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래 71. 살림순이 손길


  살림순이는 어릴 적부터 늘 살림순이였습니다. 여덟 살인 요즈음에도 살림순이요, 동생이 막 서서 걸으려고 용을 쓰던 무렵에도 다섯 살짜리 살림순이였으며, 동생이 아직 우리한테 오지 않던 두어 살 적에도 멋진 살림순이였습니다. 아이들하고 복닥이며 사느라 ‘예전에 찍기만 하고 깜빡 잊은 채 지나친’ 사진이 퍽 많은데, 어느 날 문득 예전 사진을 살피다가 마당에서 빨래를 주워서 다시 너는 모습을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동생이 마당에서 기다가 서다가 하면서 빨랫대에 있던 옷가지를 집어서 바닥으로 던지니, 살림순이는 이 옷가지를 씩씩하게 주워서 다시 빨랫대에 얹었어요. 참으로 대단하지요. 요즈음도 이렇게 멋진 살림순이입니다. 4348.10.23.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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