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없는 사진말
12. 쉬운 말이 없는 사진비평
대학교에서 대학생한테 가르치기하고 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한테 가르치기는 다르지 않다. 대학생이기에 더 어려운 것을 더 쉽게 알지 않으며, 초등학생이기에 더 쉬운 것만 가르쳐야 하지 않다. 저마다 배워야 할 것을 배우고, 저마다 가르쳐야 할 것을 가르친다. 다만, 대학생하고 초등학생은 ‘스스로 아는 말’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말’로 가르칠 수 없다. 초등학생을 가르치려면 ‘초등학생이 아는 말’ 테두리에서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훨씬 적은 말마디’를 써서 ‘똑같은 지식’을 다루어야 초등학생을 가르칠 수 있다는 뜻이다.
사진비평을 보면 쉬운 글이 거의 없다. 그림비평도 엇비슷하고 예술비평은 그야말로 어려운 글로 가득하다. 왜 비평은 어려운 글뿐일까? 시나 소설을 비평한다는 글도 아주 어렵기 짝이 없다. 동시집에 붙는 동시비평조차 어린이로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글이 넘친다.
비평하는 사람은 왜 어렵게 글을 쓸까? 첫째, 비평하는 사람은 ‘비평글을 읽을 사람’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누가 이 글을 읽는지 모르니 ‘아무 말마디나 함부로 섞어서’ 글을 쓰고 만다. 둘째, 비평하는 사람 스스로 사진을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글을 어렵게 쓴다. 스스로 사진을 기쁘게 알면 ‘기쁨이 흐르는 말’로 글을 쓴다. 스스로 사진을 사랑스레 알면 ‘사랑이 흐르는 말’로 글을 쓰지.
‘사진을 잘 몰라’서 ‘사진이 어렵다고 느끼’기에 사진비평을 하는 이들은 그만 ‘어려운 말’만 골라서 딱딱하고 메마른 글을 비평이라는 이름으로 쏟아낸다.
사진을 모르기 때문에 사진비평이 어렵기도 하지만, 사진읽기와 사진찍기도 모르기 때문에 사진비평이 어렵다. 이웃하고 사진을 넉넉히 나눌 마음이 없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사진읽기와 사진찍기를 모든 사람하고 오순도순 주고받을 뜻이 없기 때문에 사진비평이 어렵고 만다.
아이한테 말을 가르치고 사랑으로 보살피는 어버이가 어떤 말을 쓰는지 생각해야 한다. 아직 사진을 잘 모르는 수많은 이웃이 사진을 좋아하고 사랑하며 즐기도록 북돋우자면 어떤 말을 가리고 고르고 추려서 기쁘게 써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4348.10.13.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사진말/사진비평)