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없는 사진말

14. 좋아해야 찍을 수 있다



  좋아해야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좋아하지 않는다면 사진을 못 찍는다. 좋아해야 글을 쓰고, 좋아해야 노래를 하고, 좋아해야 밥을 짓고, 좋아해야 잠을 자고, 좋아해야 별을 보고, 좋아해야 자전거를 탄다. 어느 자리에서 어떤 일이나 놀이를 하든 스스로 좋아할 때에 비로소 웃으면서 한다.


  그러니까, 남이 웃길 때에는 잘 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내가 스스로 웃을 수 있는 일이나 놀이일 때에 잘 하기 마련이다. 사람들이 사진을 왜 잘 못 찍는다고 여기거나 느끼는가? 아직 사진을 좋아하지 않거나 좋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사진을 아직 좋아하지 못하거나 않는가? 사진을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찍기를 배워야 사진을 잘 찍지 않는다. 사진을 좋아해야 잘 찍는다. 사진읽기를 배워야 사진을 잘 읽어서 사진비평도 잘 하지 않는다. 사진을 좋아해야 사진을 잘 읽으면서 즐겁게 사진노래를 부르듯이 사진 이야기를 쓸 수 있다.


  사람을 찍든 고양이를 찍든 하늘을 찍든 꽃을 찍든 언제나 매한가지이다. 사진기에 눈을 박고서 들여다보는 모든 숨결을 나 스스로 좋아하든 사랑하든 아끼든 보살피든 어루만지든, 따사로운 마음이 흘러야 비로소 즐겁게 찍는다. 즐겁게 찍는 사진일 때에 즐거움이 흘러서, 이 사진은 나와 이웃 누구한테나 그야말로 즐거움을 베푼다.


  즐겁게 찍는 사진이기에 즐거움이 흐른다. ‘잘 찍자’는 생각으로 찍는 사진이라면 ‘잘 찍을’는지는 모르나 마음을 건드리거나 움직이지 못한다. 처음부터 생각과 마음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좋아하거나 사랑하는 마음이 있을 때에 비로소 ‘내가 찍고 싶은 숨결’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고, 제대로 바라보는 눈길일 때에 제대로 알려 할 수 있으니, 이러한 마음결과 몸짓일 때에 ‘사진을 찍는’다. 좋아하는 마음이 있기에 사진이 있고, 좋아하는 마음이 없기에 사진이 없다. 4348.11.4.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읽기/사진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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