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61] 살갑다



  서로 손을 잡으면 두 손이 따스합니다. 추운 날에도 더운 날에도 맞잡은 손에는 따스한 기운이 흐릅니다. 서로 부둥켜안으면 따스합니다. 무릎에 누워도 따스한 기운이 퍼지고, 어깨동무를 해도 따스한 기운이 넘쳐요. 서로 살을 맞대기 때문에 따스할까요? 이리하여 ‘살갑다’라는 낱말은 살내음이 물씬 흐르면서 사랑스러운 결을 나타낸다고 할 만합니다. 다만, ‘살갑다’는 ‘슬겁다’에서 비롯한 낱말이라 하고, ‘슬겁다’는 ‘슬기롭다’에서 비롯했다고 해요. 그런데, 꼭 이렇게만 볼 수는 없어요. 부드럽거나 상냥하거나 너른 마음을 나타낼 적에 쓰는 ‘살갑다’는 따로 ‘살·살갗’을 떠올리면서 새로 지을 수 있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헤아리면 ‘곰살맞다’하고 ‘곰살궂다’ 같은 낱말이 있어요. 이 낱말도 부드럽거나 따스한 마음결을 나타냅니다. 그나저나 요즈음 어른들은 ‘마음’이라는 한국말보다 ‘정(情)’이라는 한자를 빌어 ‘정답다·정겹다’ 같은 말을 쓰기도 합니다. ‘마음 다스리기’라 말하지 않고 영어를 빌어 ‘마인드(mind) 컨트롤’을 말하기도 하고요. 4348.12.7.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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