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 - 생태적 전환과 해방을 위한 기본소득 팸플릿 시리즈 (한티재) 2
하승수 지음 / 한티재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35



대한민국 모든 사람이 ‘달마다 40만 원씩’ 받을 권리

― 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

 하승수 글

 한티재 펴냄, 2015.3.16. 8000원



  2015년 가을에 나라에서 ‘아이 수당’을 주었습니다. 아이마다 50만 원씩 주었습니다. 어느 모로 보면 놀랄 만한 일이지만, 곰곰이 보면 하나도 안 놀랄 만한 일입니다. 어떻게 이 나라 모든 아이 ‘머릿수’에 맞추어 50만 원씩 나라에서 줄 수 있었을까요? 이 돈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나라에서 주는 ‘아이 수당’은 2015년에 한 번 주고 끝일까요, 아니면 앞으로 해마다 줄까요, 아니면 두 해나 세 해에 한 차례씩 띄엄띄엄 또 줄까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2013년 연봉이 0원이라고 한다. 무보수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소득이 진짜 0원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연봉을 안 받는지는 모르지만, 이건희 회장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식에서 배당받는 돈만 해도 1년에 1758억 원에 달했다(2014년). (6쪽)



  하승수 님이 쓴 조그마하면서 야무진 책 《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한티재,2015)를 읽다가, 문득 ‘아이 수당’이 떠오릅니다. 이 책을 읽고 보니, ‘아이 수당’은 한 해에 한 번이라든지 어쩌다가 한 번 주고 끝낼 만하지 않습니다. ‘아이 수당’은 다달이 50만 원씩 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참말 나라에서는 ‘아이 수당’을 다달이 50만 원 남짓 ‘집행’한다고 여길 만합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아이를 낳아서 돌보는 거의 모든 어버이는 아이들을 유아원이나 보육원이나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맡기는데, 여기에 드는 돈을 나라에서 꽤 많이 댑니다. 한 아이마다 얼추 50만 원에 이르는 돈을 다달이 나라에서 대요.


  그렇다면 여기에서 한 가지를 더 생각해 볼 만합니다. 나라에서 유아원이나 어린이집 같은 ‘시설에 아이 수당을 집행’하지 말고, 아이를 돌보는 집에 계좌이체로 ‘아이 머릿수에 맞추어 아이 수당 50만 원을 다달이’ 넣을 만하겠다고 느껴요. 그래서, 아이를 낳은 어버이가 ‘유아원이나 어린이집’ 같은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길는지, 아니면 따로 사람을 사서 아이를 맡길는지, 아니면 할머니나 할아버지한테 아이를 맡기고 ‘다달이 주는 아이 수당’을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드릴는지, 이러한 ‘결정권’을 아이 어버이한테 주면 훨씬 아름다운 복지 정책이 되겠구나 싶습니다. 이렇게 할 때에 비로소 ‘어린이집 원장이 어린이집을 부동산처럼 사고파는 엉터리 같은 짓’을 곧장 끝낼 수 있겠지요.



조합원이나 주주가 아닌 사람은 도대체 누구로부터 배당을 받을 수 있는가? 나는 누구나 국가로부터 배당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본래 공유였던 것을 사유화해 버렸는데, 그로부터 나오는 이익이라도 공유화해서 시민들에게 배당을 주자는 것이다. (15쪽)



  다시 《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라는 책을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하승수 님은 대한민국 모든 시민이 나라한테서 다달이 40만 원씩 ‘기본소득(기본수당)’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말은 뜬금없이 ‘내뱉지’ 않습니다. 낱낱이 차근차근 따져서 이 나라 중앙정부와 지역정부가 ‘엉터리로 흘려 버리는 세금’을 알뜰히 건사하면 모든 사람이 다달이 40만 원씩 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다고 외칩니다.


  부자한테 더 특혜를 주는 엉터리 조세정책이 아니라, 불로소득에 제대로 세금을 매기라고 하는 기본소득 제도입니다. 월급이나 연봉을 받지 않으나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온 하루를 ‘가사노동’이나 ‘육아노동’에 바치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림을 조금이나마 펼 수 있도록 밑받침이 되도록 기본소득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조건 없이 65세 이상에게 매월 기초연금 2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들고 나왔다. 일종의 노인기본소득이었다. 이처럼 대한민국에서도 기본소득은 언제든지 기득권 정치세력의 의제가 될 수 있다. 물론 기득권을 가진 정치세력은 진정성 없이 문제에 접근하기 때문에 믿을 수는 없다. 박근혜 대통령도 결국 공약을 스스로 어겼다. (20쪽)


아무리 사회복지제도가 있다고 한들, 매번 가난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은 고역이다. 그래서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통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31쪽)



  하승수 님이 이 작은 책에서 찬찬히 짚고 따지기도 합니다만, ‘임금노동’은 대단하지 않습니다. 원자력 발전소를 늘려고 ‘일자리 만들기’를 하는 일은 참말 이 나라에 도움이 될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원자력 발전소를 늘리면, 폐기물 처리장도 지어야 하고, 송전탑도 박아야 하고, 한국전력 회사도 커져야 하지요. 이래저래 ‘일자리는 늘어납’니다. 공사와 건축이 끊이지 않으니 ‘막일을 하는 일자리’도 늘 테지요. 그러나 그뿐이에요. 이러한 임금노동은 삶을 북돋우지 못합니다.


  전쟁무기를 만들어 군대를 키울 적에도 ‘군대 일자리’는 늘 텐데, 군대 일자리는 사회를 아름답게 가꾸지 못합니다. 전쟁무기를 개발하는 과학자와 기술자는 보람이 있을 만한 일을 하는 셈일까요, 아니면 바보짓으로 임금노동을 하는 셈일까요?


  시골에서는 돈이 되는 농사를 지으려고 농약과 비료를 엄청나게 써대는데, 시골 농사꾼이 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으면, 억지로 농약과 비료를 함부로 안 쓰리라 느낍니다. 억지스레 곡식과 남새를 내다 팔아서 돈을 벌어야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더욱 깨끗하고 좋은 곡식과 남새를 자연농이나 유기농으로 키우는 밑틀이 생길 수 있어요. 그리고,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가서 조용하면서 수수한 살림을 지으려고 하는 사람이 꾸준히 늘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도시는 밀집 문제나 주택 문제나 교통 문제도 조금씩 풀릴 테고, 시골은 시골대로 빈집이나 빈마을을 없애면서 마을이 새롭게 살아날 길이 열릴 테지요.



우리는 가사노동, 돌봄노동 같은 말을 쓴다. 가사노동이나 돌봄노동도 임금을 받고 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여전히 많다. 자기 집의 가사노동을 하는 사람, 자기 가족을 돌보는 일을 하는 사람은 ‘임금’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일’을 하고 있다 … 모든 임금노동은 가치 있는 일인가? … 어떤 일자리인지가 중요한 것이다. 원전을 많이 지어 그곳에서 나오는 방사성폐기물이 늘어나면, 그것을 처리할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다. 대량살상 무기를 더 만들어도 일자리는 늘어난다. 사회가 더 불평등해져서 범죄율이 늘어나도 일자리는 늘어난다. 교도소도 더 지어야 하고 교도소를 지킬 사람들도 더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78∼79쪽)



  나라에서 기본소득 40만 원을 다달이 준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그러면, 아이를 낳은 어버이 가운데 ‘아버지 자리’에 있는 사람도 한 달에 며칠쯤 느긋하게 쉬면서 집에서 아이를 함께 돌볼 수 있습니다. 아버지도 아이를 함께 돌보면서 아이하고 누리는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가를 온몸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한 달에 40만 원을 기본소득으로 받는다면, 책마을을 살린다느니 출판산업을 살린다고 바둥거리지 않아도 됩니다. 이러한 기본소득을 다달이 대주면, 사람들은 스스로 한 달에 책을 한두 권이라도 사서 읽기 마련입니다. 40만 원이라는 기본소득을 바탕으로 적어도 한 달에 하루나 이틀을 말미를 내어 몸을 쉬려 하고, 가볍게 여행을 다녀올 수 있고, 영화도 홀가분하게 볼 만하겠지요. 그리고 이 기본소득은 고스란히 ‘마을 가게에서 고기 한 번 구워 먹는다’든지 ‘차 한 잔 마신다’든지 ‘옷 한 벌 산다’든지 하는 소비로 이어질 테니, 지역살림도 저절로 살릴 만합니다.



제주도의 지하수는 공유재다. 본래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자연이 준 선물이다. 그런 지하수를 무분별하게 쓰는 것에 대해서는 규제가 필요하다. 골프장이나 리조트의 지하수 사용에 대해서는 매우 무거운 부담금을 물려야 한다. (56∼57쪽)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면, 낭비되는 공적인 재원들이 너무 많다.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불필요한 도로를 닦고, 건물을 짓고, 댐을 건설하고, 온갖 부패로 찌든 공공사업을 추진하는 데 낭비되는 돈이 너무 많다. 이 돈만 줄여도 기본소득을 지급할 상당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토건사업에 쓰는 예산이 1년에 40조 원 정도 된다. (117쪽)



  나라에 돈이 없다면, 세금을 제대로 걷을 노릇입니다. 나라에 돈이 없다면, 쓸데없는 토건사업을 줄일 노릇입니다. 나라에 돈이 없는데, 왜 원자력 발전소를 자꾸 지으려 할까요? 나라에 돈이 없다면, 사람들더러 전기를 덜 쓰라 하면서 오히려 발전소를 줄일 노릇이지요. 나라에 돈이 없는데, 전쟁무기는 언제까지 자꾸 만들 생각이며, 값비싼 전쟁무기를 왜 자꾸 사들이려고 할까요? 전쟁무기가 평화를 끌어들일까요, 아니면 끝없는 전쟁과 전쟁무기만 자꾸 끌어들일까요?


  나라에서 아직 기본소득을 펴지 않는 까닭이라면, 나라에서 이 나라 사람들이 사람답게 사는 길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누구나 사람답게 살고, 누구나 즐겁게 어울리며, 서로서로 보금자리와 마을을 알뜰살뜰 가꾸는 길을 생각한다면, 기본소득 같은 제도를 이제부터라도 꼼꼼히 살피고 챙겨서 펼칠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이자소득이나 배당소득을 많이 올리는 사람에 대한 과세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2015년부터 정부가 배당소득을 많이 받는 대주주가 오히려 낮은 세율(25%)로 세금을 낼 수 있도록 특혜를 주고 있는데, 이런 부분은 당연히 폐지해야 한다. 그리고 근로소득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 (131쪽)



  돈을 더 많이 벌어야 삶이 즐겁지 않습니다. 경제성장이나 경제발전을 이루어야 나라가 아름답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제 삶자리에서 웃고 노래할 수 있는 하루를 누릴 때에 삶이 비로소 즐겁습니다. 도시사람도 시골사람도 저마다 제 보금자리와 마을을 아끼고 사랑하면서 스스로 가꿀 때에 비로소 이 나라가 아름답습니다. 이름난 관광지 몇 군데만 개발해서 관광객을 끌어모아야 아름다운 나라가 아니라, 골골샅샅 어느 도시나 시골이나 모두 ‘살고 싶은 곳’이 될 수 있어야 참으로 아름다운 나라예요.


  삶에 즐거움과 보람과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이 피어나도록 북돋울 만한 조그마한 정책이 될 기본소득 제도가 머잖아 펼쳐지기를 빌어 마지 않습니다. 4348.10.31.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