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카메라와 그녀의 계절 3
츠키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찾아 읽는 사진책 218



좋아하는 사람을 사진으로 찍는다

― 그녀와 카메라와 그녀의 계절 3

 츠키코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5.7.25. 4500원



  츠키코 님이 빚은 만화책 《그녀와 카메라와 그녀의 계절》(학산문화사)은 좋아하는 사람을 사진으로 찍는 푸름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고등학교 졸업반이면서 사진을 아주 좋아해서 아주 어릴 적부터 찍은 아이(유키)가 있고, 사진기를 늘 갖고 다니면서 무엇이든 찍는 아이한테 마음이 끌려서 이제 막 사진기를 손에 잡은 아이(미야마)가 있습니다. 사진이나 사진기나 사진찍기를 모두 잘 모르지만, 두 아이 사이에서 천천히 제 길을 걷는 아이(린타로)까지 모두 세 사람이 이야기를 이끕니다.



“여기서 싼 아파트를 빌려서, 이곳 사람이나 자연물을 찍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24쪽)


‘그렇게 많이 찍으면서, 남에게는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다. 나 외의 누군가에게 찍히는 걸 허락할 수 없다.’ (53쪽)



  사진을 오래 찍어 본 사람이 사진을 잘 찍지 않습니다. 사진을 이제 막 찍는 사람이 사진을 못 찍지 않습니다. 사진을 오래 찍어 본 사람은 그저 사진을 오래 찍어 보았을 뿐입니다. 사진을 이제 막 찍는 사람은 이제 막 사진을 찍었을 뿐입니다.


  그러니, 사진을 잘 찍거나 못 찍는다는 매무새는 대수롭지 않습니다. 스스로 무엇을 바라보면서 무엇을 찍으려 하는가를 알면 됩니다. 스스로 무엇을 바라보는가를 제대로 알 적에 사진을 제대로 찍어요. 스스로 무엇을 찍으려 하는가를 제대로 느낄 적에 사진을 제대로 찍지요.


  다시 말해서, 사진을 아무리 오래 찍어 보았다 한들, 스스로 무엇을 바라보는가를 제대로 모르는 채 사진기 단추만 누른다면, 누구 마음에도 와닿지 못하는 작품만 빚습니다. 아무리 값진 장비를 갖추어 사진을 찍는다 한들, 스스로 무엇을 찍으려 하는가를 제대로 마음에 세우지 않는다면, 아무 이야기도 없는 맨숭맨숭한, 이러면서 ‘그럴듯해 보이기만 하는’ 모습만 찍어요.



‘공기가 되고 싶다. 눈을 깜빡이듯 사진을 찍고 싶다. 아무것도 놓치고 싶지 않아. 나의 이 소원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59쪽)


“찾았니? 뭔가. 찍고 싶은 걸.” (108쪽)


‘카메라를 든다. 린타로가 이쪽을 돌아봐 준다. 그걸 찍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히 든다.’ (120쪽)



  만화책 《그녀와 카메라와 그녀의 계절》에 나오는 유키는 오랫동안 사진을 찍기는 했으나 ‘좋아하는 사람’을 찍는 마음이 아니었습니다. 틀림없이 좋아할 만한 사람을 찍은 사진이지만, 스스로 너무 높게 울타리를 세웠어요. 사진을 찍을 적에 ‘마음(감정)’이 드러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고 말았지요.


  이 만화책에 나오는 미야마는 사진기를 쥔 지 얼마 안 되었으나, 게다가 무엇을 찍으면 좋을는지도 아직 갈피를 못 잡았지만, 사진기를 손에 쥘 적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찍겠다’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고작 몇 장 안 찍어 본 미야마입니다만, 미야마가 찍은 사진은 늘 싱그럽게 살아서 움직이는 이야기요, 즐겁게 웃고 노래하는 이야기입니다.



‘언뜻 보기엔 사이좋고 훈훈한 풍경이지만, 두 사람 사이의 벽이, 언제나 안타까웠지. 그 벽만 없어지면, 얼마나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133∼134쪽)


‘그래도 유키가 필름에 집착하는 건 역시, 셔터의 무게, 집중력 같은, 디지털 카메라에는 없는 힘을,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 (145쪽)



  대학교 사진학과를 나와야 사진을 잘 찍지 않습니다. 사진강의를 오래 들어야 사진을 잘 찍지 않습니다. 이름난 사진가한테서 배운다거나, 이름난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오랫동안 심부름꾼 노릇을 해 보아야 사진을 잘 찍지 않습니다.


  사진을 잘 찍고 싶다면 ‘사진으로 찍고 싶은 이야기’를 늘 마음에 그릴 수 있어야 합니다.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제대로 알아야 하고, 스스로 좋아하는 모습을 제대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채 사진을 못 찍지요.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기에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도 모르지요.


  사진은 ‘장비’나 ‘경력’이나 ‘졸업장’이나 ‘이름난 작가 문하생’ 따위를 내세워서는 도무지 못 찍습니다. 사진은 오로지 ‘내 마음으로 스며든 기쁜 이야기’를 가만히 마주하면서 반가이 맞아들이는 몸짓이 될 적에 찍습니다.



“아, 셀프타이머 쓸 줄 알게 됐구나.” “응, 맞아! 우리 둘이서 ‘교복’ 입은 걸, 찍어 두고 싶어서!” (156쪽)


‘지워지질 않아.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카메라를 써도, 나는 영원히 찍을 수 없는 사진.’ (172쪽)


“오늘은 카메라 안 가져왔어.” “응? 왜?” “왠지, 뭘 찍으면 좋을지 알 수가 없어져서.” (179쪽)



  만화책 《그녀와 카메라와 그녀의 계절》에서 늘 사진기를 목걸이처럼 갖고 다니던 유키가 어느 날 사진기를 손에서 뗍니다. 스스로 무엇을 찍으면 좋을는지 알 수 없다고 털어놓습니다. 이 말을 들은 미야마는 날카롭게 따집니다. 너는 네 속마음을 감추기 때문에 네가 찍고 싶은 사람을 찍지 못한다고 외쳐요. 그러니까, 네가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참말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한테 마음을 열라는 뜻입니다. 네(유키)가 아직 마음을 열지 못하니까, 네가 찍고 싶은 사진을 못 찍을 수밖에 없다고 외치는 셈입니다.


  미야마라는 아이는 사진책을 읽은 적도 없고, 사진 수업을 들은 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마음으로 알지요. 사진은 작품이나 예술을 하려고 찍지 않는 줄 알지요. 사진은 공모전에서 상을 받거나 작품집을 내려고 찍지 않는 줄 알지요.


  사진은 왜 찍을까요?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서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 사진은 누구하고 찍을까요? 좋아하는 사람하고 함께 찍히고 싶어서 ‘셀프타이머’를 배워서 함께 찍지요. 마음속에 사랑이라는 씨앗을 심으면 언제 어디에서나 스스로 기쁘게 웃는 아름다운 사진을 얻습니다. 마음속에 사랑이라는 씨앗을 심어서 고이 가꾸면 참말 언제 어디에서나 스스로 밝게 노래하는 고운 사진을 빚습니다. 4348.11.3.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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