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153] 팔랑치마



  한국말사전을 문득 들추니 ‘꽃치마’라는 낱말이 나옵니다. 그러나 이 낱말은 널리 쓸 말이 아닌 “북녘말”이라는 꼬리표가 붙습니다. 아니, 북녘뿐 아니라 남녘에서도 ‘꽃치마’ 같은 말은 널리 쓰는데 이 낱말은 왜 북녘말이어야 할까요? 남녘에서는 꽃무늬가 깃든 치마를 ‘꽃치마’라고 해서는 안 될까요? 꽃치마처럼 ‘꽃바지’가 있습니다. 치마와 바지가 꽃치마와 꽃바지가 되듯이 ‘꽃옷’이 있지요. ‘꽃양말’도 있을 테고, 온갖 옷을 살피며 ‘풀옷·풀치마’라든지 ‘잎옷·잎치마’도 있어요. 다만, 한국말사전에 이런 낱말을 다 싣자면 끝이 없을 테니 ‘-치마’나 ‘-바지’나 ‘-옷’을 뒷가지로 삼아서 새로운 낱말을 짓는 바탕을 마련하면 됩니다. 이리하여, 꽃치마처럼 ‘팔랑치마’나 ‘팔랑바지’가 있어요. 팔랑거리는 옷이니 ‘팔랑옷’도 되어요. 날개 같은 치마라면 ‘날개치마’가 되고, 한들한들 보드랍거나 바람 따라 춤을 추는 치마라면 ‘한들치마’가 됩니다. 아이도 어른도 고운 치마를 입으면서 고운 웃음을 짓습니다. 아이도 어른도 어여쁜 옷을 입으면서 어여쁜 노래를 부릅니다. 4348.10.14.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숲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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