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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우다이家 사람들 2 ㅣ 삼양출판사 SC컬렉션
모리모토 코즈에코 지음, 양여명 옮김 / 삼양출판사(만화) / 2015년 7월
평점 :
만화책 즐겨읽기 573
흐르고 흐르는 착한 마음
― 코우다이 家 사람들 2
모리모토 코즈에코 글·그림
양여명 옮김
삼양출판사 펴냄, 2015.4.16. 7000원
모리모토 코즈에코 님 만화책 《코우다이 家 사람들》(삼양출판사,2015) 둘째 권을 보면, 첫째 권에서 나오지 않은 새로운 사람들이 나옵니다. 먼저 코우다이 집안을 이룬 할머니하고 할아버지가 나와요. 코우다이 집안에서 ‘다른 사람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은 따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코우다이 집안에서 할아버지 적에 할아버지가 영국으로 배움길을 떠났을 적에 ‘마음에 맞는 영국 아가씨’를 만났어요.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은 바로 영국 아가씨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영국 아가씨는 삶이 따분했다고 해요. 이녁을 둘러싼 사람들이 모두 따분한 생각에 사로잡힌 채 겉멋을 부리거나 겉치레만 하는 모습을 늘 지켜보았기 때문입니다.
영국으로 배움길을 떠난 할아버지(그무렵에는 앳된 젊은이)는 그저 새로운 학문을 배우려는 마음이었다 하고, 다른 데에는 마음을 쓰지 않았다고 해요. 그리고, 할아버지는 남을 속일 줄 모르는 착한 마음이었기에, 이 착한 마음을 읽은 영국 아가씨는 고향나라를 등지고 일본으로 비행기를 타고 건너가서 새롭게 한 집안을 이루었다지요.
‘히라노 키에는 신기한 사람이다. 최근 들어 갑작스레 뿜어져 나오는 망상이 좌우지간 재밌어서 마음에 든다. 그리고 언짢은 일이 생기면, 그것이 분노나 원망이 되기 전에 엉뚱하고 우스운 이야기로 만든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한 점이 굉장하다고 생각하다. 함께 있어도 불안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사람은 처음이다.’ (9쪽)
‘미츠마사 씨랑 헤어지게 되면 어쩌지? 그와 만나기 전 나는 뭘 위해 살아왔더라? 고작 몇 개월 전일 뿐인데 한심해. 서둘러서 내 삶의 목표를 찾아야겠어!’ (24쪽)
《코우다이 家 사람들》에 나오는 다른 새로운 사람으로 ‘코우다이 집안 어머니’가 있습니다. 이 집안 어머니는 할머니한테서 ‘마음읽기’는 물려받지 못합니다. 그러나, 마음에 있는 생각을 모두 말로 내놓는 사람이기 때문에, 따로 ‘읽힐 마음’이 없다지요.
자, 그러면 이제 생각해 볼 일입니다. 착한 마음을 읽고 고향나라를 떠나 일본으로 시집간 영국 할머니는 삶이 즐거웠을까요? 네, 즐거웠습니다. 영국 할머니가 낳은 딸(코우다이 집안에서 오늘날 어머니)은 삶이 즐거울까요? 음, 잘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이분도 이분 나름대로 즐거운 삶을 살펴서 이녁 한길을 걷습니다. 비록 이러한 길이 이분한테는 격식과 예절과 가문을 따지는 길이라 하더라도, 이 길을 꿋꿋하고 씩씩하게 걷는 삶도 즐겁기 마련입니다.
‘쫓아갈 수 없었다. 시게마사가 한 말은 진심이었기 때문에, 사람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는 앤에게도 그의 생각은 알 수 없었다.’ (87쪽)
‘이렇게 예쁜 사람인데도 좋아하는 사람과 관련된 일이면 역시 불안해지는 건가.’ (111쪽)
만화책에서 흐르는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마음이 가는’ 대로 삶을 지을 적에 홀가분하면서 즐거운 나날이 되리라 느낍니다. ‘마음이 가는’ 결을 살피지 못한다면, 남한테 끌려다니는 나날이 되리라 느낍니다. 그리고, 마음은 아무 곳에나 아무렇게나 흐르지 않도록, 그러니까 스스로 사랑하는 삶을 늘 생각해서 마음에 씨앗으로 심을 수 있도록 다스려야 할 테지요. 아름다운 사랑이 피어나기를 바라는 꿈을 씨앗으로 마음에 심을 적에는, 이 씨앗은 찬찬히 싹이 트고 자라서 그야말로 아름답게 흐르는 생각이 되리라 느껴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무엇보다 당신을 만나 당신의 마음을 알게 돼 행복해.’ (121쪽)
‘소중한 이를 잃은 슬픔은 분명 누구도 치유해 줄 수는 없는 것. 하지만 모두가 이렇듯 걱정하고 있다는 건 분명 전해졌을 거예요.’ (125쪽)
마음을 읽으면서 즐거운 삶이라면, 마음을 못 읽으면서도 즐거운 삶입니다. 마음을 읽으면서도 즐겁지 않은 삶이라면, 마음을 못 읽으면서도 즐겁지 않은 삶이에요.
우리는 저마다 즐거운 삶이 되도록 생각을 기울일 노릇이라고 봅니다. 남이 나한테 선물해 줄 즐거움을 바라지 말고, 스스로 아침저녁으로 새로운 숨결을 선물하듯이,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되어야지 싶습니다.
즐거운 마음이 사랑스러운 마음이 되고, 사랑스러운 마음이 고운 마음이 되며, 고운 마음이 착한 마음이 됩니다. 흐르고 흘러서 맑은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4348.11.10.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