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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사 - 선사시대에서 헬레니즘 시대까지
토마스 R. 마틴 지음,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 2015년 10월
평점 :
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38
전쟁으로 얼룩진 ‘옛 그리스’ 역사는 바보스럽다
― 고대 그리스사
토머스 R.마틴 글
이종인 옮김
책과함께 펴냄, 2015.10.15. 2만 원
오늘 하루는 앞으로 역사가 됩니다. 오늘을 살아낸 사람은 어제를 되새기는데, 어제가 바로 역사입니다. 어제를 돌아볼 줄 알면서 오늘을 씩씩하게 가꾸고, 오늘 하루 기쁘게 누린 살림을 모레에도 곱게 일구려는 마음이 됩니다. 오늘 하루 썩 기쁘지 못하거나 슬픈 살림이었으면, 이날을 차근차근 되씹으면서 모레에는 새로운 꿈이 자라도록 북돋우려고 하기 마련입니다.
슬기롭게 보낸 하루는 앞으로도 슬기로운 발자국으로 남습니다. 어리석거나 바보스레 보낸 하루는 앞으로도 어리석거나 바보스러운 발자국으로 남습니다. 어느 발자국이든 모두 스스로 찍는 발자국이요, 스스로 내는 발자국입니다. 역사를 아는 사람이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가를 아는 사람이요,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날을 슬기롭게 지으려는 꿈이 있는 사람입니다.
여자들은 정착촌에 매인 몸이 되었다. 그들은 점점 더 규모가 커져 더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영농을 지원하기 위해 아이들을 키웠다. 여자들은 또한 대구모 가축 떼들의 2차 생산품을 가공하는 노동 집약적 일을 떠맡아야 했다. (42쪽)
토머스 R.마틴 님이 쓴 《고대 그리스사》(책과함께,2015)를 곰곰이 읽습니다. 글쓴이 토머스 R.마틴 님은 《고대 그리스사》뿐 아니라 《고대 로마사》도 썼다고 합니다. 《고대 로마사》는 ‘로물루스에서 유스티니아누스까지’ 적은 역사책이라면, 《고대 그리스사》는 ‘선사시대에서 헬레니즘 시대까지’ 적은 역사책이라고 해요.
자, 그러면 이들 역사책에는 그리스나 로마에서 벌어진 어떤 이야기를 다룰까요? 우리는 그리스나 로마와 얽힌 옛 발자국에서 무엇을 읽을 만할까요? 아스라한 옛날, 그리스와 로마는 어떠한 삶을 꾹꾹 눌러서 발자국으로 남겼을까요?
고온에서 금속을 합금하는 혁신적인 방법을 고안한 에게 해의 금속공들은 더 치명적인 무기, 전투를 위한 새로운 사치품, 더 좋은 농업이나 건축용 도구들을 만들어냈다. 이 새로운 기술 덕분에 금속 무기는 훨씬 더 치명적인 살상력을 얻게 되었다. (56쪽)
아르카이크 시대의 그리스인들은 이 새롭게 획득한 기술을 이용하여 전승 문학을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호메로스의 두 장시이다. 근동의 이야기들이 많이 스며든 이 구전 서사시는 여러 세기에 걸쳐서 그리스의 후예들에게 자자손손 문화적 가치를 전달했다. (96쪽)
《고대 그리스사》는 그리스를 둘러싼 정치와 사회와 문화를 다루는데, 이 가운데 정치는 거의 ‘전쟁 역사’라고 할 만합니다. ‘사회’를 살피면 ‘민주 제도’가 싹터서 뿌리를 내리려고 하는 흐름을 살핍니다. ‘문화’를 보면 아름다운 삶과 생각을 북돋운 슬기로운 사람들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그리스 옛 역사도 한국 옛 역사 못지않게, 정치권력을 쥔 이들이 서로 창이나 칼을 거머쥐고 땅을 차지하거나 뺏는 몸짓이 큽니다. 이른바 ‘영토 확장’이라든지 ‘노예 확보’를 노리려는 몸짓이요, 이웃한 ‘다른 지도자가 거느리는 땅’에 있는 자원에 군침을 흘리면서 가로채려는 몸짓이라고 할 만합니다. 옛 그리스에서 크게 꽃을 피운 멋지거나 놀라운 문화는, 바로 이웃에 있는 여러 나라를 쳐들어가서 땅과 사람과 자원을 빼앗았기에 이룰 수 있었다고 할 만합니다.
전쟁의 패배라는 참사로 자유를 잃어버린 그들은 그 이전에는 자유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재 노예가 된 것은 이성의 능력이 결핍되어서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모든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전쟁 포로를 노예로 팔아넘기는 것을 인정했다. (140쪽)
스파르타 사람들의 생활 방식은 그들이 전쟁에서 정복하여 노예로 삼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살아가면서 정립되었다. 그들은 그 노예들을 경제적으로 수탈했는데, 노예의 수가 그들보다 훨씬 많았다. 정복당한 적대적 이웃들에게서 식량과 노동을 착취하고 또 그들에 대하여 우월성을 지키기 위해, 스파르타 사람들은 사회를 늘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는 군인 사회로 만들어 나갔다. (158쪽)
스파르타 사람들은 이녁 사회에서 노예 숫자가 훨씬 많아서 늘 ‘군대 집단’ 같은 얼거리였다는데, 스파르타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이러한 사회 얼거리가 즐거웠을까요? 누가 날 칼로 찔러서 죽이려고 한다는 두려움을 늘 품고서 노예를 더욱 짓누르는 삶이란 얼마나 재미날까요?
사내로 태어나서 꽤 어린 나이부터 군사 훈련을 받고서 ‘적군’을 무찌르는 삶만 배워야 한다면, 이웃을 아끼거나 사랑하는 마음은 배우지 못하고, 그저 전쟁무기를 가득 채우고, 전쟁훈련을 더 해야 하며, 자꾸자꾸 이웃하고 전쟁을 벌여야 한다면, 이러한 사회를 이룬 사람들은 삶에서 어떤 보람을 누릴 만할까요.
그러고 보면, 오늘날 지구별에서 미국은 전쟁무기와 군대를 어마어마하게 거느립니다. 미국은 여러모로 과학이나 문화나 문명도 뽐내지만, 전쟁무기와 군대를 가장 크게 뽐냅니다. 러시아도 미국 못지않고, 중국도 미국 못지않아요.
어쩌면, 미국이나 러시아나 중국은 이들 나라가 거느리는 전쟁무기와 군대를 앞세워서 이웃 땅이나 사람이나 자원을 가로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쟁무기와 군대로 나라를 지킨다고 여길 만합니다만, 전쟁무기와 군대 때문에 자꾸자꾸 더 전쟁을 부추긴다고도 할 수 있어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하여 타당한 이유를 제시해야 하고 또 그 결혼의 타당성을 남들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 하며 아무런 증거도 없이 다른 사람이 자기의 이야기를 진실로 믿어 주기를 바랄 수는 없다는 사고방식이 초기 이오니아 사상가들이 이룬 가장 중요한 업적이었다. (197쪽)
놀랍게도 아테네 민회는 페르시아와의 거래를 거부했다. 아무리 많은 황금 덩어리를 안겨 주고 아무리 아름다운 영토를 준다고 해도, 동료 그리스인들에게 ‘노예제’를 가져오는 일과 연관된 페르시아의 뇌물은 받아먹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220쪽)
정치를 다스리는 이들이 전쟁이나 군대에 돈과 힘과 품을 쓰지 않고, 오직 사람들이 아름답고 즐겁게 사는 길에 돈과 힘과 품을 썼다면 이 지구별은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 궁금합니다. 오늘날 미국과 러시아와 중국 같은 나라가 전쟁무기와 군대에 돈을 한 푼도 안 쓴다면, 한국 사회도 전쟁무기와 군대에 돈을 한 푼조차 안 쓸 수 있을 테고, 젊은이도 군대에 끌려가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전쟁무기와 군대에 들이던 어마어마한 돈으로 사회와 문화와 복지와 교육을 그야말로 훌륭하게 다스릴 만하리라 느낍니다.
더군다나 한국 사회는 남녘하고 북녘이 갈린 채 다투지요. 남녘뿐 아니라 북녘도 전쟁무기와 군대 때문에 ‘가난하거나 괴로운 사람들’이 아주 많아요. 남녘과 북녘이 하나인 나라로 거듭난다면, 서로 총칼을 맞댄 채 으르렁거려야 하지 않으니, 전쟁무기와 군대에 바치던 돈을 아주 크게 줄이거나 아낄 만합니다.
흔히 ‘통일비용’이 엄청나다고들 하지만, ‘통일이 된 뒤에는 전쟁무기와 군대를 크게 줄이면 되’고, 마땅히 전쟁무기와 군대를 크게 줄여야 할 터이니, ‘통일비용’은 오히려 얼마 안 들 뿐 아니라, 이러한 돈과 사람과 자원은 고스란히 ‘하나가 된 한국 사회와 문화’를 북돋우는 밑힘이 되리라 느낍니다. 곧 ‘분단비용’이 훨씬 어마어마합니다. ‘분단된 두 나라’가 전쟁무기와 군대에 수십 해째 치러야 하는 돈과 사람과 품은 그야말로 그악스럽도록 어마어마하지요.
아테네인이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겪은 손실은 아테네 민회의 남자 투표자들이 거듭하여 적과 평화로운 협상을 거부한 태도에서 비롯된, 예기치 못한 참담한 결과였다. (306쪽)
그리스 중장 보병은 생존의 기술과 용기를 과시했다. 이 일을 알게 된 페르시아 왕은 그리스인들이 서로 힘을 합하면 제국에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왕은 그리스인들을 서로 분할하여 자기들끼리 싸우게 만들어 자신의 제국과 부에 눈독을 들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 이롭다는 교훈을 명심했다. (363쪽)
무척 아름답고 훌륭했다는 아테네였지만, 아테네는 식민지와 자원과 노예가 언제까지나 그대로 있으리라고 잘못 여겼습니다. 전쟁을 그치지 않던 아테네는 그만 이 전쟁으로 얻은 엄청난 식민지와 자원과 노예를 고스란히 잃을 뿐 아니라, ‘나라’도 흔들거립니다. 아테네와 늘 맞수로 지낸 스파르타도 늘 ‘전쟁 사회’였지만, 무시무시할 만큼 씩씩하던 군대는 전쟁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어느새 힘을 잃고, 그동안 총칼로 끔찍하게 짓누르던 노예가 스파르타를 뒤집어엎으려고 하면서 이 ‘나라’도 흔들흔들하면서 그예 무너집니다.
그리고, 이런 ‘그리스 내분’이라고 할 크고작은 다툼은, 이웃 다른 나라가 바란 일이라고도 해요. “그리스인들끼리 싸우면 이웃 나라는 가만히 앉아서 더 큰 이득을 얻는다”지요. 다시 말하자면, 한국 사회가 남녘하고 북녘으로 갈린 채 전쟁무기와 군대에 자꾸 힘을 싣는 일이란, 바로 중국이나 일본이나 러시아나 미국한테 더 크게 이득이 되는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쟁무기와 군대를 키우는 나라에는 아무런 ‘발돋움(발전)’이 없기 때문입니다.
고대의 군대는 이처럼 물자를 필요로 했기에 그 군대가 지나간 곳의 주민들은 곧바로 기근과 파괴를 각오해야 했다 … 농부들이 식량 대신 받은 돈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는데, 다들 자급자족하는 터라 농촌에는 사들일 만한 물건이 없었기 때문이다. (402쪽)
적에게 충격 효과를 안겨 주는 데에는 그만인, 헬레니즘 시대의 애용 무기, 전쟁용 코끼리들을 유지하는 데에도 비용이 많이 들었다. (418쪽)
가난한 사람들은 헬레니즘 왕국의 경제를 떠받치기 위해 엄청나게 노동을 해야 했다. 농업이 경제의 기반이었고, 농민과 농업 노동자들의 삶은 시간이 지나도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423쪽)
한국 사회를 이끄는 정치 지도자는 무엇을 생각할까요? 이곳이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정책을 생각할까요? 토목공사를 벌일 적에 ‘더 많은 돈’을 바라는 마음일까요, 아니면 아름다운 나라를 이룩하는 길을 생각할까요? 발전소를 짓는다고 할 적에 ‘자급자족하는 전기’를 생각할까요, 그저 ‘돈이 되는 토목건설’로 흐를까요?
아름답지 못한 정책을 펼치기에 사람들이 집회나 시위를 하기 마련입니다. 사람들이 집회나 시위를 할 적에 정치 지도자는 전투경찰을 내세웁니다. 처음부터 아름다운 정책을 펼친다면 집회나 시위를 벌일 사람이란 없을 테고, 나라에서는 전투경찰을 꾸리느라 돈을 쓸 일이 없습니다. 스스로 아름답지 못하기에 군대나 전투경찰을 키우고야 맙니다. 스스로 아름다운 길로 꾸준히 나아가면, 이리하여 군대나 전투경찰을 쓸 일이 없으면, 이 나라 사람 누구나 즐거울 테고, 군대나 전투경찰이 있을 까닭도 사라집니다.
《고대 그리스사》에 나오는 옛 그리스 모든 나라는 ‘전쟁 물자’를 대느라 사회가 휘청거립니다. 시골에서 흙을 짓는 사람들은 언제나 가난에 시달립니다. 군대가 휩쓸고 지나간 마을에는 먹을거리가 떨어집니다. ‘옛 그리스 도시’에서는 제 나라 시골에서 먹을거리가 떨어지면 이웃나라로 쳐들어가서 먹을거리를 가로챕니다. 다시 말하자면, 전쟁은 자꾸 전쟁으로 이어지고, 전쟁은 전쟁으로 꽃피운다고 할 만합니다. 헬레니즘 시대에는 ‘전쟁용 코끼리’ 때문에 돈이 엄청나게 들었고, ‘전함’을 짓는 데에 돈을 또 엄청나게 들입니다. 오늘날 사회는 전투기와 탱크와 잠수함과 온갖 전쟁무기를 만드느라 돈을 엄청나게 들입니다.
그리스인들은 이런 외부의 영감들을 바탕으로 하여 그들 나름의 사상과 실천을 배양했고 그런 것들 중 일부는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사람들에게 공명을 일으키고 있다 … 사람들은 때때로 고대를 비판하면서 현대가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오만한 견해를 내놓기도 했으나, 근세사는 그런 견해를 조금도 뒷받침해 주지 않는다. (16쪽)
사회를 가꾸자면, 전투기를 갖추려고 수천억 원이나 수조 원에 이르는 돈을 써야 할까요? 아니면, 수천억 원이나 수조 원은 아름다운 살림을 짓는 데에 알맞게 써야 할까요? 사회를 가꾸자면, 젊은이한테 총을 쥐어 주고 군사훈련을 시켜야 할까요, 아니면 젊은이가 꿈과 사랑을 배워서 스스로 텃밭도 가꾸고 즐겁게 일하면서 땀흘리는 보람을 익히도록 이끌어야 할까요?
《고대 그리스사》 첫머리에 나오는 이야기를 되새겨 봅니다. 오늘날 사회는 조금도 아름답지 못합니다. 예나 이제나 전쟁무기가 사라지지 않을 뿐 아니라, 옛날보다 훨씬 무시무시한 전쟁무기와 군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앞으로 이백 해나 오백 해 뒤를 살아갈 뒷사람이 ‘오늘 이곳’ 이 나라 역사를 어떻게 적바림할는지 헤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아름답게 살지 않는다면, 앞으로 ‘오늘 이곳’ 이 나라 역사는 그야말로 바보스럽거나 어리석은 발자국만 꾹꾹 찍을 수밖에 없겠지요. 4348.11.13.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