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나, 비닐봉지를 꿴 마을고양이



  저녁에 마당에서 살림을 건사하려는데 돌울타리 쪽부터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목에 노란 비닐봉지를 꿴 마을고양이가 우리 집으로 들어온다. 얘, 너 어디에서 그런 노란 비닐봉지를 목에 꿰고 말았니? 집고양이가 아닌 마을고양이인 터라 사람 손길을 타려 하지 않으니 어찌할 길이 없다. 이 아이들은 우리 집에서 먹고살 뿐 아니라 바로 코앞에까지 오락가락할 수 있기는 하되 손타기는 도무지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마당에서 놀든, 내가 마당에 빨래를 널거나 걷든, 이 고양이들은 서로 물끄러미 쳐다보는데, 이런 일이 생겨도 손을 쓰지를 못 한다. 부디 나뭇가지나 풀포기에 걸려서 비닐봉지가 찢어져 주기를 바랄밖에 없다. 고양이가 스스로 비닐봉지를 뜯어서 뗄 수 있을까? 이튿날 아침에는 저 성가신 비닐봉지가 사라질 수 있기를, 비닐봉지 안 꿴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애타게 빈다. 4348.10.24.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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