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코형사 ONE코 11
모리모토 코즈에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564



팔랑이는 꽃치마가 즐거운 개코 형사

― 개코형사 ONE코 11

 모리모토 코즈에코 글·그림

 이지혜 옮김

 대원씨아이 펴냄, 2015.10.15. 4200원



  만화책 《개코형사 ONE코》(대원씨아이,2015) 열한째 권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형사이면서 팔랑팔랑거리는 꽃옷(드레스) 입기를 좋아하는 ‘개코’형사가 나오는 이 만화책을 모리모토 코즈에코 님은 몇 권까지 그릴 만할까 하고. 앞으로 스무 권이나 서른 권이 넘도록 그릴 수 있을까 하고.


  차분하면서도 차근차근 수사를 벌이는 형사들 이야기가 아니라, 개처럼 냄새를 잘 맡는 코를 킁킁거리면서 실마리를 찾는 주인공인 ‘하나모리(원코)’ 형사 이야기를 그리는 만화입니다. 이 형사는 경찰서에서도 사회에서도 ‘형사’ 대접을 제대로 못 받기 일쑤입니다. 개코와 같은 코라서 냄새를 아주 잘 맡기에 ‘여느 자료와 실마리’로는 도무지 알기 어렵던 수수께끼도 ‘냄새 하나’로 참·거짓을 낱낱이 밝힙니다.



“우리가 불려온 걸 보면 타살의 의혹이 있는 건가요? 자살이 아니라?” (15쪽)


“사토미한테는 사귀는 남자가 있었어요.”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 “아뇨. 이름이나 직업은 몰라요. 물어봐도 사토미는 절대로 알려주지 않았어요.” (24쪽)



  이 만화책에 나오는 ‘개코형사 원코’ 같은 사람은 찾아보기 매우 어렵거나 아예 없다고 할 만합니다. 아무리 형사가 자유롭게 옷을 차려입고 다닌다고 하더라도 ‘팔랑치마’나 ‘꽃옷’이 아니라면 안 걸치는 형사는 그야말로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할 테니까요. 게다가 팔랑치마나 꽃옷만 입는 여형사는 개코입니다. 냄새를 아주 잘 맡지요. 사건 실마리를 찾을 적마다 머리를 박고 코를 킁킁거리면서 냄새를 맡습니다.


  그렇지만 사람을 마주할 적에는 옷차림으로 마주할 수 없습니다. 네가 양복을 빼입었기에 너를 대단하게 볼 까닭이 없습니다. 네가 민소매에 깡똥치마를 입었기에 너를 가벼이 볼 까닭이 없습니다. 네가 새까만 차를 몰고 다니기에 너를 우러러볼 까닭이 없습니다. 네가 두 다리로 걷거나 시내버스를 타고 다니기에 너를 하찮게 볼 까닭이 없습니다.


  옷차림뿐 아니라 얼굴이나 몸매로도 이와 같아요. 잘생기거나 예쁘게 보이면 더 마음에 들어야 하지 않아요. 못생기거나 안 예쁘게 보이니까 마음에 안 들어야 하지 않습니다.


  돈이 있는 사람은 돈이 있는 사람일 뿐,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아닙니다. 돈이 없는 사람은 돈이 없는 사람일 뿐, 나쁜 사람도 좋은 사람도 아니에요. 우리는 서로서로 마음으로 마주합니다. 너는 내 마음을 읽고, 나는 네 마음을 읽습니다.



“잘 들어! 냄새는 증거가 되지 않아! 상대는 전 법무부 대신의 사위야!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접근하면 어떡해!” “윽! 그게 뭐예요! 과장님은 상대가 대단한 사람이라면 얼렁뚱땅 넘어가 줄 거예요?” (59쪽)



  만화책 《개코형사 ONE코》가 사회에서 흔히 엿볼 수 있는 ‘편견·선입관’을 깨려는 작품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 만화는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진 편견이나 선입관은 아주 우습게 여기면서 이야기를 잇습니다. 무엇보다도 만화책 《개코형사 ONE코》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꾸리고 싶은 작품입니다. 딱딱하거나 무겁거나 칙칙하게 흐르는 이야기가 아니라, 밝으면서 가볍고 신나는 웃음을 짓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다만, 이러한 얼거리이면서도 만화 소재는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이지요.



“저기, 그런 거짓말은 하면 안 돼. 유서를 숨기고 멋대로 휴대폰을 쓰는 것과는 달라. 죄를 물을 수도 있어.” “알았어요?” “대강은. 그래도 형사니까.” “놀랐어요. 하나모리 씨가 그런 우수한 형사였다니. 하나모리 씨만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81∼82쪽)


“아마 옥상에서 아래를 보고 사토미를 발견했겠죠. 하지만 그 남자는 사토미한테는 가 보지도 않고 서둘러 도망쳤어요. 최악이죠? 사토미는 왜 그런 녀석을.” “외모는 착해 보였으니까.” (89쪽)



  팔랑이는 꽃치마 입는 개코 형사는 겉모습만 이와 같을 뿐입니다. 개코 형사가 개코가 아니라 번뜩이는 눈썰미로 사건을 푼다면 어떻게 바라볼 만할까요? 여러모로 ‘한결 보기 좋’거나 ‘멋있다’고 할 만할까요? 코가 아닌 귀가 밝아서 사건 실마리를 잘 푼다면, 이때에는 어떻게 바라볼 만할까요? 머리가 뛰어나서 ‘재빨리 돌아가는 머리’로 사건 실마리를 잘 푼다면? 잽싼 달리기나 몸놀림은? 빼어난 주먹힘이나 엄청난 사격 솜씨는?


  너무 마땅한 노릇인데 개코형사는 냄새만 맡습니다. 그래도 형사이니까 여러모로 형사로서 다른 대목에서도 형사 노릇을 하지만, 개코형사는 ‘개코’를 넘어선 대목에서는 그냥저냥 ‘꽃치마순이’입니다.



“실은 제가 함정에 빠졌다고 생각하니 화가 나서, 경찰보다 먼저 범인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뭐야, 함정이라고?” “범인 녀석은 나한테 혐의가 걸리도록 꾸민 거예요.” “그 이유가 뭔데?” “제가 그 시간에 온다는 걸 알고서 일부러 현관문을 열어 놨고, 그리고 그 향수. 선반 위의 병이 그렇게 방에 떨어져 있는 건 이상하잖아요.” (147쪽)



  아침에 설거지를 하고 쌀을 씻어서 불립니다. 밥을 끓일 때까지 아이들은 기다려야 하니 능금을 한 알 썰어서 아이들한테 줍니다. 두 아이는 능금 반 알씩 받아 쥐고는 마당에서 놀다가 대문을 열고 나가서 고샅에서 놉니다. 가을볕은 따뜻하고 가을들은 샛노랗습니다. 다 함께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고, 저마다 즐거운 놀잇거리나 일거리를 찾으면서 부산스레 움직입니다. 우리 집 큰아이는 언제나처럼 꽃치마를 스스로 챙겨 입으면서 만화책 주인공처럼 꽃치마순이가 됩니다. 작은아이는 언제나처럼 한손에 반드시 자동차 장난감을 쥐면서 자동차돌이가 됩니다. 나는 부엌돌이도 되고 빨래돌이도 되다가 청소돌이나 밥돌이가 됩니다. 마당에서 풀을 뜯으면 풀돌이가 되고, 아이들을 자전거에 태우면 자전거돌이가 됩니다.


  즐거움을 찾을 적에 웃습니다. 즐겁게 일하거나 놀 적에 노래가 흐릅니다. 우리는 이 어여쁜 별에서 저마다 재미나고 즐거운 꿈을 찾아서 순이와 돌이로 삶을 짓는 이웃으로 하루를 엽니다. 살림을 돌보다가 문득 돌아보면서 빙그레 웃음지을 수 있는 만화책 한 권이 있어서 반갑습니다. 4348.10.14.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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