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
마크 펫.게리 루빈스타인 지음, 노경실 옮김 / 두레아이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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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을 저지르는’ 아이는 없다

―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

 마크 펫·게리 루빈스타인 글

 마크 펫 그림

 노경실 옮김

 두레아이들 펴냄, 2014.4.30. 12000원



  고단하거나 졸릴 적에 애써 참으며 설거지를 하다가는 그만 손에서 접시나 그릇이 미끄러져서 개수대로 쿵 떨어집니다. 자칫하면 애먼 접시나 그릇이 깨집니다. 밥을 지을 적에 늘 홀가분한 몸과 마음이 되어 노래하는 숨결일 때에 맛난 밥을 지어요. 다 먹은 그릇하고 접시를 치울 적에도 언제나 홀가분한 몸하고 마음이 되어 노래하면서 수세미를 쥐지 않는다면 날마다 접시를 깨고 맙니다.


  어른하고 대면 조그마한 손이랑 발인 아이들이 개구지게 놀다가 소꿉을 떨어뜨립니다. 세발자전거를 둘이 올라타면서 오랫동안 놀았는데, 낡은 세발자전거는 이제 두 아이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앞바퀴가 폭삭 주저앉습니다. 아이들이 마당하고 고샅에서 마음껏 달리면서 놀다가 그만 자빠지거나 엎어집니다. 소매도 무릎도 흔히 구멍이 납니다.



마을 사람들 대부분 베아트리체의 이름을 잘 알지 못합니다. 그 대신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라고 부릅니다. 베아트리체가 실수하는 모습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죠. (7쪽)



  마크 펫 님하고 게리 루빈스타인 님이 함께 빚은 그림책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두레아이들,2014)를 읽습니다. 도무지 잘못이라고는 저지르지 않는다는 아이가 나오는 그림책입니다. 아주 마땅한 노릇인데, 아이는 누구라도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요. 아이는 잘못이라고는 모르니까요. 어른들이 아이를 바라보며 “너 잘못했어!” 하고 말하니까 아이는 멀뚱멀뚱 어른들을 바라보다가 그제서야 ‘아, 이렇게 하면 싫어하는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걸음마를 떼는 아이가 넘어진들 잘못이 아닙니다. 힘이 여린 아이가 물건을 떨어뜨린들 잘못이 아닙니다. 한창 말을 익히거나 글을 배우는 아이가 소리가 샌다든지 글씨를 틀리게 쓴들 잘못이 아닙니다. 참말로 아이한테서 잘못이라고 할 만한 대목이 없습니다.




누나와 달리 레니는 실수투성이며, 엉뚱한 일을 할 때가 많습니다. 크레파스를 먹거나 통조림 콩으로 그림을 그리기도 하거든요. 두 발 대신 두 손으로 춤을 추거나, 두 손 대신 두 발로 피아노를 치기도 합니다. 레니는 실수하는 걸 겁내지 않거든요. (8쪽)



  우리 어른한테는 잘못이 있을까요? 우리 어른은 어떤 잘못을 저지를까요? 아이를 큰소리로 나무란다든지, 아이한테 회초리를 드는 일은 잘못일까요 아닐까요. 아이가 한 일이 아닌데 아이를 몰아세운다든지, 이야기를 다 듣지 않고 섣불리 아이를 꾸짖는다면, 이런 몸짓은 잘못일까요 아닐까요.


  잘과 잘못을 나누는 눈길은 좋다와 나쁘다를 나누는 눈길입니다. 좋다와 나쁘다를 나누는 눈길은 이것과 저것을 가르는 눈길입니다. 이것과 저것을 가르는 눈길은 온누리를 두 가지 틀로 잘라서 옭아매는 눈길입니다.


  접시는 깰 수 있고,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질 수 있고, 큰소리로 왁왁거릴 수 있고, 밥을 태울 수 있고, 골을 부릴 수 있고, 책을 찢을 수 있고, 주머니에 구멍 난 줄 모르다가 돈을 흘릴 수 있고, 놀다가 시간 가는 줄 잊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하고 놀이는 언제나 다르면서 새로운 삶입니다. 이른바 경험이라고 합니다. 이 경험을 했다고 좋다고 여길 수 있고, 저 경험을 했으니 나쁘다고 여길 수 있을 텐데, 좋고 싫음을 떠나서 차분히 바라볼 수 있으면 마음도 새로울 수 있어요.




음악이 멈췄습니다. 베아트리체는 어쩔 줄을 몰랐어요. 울어 버릴까? 무대 뒤로 숨어 버릴까? 사람들도 많이 놀라 숨죽이고 무대를 쳐다보았습니다.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가 실수를 하다니! (23∼24쪽)



  아이는 무엇이든 스스로 하면서 배웁니다. 어른도 밥을 짓다가 그만 부엌칼에 손가락을 베면서 밥짓기를 새삼스레 더 배우기도 합니다. 어른도 낫질을 하다가 그만 낫날에 손가락을 베면서 풀베기나 나락베기를 새삼스레 더 배우기도 해요.


  그릇을 떨어뜨려 깨는 사이에 한 가지를 배웁니다. 아이들이 재미나게 놀다가 그만 툭탁거리는 사이에 스스로 한 가지를 배웁니다. 낮잠을 안 자고 밤잠도 건너뛰면서 놀려고 하는 아이들은 문득 코피가 터지면서 새삼스레 한 가지를 배웁니다. 가을이 저물며 겨울 문턱에 다다를 즈음 바람결이 달라지는구나 하고 느끼면서 새롭게 한 가지를 배워요. 추운 날 굳이 얇게 옷을 입겠노라 하는 아이들은 스스로 찬바람을 쐬어야 비로소 두꺼운 옷을 입든 여러 벌을 껴입든 하면서 배웁니다.




베아트리체는 (햄스터) 험버트를 올려다보고, 험버트는 베아트리체를 내려다보았습니다. 흠뻑 젖은 험버트의 털에 찢어진 풍선 조각들이 잔뜩 묻어 있었어요. 베아트리체가 피식피식 웃기 시작했어요. 그러더니 낄낄거리며 웃다가 결국 크게 소리 내어 웃었습니다. (25쪽)



  그림책 《절대로 실수하지 않는 아이》는 사랑스러운 이야기 한 가지를 들려줍니다. 아이도 어른도 누구나 문득문득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면서 배운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아이도 어른도 똑같은데, 어떤 일을 했을 적에 꼭 잘못이라고만 할 수 없어요. 그저 겪어 보는 일입니다. 처음으로 겪는 일이고, 갑작스레 겪는 일이에요.


  그러니, 아이들이 어떤 일을 겪거나 치르든 차분하게 바라보면서 따스하게 안아 줄 수 있어야 슬기롭게 배워요. 어른들도 어떤 일을 겪거나 치르든 차분하게 마주하면서 포근하게 어루만질 수 있어야 사랑스럽게 배워요.


  때때로 어떤 어른들은 자꾸 바보짓을 일삼기도 하는데, 게다가 바보짓을 일삼으면서 아무것도 못 배우는구나 싶기도 하는데, 이런 어른들은 아직 사랑을 모르기에 바보짓을 하리라 느껴요.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모르고, 바보스러운 어른이 이녁을 스스로 사랑하는 길을 모르기에 자꾸 바보짓을 할 테지요. 4348.11.2.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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