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다
오늘 아침에 갑자기 조용하다. 무슨 일인가 하고 마당을 내다보니 작은아이가 안 보인다. 밥을 짓다 말고 마당으로 내려서서 두리번거린다. 이 아이가 어디에 갔을까? 대문이 닫혔으니 밖에 나가지도 않았다. 이러다가 텃밭 귀퉁이에서 까마중을 훑는 작은아이를 본다. 아하, 까마중을 훑는다며 이렇게 조용했구나. 네가 아무 말도 소리도 안 내니까 온 집안이 아주 고요할 만큼 사뭇 달라지네.
밥상맡에서 두 아이가 시끌벅적 떠들면서 수저질을 한다. 이러다가 문득 조용하다. 문득 이 기운을 느껴 작은아이를 쳐다본다. 아하, 작은아이가 거의 감기는 눈으로 수저를 든다. 고개를 살짝 까딱거린다. 큰아이가 말한다. “보라가 많이 졸렸나 봐.” 그래, 작은아이가 이른 아침부터 신나게 뛰놀더니 밥을 먹으면서 졸음이 확 몰려들었구나. 밥은 반 그릇쯤 비웠으니 배도 알맞게 불렀을 테고, 무엇보다 잠을 자야겠네.
작은아이를 내 무릎에 앉힌다. 온몸을 나한테 기댄다. 얼마 뒤 작은아이를 눕힌다. 등을 토닥이고 이마를 쓸어넘기면서 노래를 한 가락 뽑는다. 천천히 일어나서 이부자리에 눕히고 이불을 여미어 준다. 작은아이가 잠든 낮은 더할 나위 없이 고요하다고까지 할 만하다. 4348.10.22.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살림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