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에서 인터넷 쓰기



  이레쯤 앞서부터 우리 집 셈틀에 ‘인터넷 접속기기 대수 제한’과 얽힌 알림글이 떴다. 내가 바깥일을 보러 갈 적에 쓰는 작은 태블릿은 여느 때에 아이들이 갖고 놀거나 영화를 보는 놀잇감이 되어 주는데, 작은 태블릿에 이 알림글이 먼저 떴다. 이윽고 우리 집 셈틀 두 대에도 이 알림글이 떴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다. 왜냐하면, 우리 집 셈틀이나 인터넷 단말기가 벼락에 맞아서 불에 탔을 적에 케이티 회사 일꾼이 와서 우리 집 셈틀에 붙인 공유기까지 손봐 주었기 때문이다. 케이티 회사 일꾼은 공유기로 이은 줄을 깔끔하게 갈무리해 주기도 했다. 우리가 이 집에서 쓰는 셈틀 대수는 괜찮다고 말해 주었다.


  엊그제는 셈틀에 뜨는 알림글이 너무 번거로워서, 알림글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 보았다. 그제는 전화가 안 되었고, 어제 전화가 되었다. 어제 전화를 받은 분은 반드시 5500원을 더 내야 한다고 말한다. 한참 생각하다가, 더 생각하고 다시 전화를 하겠다고 말한 뒤 끊었다. 오늘 아침에 다시 케이티 회사로 전화를 거는데, 오늘 전화를 받은 분은 우리 집 셈틀 대수는 괜찮다고 말한다. 태블릿은 셈틀 대수로 넣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면, 어제 전화를 받은 사람은 무엇일까?


  아침을 지으려고 부엌에서 일하다가 곰곰이 생각한다. 어제 전화를 받은 분은 이런 전화에 많이 시달린 나머지 뻣뻣하게 나오신 셈인가? 오늘 전화를 받은 분은 또 어떤 마음인가? 오늘 아침에 전화를 걸기 앞서 ‘오늘도 어제처럼 얘기한다면, 이 시골마을 작은 집으로 점검을 나와 보라’고 얘기하려 했다. 우리 마을에 인터넷을 쓰는 집이 우리 집 하나요, 이웃한 열 남짓 되는 다른 마을에도 인터넷을 쓰는 집이 없다. 젊은 식구 사는 집은 오직 우리 집뿐이니까. 아무튼, 일이 부드럽게 잘 풀려서 나 스스로 놀랐고 고마웠다. 4348.11.6.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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