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손전화는 왜 이리 빨리 밥이 닳을까
나는 스마트폰으로 바꿀 마음이 없었으나 예전에 쓰던 ‘스마트폰 아닌 손전화’가 망가져서 더는 전원조차 안 들어온 탓에 011을 010으로 바꾸면서 스마트폰을 쓰고야 말았다. 그런데 이 스마트폰은 처음에는 밥이 제법 오래가는 듯하더니 한 해가 넘을 무렵부터 밥이 부쩍 빨리 닳고, 한 해가 넘어가면 밥이 그야말로 훨씬 빨리 닳는다. 설마 내 것만 이럴까? 요 한두 달 사이에는 내 손전화 기계가 하루 네 시간조차 밥이 못 가기까지 한다. 약정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는데 어쩜 이렇게 고단하게 할까. 전화를 받거나 거는 일이 드물고 더러 쪽글을 보내거나 받는데에도 이렇게 밥이 닳는다면, 이런 손전화 기계는 ‘최첨단 문명 사회’라고 하는 오늘날 ‘현대 과학 기술’하고 그야말로 동떨어진다. 다만, 한 가지는 알 만하다. 손전화 기계를 만들어서 파는 큰회사가 보기에는 장사가 잘 될 테지. 튼튼하거나 훌륭한 손전화 기계를 만들기보다는, 유행을 빨리 퍼뜨려서 더 빠르게 돈을 벌도록 이끄는 손전화 기계를 만드는 ‘돈 버는 솜씨(기술)’만 키운다고 할까. 4348.10.23.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