‘분단’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남녘이나 북녘은 군대하고 전쟁무기에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부어요. 군대하고 전쟁무기에 돈을 어마어마하게 쏟아부으면 어떻게 될까요? 다른 곳에 쓸 돈이 없지요. 교육이나 복지뿐 아니라, 문화와 삶을 가꾸는 데에는 돈을 못 쓰고 말아요.



현재 타슈켄트에도 대형 쇼핑센터가 하루가 다르게 들어서고 있지만 사람들의 정겨운 삶과 향내가 있는 시장을 찾는 것은 한국이나 우즈베키스탄인들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105쪽)



  가까이에 있는 아픔을 사진으로 찍습니다. 멀리 있는 생채기를 사진으로 찍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아픔과 생채기를 사진으로 담습니다. 이러면서 기쁨과 웃음을 나란히 사진으로 담습니다.


  아픈 사람이 울기에, 울음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아프면서도 아이를 낳고 아이를 돌보고 아이를 가르치기에, 울음을 그치고 아이하고 함께 웃으려고 합니다. 아이들은 눈물이 아닌 웃음을 물려받으면서 삶을 새롭게 짓도록 돕고 싶은 마음이니까요.


  사진책 《역설의 세계사》를 보면 총을 든 사람이라든지 총알에 유리창이 깨진 모습이라든지 아슬아슬하거나 안타까운 모습을 사진으로도 만날 수 있고, 수수한 사람들이 수수하게 짓는 사랑스럽고 평화로운 모습도 사진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페루의 수도 리마 남쪽의 사막에서 시작된 이 도시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모래 언덕에서 시작하여 30여 년 만에 6만여 가구, 40여 만의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도시로 성장을 했다. 도시에서 쫓겨난 도시빈민들이 내 집 마련의 소박한 꿈을 안고 스스로를 조직해 건설한 비자 엘 살바도르는 남미를 대표하는 참여 민주주의의 상징이 되었고, 사람들은 이곳을 구원의 땅이라 부른다. (204쪽)



  아이들이 옷을 입습니다. 언니한테서 물려받은 옷도 입고, 어버이가 지어 주는 옷도 입으며, 가게에서 장만한 옷도 입습니다. 아이들은 어떤 옷이든 딱히 가리지 않습니다. 즐겁게 입고서 즐겁게 입으면 넉넉합니다. 아이들은 즐거운 삶을 꿈꾸고, 즐거운 놀이를 바라요. 우리 어른은 아이들한테 즐거우면서 평화로운 삶을 물려줄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어른다우면서 아름다운 사회를 이룰 만합니다.


  그러니까 말이지요, 분쟁이나 빈곤이 있는 나라에 무엇이 있어야 할까요? 분쟁이 없어야 하고 빈곤이 없어야 할 텐데, 분쟁이나 빈곤이 없어진 자리에는 무엇이 들어서야 할까요? 바로 평화가 들어서야 하며, 기쁘게 나누는 아름다운 사회가 들어서야 합니다. 연필 한 자루를 나누고, 교실을 정갈하게 가꾸며, 마을이 아름답도록 북돋아야 합니다. 가난하거나 굶는 이웃이 없어야 하며, 아프거나 괴로운 동무가 없어야 하지요.


  정치와 경제와 사회라는 테두리로만 바라보면 이 지구별은 온통 ‘역설’투성이입니다. 그렇지만 이 지구별을 이웃과 동무로 마주하고 꿈과 사랑으로 손을 맞잡으려는 마음으로 얼크러지면 언제나 ‘새로움’이 흐르리라 느껴요.


  사진책 《역설의 세계사》를 빚은 이정용 님은 이녁이 밟은 나라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기 앞서 여러 나라마다 어떤 분쟁과 빈곤이 펼쳐지는가를 갈무리합니다. 이 같은 ‘신문보도 자료’나 ‘통계지표 소식’을 살피면, 분쟁국이나 빈곤국 모두 전쟁무기와 군대 때문에 괴롭습니다. 그리고 선진국도 전쟁무기와 군대가 너무 많아요. 지구별에서 전쟁무기하고 군대를 몰아낼 수 없을까요? 모두 함께 전쟁무기하고 군대부터 없앤 뒤에, 모두 손을 맞잡고 ‘한이웃(하나가 되는 이웃)’이 될 수 없을까요? 사진책 한 권을 바라보면서 평화와 사랑과 꿈을 가만히 돌아봅니다. 평화와 사랑과 꿈이 이 지구별에 가득하여 ‘역설’이 사라질 수 있기를 빕니다. 4348.12.15.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비평/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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